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거리'

[ 입시사교육바로세웁시다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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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9일(목) 10:18

방선기/직장사역연구소 소장ㆍ기윤실 이사


존경하는 어른 한 분이 내게 보낸 글 중에서 아주 인상적인 글을 읽었다. 부모들이 자녀를 자랑거리로 만들려고 하지 말고 자신들이 자녀들의 자랑거리가 되는 삶을 살라는 말이었다.

그 글을 읽으면서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점, 특히 교육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해주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자녀들의 교육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이유를 가만히 살펴보면 자녀를 자신들의 자랑거리로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자녀를 사랑해서 그런다고들 하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자녀를 통해서 자랑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자녀가 좋은 학교를 갔으면 하는 것도, 그것을 위해서 과도한 사교육을 시키는 것도 자녀가 자신들의 자랑거리가 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것은 정작 자녀들은 그러는 부모들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할 때 자녀들에게 사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한 것을 언급하는 경우를 많이 듣는다. 자녀들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것이 부모의 마땅한 책임이며 그것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은 부모 노릇을 제대로 못 하는 것을 생각한다. 물론 가난해서 그런 혜택을 못 받은 아이들 가운데 가난한 부모에 대해서 아쉬워하는 아이들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아이들이 철이 들면 그런 것으로 자기 부모를 평가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서 돈을 쓰는 부모들은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 아이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자기 부모가 자신의 사교육을 위해서 돈을 쓰는 것에 대해서 고마워하거나 자랑스러워 할지 모르겠다. 아마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모들이 그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부모들이 자녀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무리한 사교육을 시키는 것은 결국 부모들 자신들의 만족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대부분 아이들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자녀들은 부모들이 자기가 알아서 공부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믿어주기를 더 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부모라면 부모에 대해 더 자랑스러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젠가부터 위장 전입 문제가 심각해졌다. 공직자를 심사할 때보면 꽤 많은 사람들이 위장전입의 경험이 있는 것 같다.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이다. 그런데 위장전입의 이유는 거의 두 가지로 요약이 된다. 부동산과 자녀교육이다. 이중에서도 자녀교육 때문에 위장전입을 하는 것은 거의 맹모삼천의 수준으로 보편화되어 있는 것 같다. 부모가 자녀를 자랑거리로 삼으려는 바람에 부모가 부끄러운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런 부모에 대해서 자녀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을까.

부모들이 자녀들의 교육을 생각하면서 한번 조용히 생각해보자. 정말 지금 내가 이러는 것이 정말 자녀를 위해서 그러는 것인가? 아니면 자녀를 나의 자랑거리로 만들기 위해서 그러는 것은 아닌가? 이런 나를 보면서 내 자녀들은 자랑스러운 부모로 생각할 것인가?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고 솔직하게 대답을 해 보자.

물론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려는 마음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사교육을 시키는 것 자체도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마음 안에 자녀를 자랑거리로 삼으려는 잘못된 동기가 자리 잡고 있다면 결과가 어떻든 자녀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

특히 자랑하는 일에 조심해야 할 크리스찬들은 자녀를 자랑거리로 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예레미야서를 묵상하면서 중요한 것을 발견했다. 지혜도, 힘도, 부도 자랑하지 말고 하나님이 인자와 공평과 정직을 베푸는 분임을 아는 것을 자랑하라고 했다.(렘9:23-24) 나는 그것을 이렇게 바꾸어 보면 좋겠다. 자녀들이 좋은 학교를 가는 것으로 자랑하지 말고, 그 문제를 하나님이 공평하게 이루어주시는 분임을 믿는 것을 자랑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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