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문화와 선교"<上>

[ 연재 ] 기독교대학 교수 논문 현상 공모 우수논문 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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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4일(수) 11:31

조용훈교수 / 한남대학교ㆍ기독교학과

우리나라에 기독교대학이 설립된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는 선교에 있었다. 구한말 외국 선교사들은 기독교 정신과 세계관을 지닌 인재 양성을 통해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려는 목적으로 우리나라에 고등교육기관을 설립하였다. 그렇게 세워진 기독교대학들은 비기독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기독 학생들을 교회와 사회의 지도자로 양성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기독교대학에서 선교에 대한 열정은 점점 시들해졌다. 심지어 기독교적 정체성을 상실하고 세속화되면서 선교에 부정적 역할을 하는 경우조차 생겨나고 있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 교회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던 젊은이들이 기독교대학에 들어오면서 신앙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어 기독교인 학부모와 교회 지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성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오늘날 기독교대학들을 기독교 학술문화의 선도자로 보기 어렵게 되었다.

물론 오늘날 젊은이들이 교회에서 떠나고, 안티 기독교 입장을 가지는 원인을 기독교대학의 책임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젊은이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부정적 이미지를 주고 있는 교회 역시 책임이 있다. 때로는 잘못된 교회의 선교방식 자체가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학원복음화협의회가 2006년 전국 14개 대학 약 1천2백여 명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우리사회에서 기독교 인구의 감소 원인을 묻는 질문에 기독 대학생은 '교회의 대외 이미지 실추'(39.3%)와 '독선적인 포교활동'(12.3%)이라 대답했고, 비기독 대학생은 '교회의 독선적인 포교활동'(53.3%)과 '대외 이미지 실추'(25.5%)라 대답했다. 대학선교에 있어 교회의 사회적 신뢰성 회복과 선교전략의 수정이 요청됨을 확인할 수 있다.

기독교에 대한 이러한 비우호적인 환경 속에서 기독교대학은 정체성을 회복하고 선교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치는 노방전도나 길을 지나는 아무 학생이나 붙잡고 사영리를 전하던 전통적인 전도방법은 더 이상 효력이 없다. 오히려 반기독교 정서만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제 우리는 변화된 캠퍼스 환경과 피선교자에 어울리는 새로운 대학선교 방법을 구상해야 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복음과 문화의 상관성에 기초한 선교전략일 것이다.

사회적으로 보면,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로 문화가 정치 경제만이 아니라 사회생활의 핵심이 되고 있다. 신학사적으로 보더라도 21세기는 '복음과 문화'의 문제가 핵심적 쟁점이 될 것이다. 특별히 우리가 대학선교에서 문화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복음과 문화가 세 가지 차원에서 상호 밀접히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문화는 선교의 토양으로서, 동일한 복음의 씨앗이 문화적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른 결실을 맺음을 볼 때 문화에 대한 선교적 이해가 필요하다.

둘째, 문화는 선교의 방법이랄 수 있는데, 이는 수용자의 세계관과 언어, 생활방식에 익숙한 문화선교 전략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셋째, 문화는 선교의 목표이기도 한데, 이 말은 복음의 씨앗이 뿌려지고 신앙이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개인과 사회의 생활방식(문화) 전체가 기독교적으로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선교의 최종 목적은 삶의 변화, 즉 문화의 변혁에 있다.

기독교적 대학문화, 즉 대학의 기독교적 기풍(에토스) 혹은 기독교적 분위는 기독교대학의 정체성을 이루는 핵심 가운데 하나이며 대학선교의 핵심 변수다. 아무리 대학정관에 기독교 정체성을 강조하고 제도적으로 교목실을 두어 채플을 운영한다 해도 만약 캠퍼스에서 느껴지는 기풍에서 기독교적 요소들을 알아차리거나 느낄 수 없다면 좋은 기독교대학이라 하긴 어렵다. 대학 캠퍼스의 강의실과 연구실, 행정실, 그리고 비공식적 교육공간인 캠퍼스 구석구석에서 대학구성원들의 모습을 통해 기독교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대학의 선교적 노력도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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