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문'이 이끄는 교회

[ 목양칼럼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10월 21일(수) 15:21

김충렬/목사ㆍ 영세교회

새들백교회 릭 워렌 목사가 텍사스 신학교에 다닐 때의 일이다. 한번은 1백년이나 된 긴 역사를 가진 큰 교회로부터 지도자들을 도와 교회 전체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평가하는 일을 맡은 적이 있었다. 그 교회는 초창기만 해도 힘차고 생동감 있게 예수님을 전파하는 교회로 정평이 나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교리적으로는 건전한 것 같은데 뭔가 전반적으로 잠들어 있는 교회처럼 되어 버렸다. 신학생이던 릭 워렌은 그 교회 예배당으로 들어서자 회의장으로 가는 복도에 죽 걸려있는 과거 1백여 년 동안 목회해 온 목사들의 초상화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 릭 워렌은 비록 그 교회가 역사는 오래되고 외적으로는 그럴듯하지만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첫 모임에서 그는 교회지도자들에게 "여러분은 이 교회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대부분은 "꽤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누군가 한 사람이 모두의 의견을 요약하여 '우리교회는 건전한 교회'(sound church)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신학생 릭 워렌의 예리한 눈으로 보기에는, 그 교회는 건전한 교회, 즉 'sound church'가 아니라 즉 'sound asleep church'(깊이 잠들어 있는 교회)였다. 왜냐하면 그 교회가 신학적으로는 건전했지만 그 안에서 영적으로 의미있는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즉 교회 건물을 지을 때에 진 은행 빚은 모두 갚은 상태였지만, 교회지도자들은 대부분 게으르고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릭 워렌이 보기에는 그 교회 지도자들은 선지자 아모스가 외치던 '시온에서 안일한 자'(암 6:1)와 같았고, 교회는 서서히 그리고 깊이 잠들어가고 있었다.
그 당시 릭 워렌은 일개 신학생에 불과했지만, 그 교회의 의사(doctor)로 초빙받았기에 간단하면서도 분명한 처방을 내렸다. "여러분, 교회의 존재목적을 재발견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Rediscover your purpose)

만약 필자가 시무하는 교회도 십수년 전에 릭 워렌 목사를 초빙하여 "우리교회를 진단해 주시오" 했더라면 동일한 처방을 내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교회도 창립 30주년의 해(1999년)까지만 해도 릭 워렌 목사의 지적대로 교회의 존재목적인 예배, 교제, 제자훈련, 봉사, 전도가 겸전되고 조화된 목적이 이끄는 교회라기보다는 전통주의, 인물, 재정, 프로그램, 행사, 구도자, 정치 등이 이끄는 건강하지 못한 교회의 모습이었다. 그러다가 1996년 말 평소 자주 출입하는 서점에 들렀다가 릭 워렌 목사의 '새들백교회 이야기'(목적이 이끄는 교회)를 만나 제 2의 목회인생을 살면서, 이제는 서서히 '목적이 이끄는 교회'로의 변화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1997년에 대장종양, 1998년에 뇌혈관종 수술 등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하나님께서 릭 워렌 목사의 책을 통해 불붙여주신 '목적이 이끄는 교회'의 비전은 마음에서 계속 확산돼 갔다. 그 결과 공개적, 공동적, 공적과정을 통해 창립 30주년 해에 다음과 같은 '목적문'(The statement of Purpose)을 제정ㆍ공포했다.

"본 교회는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에 따라 하나님을 찬양하기 위하여, 불신자들을 교회로 인도하여, 가족으로 삼아 성숙하게 하며, 교회에서 사역하게 하며, 세상에서 선교하게 하여,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시켜 나아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 이후 10년간 이 '목적문'을 새교우 동화, 프로그램, 교인교육, 구역 등 소그룹, 교역자 청빙, 조직, 설교, 연중계획, 예산편성, 평가, 기도 등에 적용하여 교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목적문'이 그같이 중요하기에 필자는 그 과정과 경험 그리고 동역자들을 향한 호소를 담은 책을 내기도 하고, 예배당 앞 큰 돌비에 '목적문'을 새겨놓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교인들의 심비에 각인되게 하고 있다. '목적문'은 단순히 한때 시무했던 목사의 목회방침이 아니고, 필자가 은퇴한 이후에도 계속 현재의교회를 이끌어갈 방향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뿐 아니라 대부분 중직자들과 교인들이 그렇게 믿고 있다. 물론 필자가 섬기는 교회도 부족과 단처가 많지만, 그래도 우리는 혼돈의 시대 속에서도 30주년 전후에 함께하는 과정을 통해 만든 그 '목적문'에 이끌리는 교회가 되어가기 위해, 각자 위치에서 맡겨진 역할을 조용히 감당해 나가고 있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