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단테, 안단테"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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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4일(수) 17:02

1789년 프랑스 혁명 때에 혁명 본부에서 일주일을 10일로 바꾼 적이 있었다. 그러자 모든 산업의 생산량이 40%나 감소했다. 이런 결과에 놀라 서둘러 일주일을 7일로 복귀시켰다. 1917년 러시아 공산혁명 때도 레닌이 일주일을 8일로 늘려보았다. 그러자 생산량이 30%나 감소했다. 레닌은 다시 일주일을 6일로 줄여보았다. 마찬가지로 생산량이 30% 감소했다. 레닌 역시 어쩔 수 없이 일주일을 다시 7일로 되돌려 놓아야만 했다. 6일을 일하고 7일에 쉬는 것, 이것은 하나님의 창조의 리듬이다.
 
사실 이 세상 모든 것에는 리듬이 있다. 사람에게는 바이오 리듬이 있다. 바이오 리듬은 신체 리듬, 감성 리듬, 지성 리듬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신체 리듬의 경우는 23일, 감성 리듬은 28일, 지성 리듬은 33일의 주기를 가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 계절에도 리듬이 있고, 식물과 동물에도 리듬이 있다. 음악에도 리듬이 있고, 바람에도 리듬이 있다. 이 모든 리듬은 다 하나님의 창조의 리듬을 따라 전개된다. 하나님의 창조 리듬을 따르지 아니하고 거스릴 때에 문제가 생긴다.
 
하나님께서 주신 창조와 안식의 리듬을 실천하고 가르쳐야 할 목사이지만 사실 나자신을 포함하여 한국 교회의 목회자들은 너무 바쁜 것 같다. 유학을 마치고 기쁨의교회에 부임하여 처음 몇 달 동안 체육대회에 참가하라는 초청 공문만 10장 넘게 받아 보았다. 친교와 체력 증진이라는 좋은 취지의 모임이지만 교계의 어떤 모임들은 이와 유사한 비본질적인 모임의 확대 재생산인 경우가 많다. 어떤 모임은 안 갈 수도 없고, 또 가자니 너무 분주해져서 딜레마다. 거기에 또 본질적인 목회 사역도 열심히 감당해야 한다. 가능하면 사역의 본질에 집중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어느 틈엔가 수많은 일들을 감당하다보면 하나님께서 주신 창조의 리듬을 거스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기쁨의교회 목회 4년 반 동안 두번 정도 에너지 소진의 위기가 있었다. 부족한 체력 탓도 있었겠지만, 리듬이 깨어졌기 때문이다. 주위에 노련하게 목회하시는 선배들을 보면 그들에게는 분명 여백의 미가 있다. 여유가 있고 쉴 줄 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 의욕이 앞서는 젊은 목사인지라 잘 쉴 줄 모른다. 쉼에 대한 철학이 부족한 것이다. 재창조(Recreation)로서의 쉼, 하나님 안에서 노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천국은 영원토록 노는 곳이 아닌가?
 
목회자들의 목회자인 유진 피터슨은 월요일을 자기 영혼을 위한 안식의 시간으로 엄격하게 관리하였다. 그러나 한국 목회자들의 경우 월요일은 또 다른 차원에서 분주하다. 쉼이 없는 목회, 너무 분주한 목회는 아닌가? 우리들의 내면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오늘 이 글을 쓰기 전에 모처럼 짬을 내어 반나절 동안 카메라를 메고 근처 식물원에 들렀다가 바닷가에서 산책을 하였다. 그곳에서 침묵으로 기도하며 우두커니 한참을 서 있었다. 약간이지만 새로운 충전과 활력이 느껴진다. 이 글을 쓸 자격이 조금은 있다. 하나님 안에서의 쉼은 낭비가 아니다. 재창조(Recreation)의 시간이다. 하나님의 창조의 리듬을 따를 때 거기에 샬롬이 있고 건강이 있다.
 시카고 윌로우크릭교회의 빌 하이벨스 목사는 "목회자가 성도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영육간에 온전히 건강한 목회자의 삶"이라고 했다. 일과 휴식의 적절한 조화를 통하여 가능한 삶의 모습이다. 존경하는 선배 목사님께서 이런 말을 해주셨다. "목회자로서 건강해지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목회로부터 자유하라!" 창조 세계의 마에스트로가 되시는 하나님께서 지휘봉을 드시고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 하다. "안단테, 안단테"

박 진 석
목사ㆍ포항 기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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