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情많은 한국인, 이주민 품어야..."

[ 인터뷰 ] 이민 1세로 캐나다 공직판사 자리에 오른 홍중표장로, '차기대통령에게 드리는 메세지' 발간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09년 09월 30일(수) 09:25
   
▲ 홍중표장로는 "이주민도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배타적인 한국사회의 모습을 지적했다.
캐나다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만해도 청년 홍중표의 나이는 25살에 불과했다. 1941년 용인 출생의 청년이 장성해 1993년 캐나다 연방정부 시민권판사의 자리에 올랐다. 외국인으로서 판사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기적같은 일이다. "시민권판사로 일할 때 최소 5만명 이상에 시민권을 발급해준 것 같아요. 나 자신이 이주민으로 시민권을 받았기 때문에 아이러니같은 일이었죠."

2000년부터 캐나다 온타리오주 치안판사로 보직이 변경된 홍중표장로(토론토 한인장로교회)가 최근 '차기 대통령께 드리는 메세지(도서출판 영문)'라는 책을 펴냈다. 청운의 꿈을 안고 한국을 떠나 이방인의 땅에서 자신만의 터전을 일궈낸 그가 다시 조국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9월 31일부로 치안판사 생활도 9년째에 돌입했습니다. 제가 가둔 사람도 그만큼 많아졌지요(웃음)." 그런데 범죄자들이 주로 부적응으로 인해 주류사회에 진입하지 못하고 맴도는 이주민이었다고 한다. 물론 한국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국으로 눈을 돌린 것도, 차기 대통령을 의식한 것도 모두 이주민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됐다. 한국사회에 다문화가정이 급증하면서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접하게 된 것. 그는 "우리는 나와 같은 사람만 사랑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은 엄청나게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주민도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해서는 안되겠죠…." 그는 "북한 등 다른 나라의 인권은 이야기하면서 정작 우리 안은 보지 못한다. 한국의 인권문제가 다른 아시아국가들과 차이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지금부터 편견없는 세상을 만들지 않으면 10년 이내 한국사회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별은 차별아닙니까?"

청년 홍중표에게 기회를 준 토론토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1백70개 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인도사람이 경찰이 되면 뱃지를 터번에 달 만큼 열려있는 전형적인 다문화사회다. 홍 장로는 자신이 받은 기회의 빚을 이주노동자들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일을 통해 갚기로 했다. 그 결단은 2년전 아내와 사별하면서 더욱 확고해졌다. 이번에 발간된 책의 판매수익금을 외국인근로자들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기로 한 것도 이때문. "한국에서 이런 일을 하라고 지난 40여 년간 저를 모세처럼 훈련해오신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구체적인 밑그림도 가지고 있다. '다문화증진협회(가칭)'와 같은 기관을 세워서 국제적인 기관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이주민과 관련된 긍정적 부정적 사례들을 수집해 백서를 편찬하고 종국에는 차별방지법에 관련된 법안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고 이주민으로서 캐나다 최고 공직에 올랐기 때문일까. 그는 희망과 바람을 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아는 듯 했다. 실질적인 '행동'을 위해 온라인공간에 '외국인노동자와 다문화가정 권익을 위한 모임(cafe.daum.net/multicult)'이란 카페도 개설했다.

"한국인의 장점이 '정(情)' 아닙니까? 그 정으로 이방인들을 사랑하고 품어주어야죠.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명령은 모든 기독교인들에게 예외가 없으니까요. 21세기의 시민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한국인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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