"전통 계승하고 새로운 변화에 신중"

[ 교단 ] 전남노회 특별기획 '그 교회들의 바통터치'

박성흠 기자 jobin@pckworld.com
2009년 10월 30일(금) 15:47

전남노회(노회장:남택률) 산하 주요 교회의 담임목사가 최근 2년 동안 젊은 목회자들로 교체됐다. 광주벧엘교회를 비롯해 광주서남 옥과 광주양림 다일 남광 나주 등 일곱 교회는 광주 전남 지역 교회와 사회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교회로 이름이 높다.

본보는 지난 23일 전남노회가 열린 광주유일교회(남택률목사 시무)에서 이들 목회자들과 좌담을 갖고 전통의 계승과 새로운 변화의 모색을 주제로 이야기했다.

본보 전남지사장의 추천으로 좌담회에 참석한 이들은 "목회자의 교체가 곧 '세대교체'는 아니다"면서 전임자의 목회를 존중하는 후임자로서의 자세를 강조하면서도 교회의 미래비전에 대한 변화의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편집자 주>

   
▲ 본보 전남지사가 마련한 특별좌담에 참석한 목회자들. 왼쪽부터 노치준(광주양림) 강은성(옥과) 정영철(남광) 조택현(광주서남) 최태훈(나주) 김의신(광주다일 교회) 목사.
【광주=박성흠부장】 한국교회는 담임목사가 교체되는 일이 교회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지난 세월 동안 경험을 통해 배웠다. 교회의 역사와 규모를 막론하고, 담임목사가 교체되면서 더 큰 부흥과 발전을 경험하는 사례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교회는 몰락의 길을 걷었다. 그런 측면에서 전남노회의 주요 교회들이 경험한 성공적인 바톤터치는 주목할만한 일이다.

 

이번 좌담에 참여한 여섯 교회의 목회자들은 "담임목사가 바뀌었다고 해서 목회의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전임 목회자의 목회 철학과 방향을 존중하고 교인들이 혼란스럽게 느끼지 않도록 최선의 배려를 우선한다는 것도 공통의 인식이다.

정영철목사(남광교회)는 "모든 목회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목회자의 궁극적인 목적은 '영혼구원'을 말하는 듯했다. 영혼구원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하는 목회자의 철학은 전임자와 후임자가 다를 수 없다는 얘기. 리더십의 계승을 이야기한 노치준목사(광주양림교회)와 정신의 계승을 언급한 김의신목사(다일교회)는 그런 면에서 일맥상통했다.

목회 전임자와 후임자는 대개의 경우 세대차이가 있는 것이 보통. 흔히 얘기하는 세대교체는 그래서 함부로 갖다 붙이기 좋은 미사여구다. 하지만 좌담 참석자들의 대부분은 세대교체라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위적인 느낌을 줄뿐만 아니라 어울리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들이 세대교체라는 단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참석자의 몇 명이 후임자이면서도 누구에게는 전임자로 불리는 탓만은 아니었다. 2008년 12월 남광교회 지원재목사의 후임으로 부임한 정영철목사는 나주교회 최태훈목사의 전임자이며, 정 목사에 앞서 2008년 4월 광주양림교회에 부임한 노치준목사는 다일교회 김의신목사의 전임자.

좌담 참석자들은 세대교체라는 말 대신 전통의 계승과 새로운 변화의 모색에 주목했다. 전통 속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게 마련이고 전임자가 보지 못했던, 혹은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지나쳤던 단점을 반면교사로 삼고 어떻게 장점을 계승해 발전시킬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택현목사(광주서남교회)는 모세와 여호수아, 세례요한과 예수를 예로 들어 전통의 계승과 새로운 발전을 설명했다. "모세는 목표점이 분명했고 여호수아는 그것을 완성했다. 세례요한과 예수님도 마찬가지다. 전통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때 전임자의 목표를 후임자가 발전적으로 계승할 수 있다"는 것이 조 목사의 설명이다.

최태훈목사(나주교회)도 씨 뿌리는 사람과 열매 거두는 사람의 비유를 들어 전통의 계승과 발전에 동의했다. 전임자가 뿌린 씨앗에 또다른 전임자 또는 후임자는 물을 주고 후임자가 열매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최 목사의 설명에서는 후임자의 행복과 의무를 찾을 수 있다. 열매를 거두는 한편 또다른 씨를 뿌리고 전임자가 심어놓은 씨앗에 물을 주고 가꾸는 일 또한 후임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후임자에게 새로운 변화의 모색은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일. 1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옥과교회에 지난해 3월 부임한 강은성목사는 "그럴 때 전임자는 어떻게 했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고 했다. 전임자에 대한 예우를 지키면서 교인들이 급작스런 변화에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하려는 후임자의 세심한 배려다.

그러면서도 강 목사는 예전에 하지 않던 일도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나주교회에 순교자가 있었던 사실을 상기시키고 지역사회를 섬기는 차원에서 지역의 교회와 연합사업을 펴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 나주 지역 교회의 '큰집'으로서 도리를 다하겠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변화의 모색에는 "상황과 시대의 요구가 바뀌고 있다"는 지적과 "기본은 일치하지만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원로목사가 달려온 시대적 상황과 우리가 겪어야 할 상황은 다를 수 있다. 보완과 성장을 통해 교회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얘기도 나왔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의견은 '섬김'으로 집약됐다. 여섯 명의 목회자들은 전통의 계승과 발전이 교회를 섬기고 지역사회를 섬기며 노회와 교단 나아가 한국교회를 제대로 섬기는 방향으로 설정되기를 바랐다. 역사를 자랑하는 교회나 교회의 규모에 걸맞는 영향력을 펴는 교회가 모두 사회와 교회를 섬기는 일로 전통의 계승과 새로운 변화에 초점을 모아야 한다는 것.

부임이후 가장 신경을 쓰고 역점을 둔 목회의 분야는 무엇이었느냐를 묻는 질문에 여섯 목회자는 공통적으로 교회의 안정과 설교라고 답했다. 교회가 새로 부임한 담임목사에게 거는 기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역시 교회의 안정과 영적인 부흥이라는 답변이 공통적이었다. 문화사역과 사회복지를 통한 섬김은 좌담을 통해 공감대로 확인됐다.

전임자는 세월을 따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어 있고 후임자는 전임자를 따라 또다른 후임자를 만날 수밖에 없다. 누구는 씨를 뿌리고 누구는 물을 주어 가꾸며 또 누군가는 열매를 거둔다. 후임자는 전임자의 목표를 완성하고 또다른 후임자는 시대의 요구를 따라 새로운 목표를 설정한다. 주님 다시 오시는 날까지 교회의 지도력이 물흐르듯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좌담에 참석한 여섯 명의 목회자들의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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