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할지라도 세상과 소통을

[ 기고 ] 첫 총대와 마지막 총대, 제94회 총회 참관기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10월 14일(수) 16:55

 
신종 인플루엔자 염려 속에 칼빈 탄생 5백주년을 맞아 제94회 총회가 소망교회에서 열렸다. 처음 총회에 참석하는 필자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처럼 기대 반 설렘 반으로 그 날을 기다렸는데, 감사하게도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며 기도제목을 얻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밀알처럼 이 땅을 섬겼음에도 어느 순간부터 찬밥덩이가 되어 움츠리고 있을 즈음에 지용수 총회장은 "하나님께서 함께 하실 것을 생각하면 두렵지 않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는데 그것은 한국교회를 향한 그 분의 음성 같아 큰 용기가 되었다.
 
내가 우리 교단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여러 가지 많지만, 무엇보다도 뛰어난 행정운영은 일반 사회단체보다 더 매끄럽게 민주적인 방식으로 잘 진행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총회 발언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는데 곧 질의내용에 따라 팻말 색깔을 다르게 하여 중복의견을 피하고 골고루 기회를 주고자하는 배려였다. 이런 제도 속에서도 고질적인 문제인 소수의 고정적인 발언자들을 적당히 분배하는 지혜는 여전히 총회장의 과제인 셈이다. 바라기는 이러한 총회의 경험들이 개 교회에도 반영되어 소통이 이루어지는 교회가 되길 소원한다.
 
하지만 이렇게 한국교단을 선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우리 교단임에도 몇 가지 진행방식을 통해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 가장 먼저 임원선거의 2% 부족이다. 부총회장 선거 전에 마지막 5분 소견발표를 할 때 어찌하여 후보들은 정책보다는 감정에만 호소한단 말인가. 더더욱 1차에서 과반수를 못 얻어 2차 투표를 할 때 호남 후보 3인이 총대들 앞에 손을 맞잡는 연출하는 순간 내 앞뒤에선, "1등이 떨어질 수도 있겠구나…"라는 소리가 들렸지만, 결과는 그것이 독이 되고 말았다. 이것보다 더 큰 충격은 최초로 선출하는 장로부총회장 선거였다. 당연히 단독후보이기에 과반수를 얻으면 당선됨에도 낙선이 되었다. 그리고 편리성을 위해 도입했던 전자투표는 인내를 시험할 정도로 많은 시간을 요해 무용론까지 나왔다. 시도는 좋았지만 불안전한 시스템을 보완하여 모두가 동의할 수 있도록 선거과정도 영상으로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둘째는 시대를 역행하는 안건들이다. 이번 총회에서 가장 뜨거웠던 감자는 '75세 정년 연장안'이었지만 40여표만 찬성했다. 시대적으로 볼 때 오히려 정년을 줄여야 될 판인데 늘린다는 것은 세상과 동떨어진 우리만의 잔치가 될 꼴이다. 현실적으로 '하나의 신학대학원 안'이나 양화진 사태들은 총회에서 꼭 다루어야 중대한 사안임이 분명하지만, 그런 안건들조차 '떡고물'싸움이라고 말하는 총대들이 많았다. 필자는 1년에 한 번 모이는 총회에서 왜 갈수록 더 심각해지는 목회적 환경변화에 대한 발언과 대안은 없고 대부분 사업보고에 머물까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우리 노회에서도 지난 한 해 동안 세례교인은 늘었지만 청년부와 남선교회가 30%나 줄어들었다. 이상하게도 '3백만 성도운동'을 통해 전도를 함에도 전체출석에는 변함이 없다. 이러한 실제적인 대안을 이야기해야지 소수의 총대들만의 말잔치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회가 불안하고 교회 성장도 멈췄지만 그럼에도 필자는 우리 교단의 역량을 믿고 싶다. 아무리 암울할지라도 세상과 소통하는 교단이 되어 양화진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고, 시대감각을 찾아 교단 산하 7개 신대원 통합을 이번 회기 때 이루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런 후에 시대적 요청인 타 장로교단들과의 통합과 교류를 통해 견고한 교회 상을 정립하므로 명실상부한 통합측 총회가 되길 두 손 모아본다.

한 억 만
목사ㆍ강릉포남교회ㆍ관동대겸임교수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