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멜로르'가 앗아간 사랑

[ 교단 ] 고흥 앞바다, 아내 구하려다 함께 숨진 남편 이야기

박성흠 기자 jobin@pckworld.com
2009년 10월 16일(금) 11:09

 

   
▲ 생전의 행복했던 배성렬 박주향 집사 부부 모습.
최근 일본열도를 강타한 제18호 태풍 '멜로르'가 우리 국민들에게는 큰 피해를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남해안 일부 마을에는 상당한 피해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순서노회 김종옥목사(명천교회)는 이번 태풍으로 명천교회 노부부가 파도에 휩쓸려 사망했으며, 이 과정에서 두 부부의 애틋한 사랑이 마을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다고 전해왔다.

 

전남 고흥군 금산면 신평리 어촌마을에서 어부로 잔뼈가 굵은 배성렬(박주향)집사 부부는 태풍이 오던 지난 8일 저녁 싸늘한 주검으로 해변에서 발견됐다. 태풍피해를 걱정하며 해안을 돌아보던 김목사 부부가 늦은 시간에도 배집사의 배가 선창에 없는 것을 발견했고 마을에서는 노부부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두 부부는 시신으로 발견됐다.

부인의 시신이 발견되고 뒤이어 찾은 남편 배성렬집사의 시신 발에는 부자줄(양식장에서 사용되는 밧줄)이 감겨있었고 온몸에 상처가 나있었다. 바닷일에 평생을 바쳐온 마을 사람들은 부인이 먼저 파도에 휩쓸렸고 남편이 아내를 구하려 뛰어들었다가 부자줄에 발이 엉키면서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두 사람 모두 사망했을 것이라는 추론을 내렸다.

"먼저 아내가 빠지고 남편이 건지려 뛰어들었다. 그런데 거룻줄간에 엉킨 부자줄에 발이 휘감기게 되었다. 아내를 안고 사투를 벌여 아무리 구하려 애를 써도 허사였다. 결국 양팔이 깍여서 한쪽팔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피투성이가 되어도 아내를 구하려는 노부부의 애틋한 사랑만 확인했을 뿐이리라. 태풍 후에는 너울(파도)이 심한지라, 특히 해변가에는 더욱 심해 아무리 바다에서 잔뼈가 굵었다지만 밀려오는 파도 노을을 헤치고 아내를 구할순 없었다. 결국 그렇게 두 분은 하늘나라로 가신 것이다".

유족들과 마을 사람들은 애틋한 사랑을 남기고 간 노부부의 장례예배에서 고인이 살아생전 즐겨 불렀던 복음성가를 불렀다고 김 목사는 말했다. "낮에 해처럼 밤에 달처럼 그렇게 살순 없을까 욕심도 없이 어둔 세상 비추어 온전히 남을 위해 살듯이".

부모님의 애틋한 사랑을 죽음으로 확인한 유족들은 김 목사의 조언에 따라 아가서 구절을 묘비에 새겼다. "가슴에 달고 있는 인장처럼 팔에 매고 다니는 인장처럼 이 몸 달고 다녀다오. 사랑은 죽음처럼 강한 것, 시샘은 저승처럼 극성스러운 것, 어떤 불길이 그보다 거세리오? 바닷물로도 끌 수없어 굽이치는 물살도 쓸어 갈 수 없는 것, 있는 재산 다 준다고 사랑을 바치리오? 그러다간 웃음만 사고 말겠지"<공동번역 아가서 8장 6~7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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