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가 한국을 주목한다"

[ 선교 ] 에큐메니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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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5일(목) 11:11
금 주 섭 / WCC 선교와 전도위원회 총무

지난 8월 25일부터 9월 2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중앙위원회는 제10차 총회의 개최장소로 대한민국 부산을 결정하였다. WCC는 1백10여 개국의 개신교와 정교회를 대표하는 3백49 개의 교단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전 세계 기독교를 가장 포괄적으로 대표하는 연합기구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는 교회들간의 사귐으로서 WCC는 일치와 선교 그리고 봉사를 그 주된 사명으로 감당하고 있다. 일찍이 20세기를 대표하는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은 WCC를 중심으로 발전된 에큐메니칼 운동을 2천년 교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의 하나로 평가한 바 있다.
 
WCC의 태동은 1910년 에딘버러에서 개최된 세계선교대회에서 선교지에서 교파간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일치 속의 선교를 추구한 것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194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창립한 WCC는 매 7년마다 한번씩 총회를 개최하며 세계 기독교의 공동 증언과 복음에 입각하여 인류사회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왔다. 오는 2013년에는 대한민국 부산에서 전세계 교회를 대표하는 지도자 7천여 명이 모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세계교회의 하나됨을 모색하며 21세기의 새로운 정황 속에서 어떻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할 것인가를 논의하게 될 것이다.

WCC가 부산을 차기 총회의 개최지로 선정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세계 기독교와 에큐메니칼 운동의 지형변화에 있다. 현재 세계 기독교 인구의 70%가 남반구인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에 분포하고 있다. 세계 기독교의 중심축이 남반구로 이동하였고 급속히 비 기독교화 되고 있는 서구사회는 이제 복음의 참된 의미를 남반구 교회로부터 배워야할 새로운 상황 가운데 놓이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 남반구의 대다수 교회는 앞장 서서 세계교회를 인도할 영적, 인적, 물적 자원과 경험이 충분하지 않다. 많은 교회들이 인종과 종교간의 갈등과 폭력, 빈곤과 저개발, 부패와 정치적 불안으로 고난을 겪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많은 부분 서구교회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WCC는 20세기에 식민지배를 경험한 제3세계 국가들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독립과 경제개발 그리고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해 낸 대한민국을 주목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발전의 중심에 서서 제3세계 교회에서는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교회의 자립과 성장, '선교받는 교회'에서 세계 제2위의 선교대국인 '선교하는 교회'로 발전을 이룩한 한국교회를 주목하였다. 또한 근대화와 민주화 그리고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헌신한 한국 기독교의 증언을 높이 평가하였다. 동시에 종교간의 갈등과 폭력이 거의 존재하지 않은 한국 종교사회의 성숙함도 이번 총회 유치의 큰 몫을 차지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세계교회는 이제 남반구로 중심축이 이전한 세계 기독교의 잠재적 지도자로 한국교회를 주시하며 제10차 총회를 부산에서 개최할 것을 결정하였다. 결코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는 세계 교회사적 요청이자 하나님께서 한국교회를 세계 기독교의 발전을 위해 사용하시고자 하는 섭리라고 할 수 있다. 이 거룩한 부름과 교회사적 요청 앞에 우리는 두려워할 필요도 자랑할 필요도 없다. 겸손하셔서 나귀를 타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섬김의 종된 자세로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축복과 고백을 나누면 될 것이다. 세계교회 앞에 드러내기 어려운 부끄러운 면이 있다면 이번 총회를 준비하며 이를 극복하고 더욱 성숙하고 성장하는 계기로 삼으면 될 것이다.

WCC 총회가 한국으로 유치되어 온 교회가 감사하는 분위기 속에서 몇몇 우려의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그중 가장 큰 두 가지의 목소리는 첫째, 교회는 영혼구원만을 감당해야하는데 WCC가 사회복음에 너무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세계교회는 이미 60, 70년대의 개인구원과 사회구원의 이분법적 갈등을 넘어서 통전적 일치와 선교의 장으로 나아가고 있다. 복음주의 진영에서도 WCC의 많은 활동에 참여하며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필자가 섬기는 WCC 선교와 전도위원회에 에반젤리칼(복음주의) 대표들이 거의 반수에 이르고 있다. 반면 WCC 역시 로잔세계복음화위원회와 세계복음주의연맹에 대표를 파송하고 있다. 20세기의 낡은 냉전의 유산인 에큐메니칼과 에반젤리칼의 갈등을 넘어서서 제3의 길을 세계교회는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우려는 WCC가 종교 다원주의를 신봉하고 있다는 잘못된 편견이다. WCC는 종교간의 갈등이 인류사회의 공존과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와 공존의 관계를 모색하지 결코 다원주의를 신봉하지 않는다. WCC의 공식문서를 조금이라도 주의깊게 읽어보면 창립이래로 지금까지 강력한 어조로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확언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세계평화를 위한 대화적 관계와 다원주의를 구분하지 못하고 WCC를 '종교다원주의 단체'로 공격하는 아전인수적인 흑백논리가 과연 한국 기독교의 성숙과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니면 부정적 이미지의 고착을 재촉할 것인가에 대한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다행인 것은 WCC를 용공단체로 매도하던 목소리는 어느 정도 사그라진 것 같다. 우리는 전 세계교회의 복음의 축제를 앞두고 지극히 한국적인 편견에 사로잡혀 우물안에서 하늘을 보며 세계교회에 색깔을 덧입히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 외부의 위협을 과장해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시도는 결코 현상유지 이상의 결과를 낳을 수 없다. 전 세계 교회의 총회를 유치한 형제교단들의 성과를 먼저 축복해주는 예(禮)와 함께 협력하여 손님을 맞이하는 공(恭)의 성숙한 믿음의 자세를 우리는 한국사회와 세계 앞에 보여주어야 한다.  

이제 4년 남짓한 준비기간이 남아있다. 전 세계 기독교 축제를 준비하기에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다.
 새로운 천년의 선교의 장을 열어가는 부산 총회를 앞두고 한국교회는 50년 전에 벌어졌던 과거의 논쟁에 발목이 잡혀 미래의 발걸음을 내딛지 못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 WCC 회원교단 뿐 아니라 모든 교단들이 하나로 힘을 모으고 사회와 정부 그리고 언론이 협력하여 세계교회의 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여야 할 것이다. 올림픽 유치 경험이 한국을 세계적 국가로 성장하는 도약의 발판이 되었듯이 이번 WCC 총회 유치 경험이 한국교회를 세계적 안목을 지닌 성숙한 기독교로 거듭나게 하며 새로운 선교적 비전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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