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

[ 땅끝에서온편지 ] < 6 > 선교지에서의 실수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9월 22일(화) 10:08
   
▲ 천진난만한 모습의 주일학교 학생들 모습.

선교사가 선교지에 도착하게 되면 수없이 많은 낯선 상황들을 접하게 된다. 그 상황들이 때로는 선교사들을 무척이나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들 속에서 많은 실수와 실패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나 역시도 그러한 상황들 가운데 많은 실수와 실패가 있었다. 그렇다고 나의 실수와 실패가 선교의 실수나 실패는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은 그러한 나의 실수와 실패들을 통하여 더 효과적인 선교를 하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구소련 선교는 타 지역의 선교들과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열매를 거두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고려인이라는 디아스포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1991~2년 사이에 수많은 한국 선교사들이 한꺼번에 물밀듯이 밀려 들어갔다. 그리고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고려인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이 어설프지만 한국어로 선교사들의 입을 대신하였다. 타 지역에서는 2~3년간 필히 언어 연수를 하게 되어 있지만 구소련의 선교 초창기는 그러한 언어 연수의 기회도 없이 사역이 바로 시작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교회로 몰려오고 매일매일 새로운 상황들이 전개됨으로 가만히 앉아서 공부만 할 수가 없었다. 사역을 하면서 언어를 공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다가 고려인들이 통역의 역할을 함으로 언어 소통에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대부분의 선교사들이 고려인 통역을 쓰게 되고 그것은 선교사들의 언어 훈련에 큰 걸림돌이 되었다. 그러한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러기에 선교사들이 언어 공부를 하기보다는 통역들을 먼저 훈련시키고 그들을 통하여 전도가 되게 한 것이다. 물론 장단점이 있다. 결국 통역들이 사역자로 나서는 경우가 많고 또 사역들이 빠르게 전개 되었다는 것이다. 또 통역들을 통한 관계 전도가 쉽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선교사들은 언어를 공부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고 교인들도 어설픈 선교사들의 말보다는 오히려 시원스러운 통역들의 말을 듣는데 익숙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이 앞으로 계속될 수는 없다. 선교사들이 통역에 의존하는 시대는 이제 끝을 내야 한다. 그리고 구소련 선교도 선교사들이 교회를 개척하는 시대도 지나갔다. 현재까지도 수없이 많은 현지 지도자들이 배출되었고 그들이 교회를 개척하며 그들이 직접적으로 전도를 하고 있다. 이제 선교사들은 이들을 재훈련하고 후원함으로 사역을 물려  주어야 할 때가 이르렀다. 아직도 익숙하지 못한 러시아어가 늘 마음에 부담으로 남는 것이 내게는 실수이다.
 
또 하나 마음에 부담으로 남아 있는 것은 현지 교회를 이양하는 문제였다. 10년을 정신없이 사역에 임하였고 모든 정열을 쏟아 부었다. 안식년을 가질 여유도 없었다. 교회를 건축하였고 어느 정도 교회는 자리를 잡고 자립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런데 그만 후원하는 교회와 관계가 정리되게 되었다. 다른 후원교회를 구하기 위하여 한국으로 나가게 되었고 쉽지 않은 가운데 한 교회로부터 청빙을 받았다. 십년을 선교지에 있다 보면 국내 목회에 대한 유혹을 받게 되는데 후원도 정리된데다가 기존 교회로부터의 청빙은 물리치기 어려운 시험이었다. 결국 10년의 사역을 정리하기로 하고 한 달 만에 사역 지를 후임에게 넘기고 선교사 를사임하고 국내 목회를 하게 되었다. 내게는 너무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현지 교회가 전혀 준비되지 못한 가운데 이양은 너무 많은 문제를 안게 되었다. 교인들과 신임 선교사와의 갈등이 있게 되었고 그것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일 년 만에 다시 선교지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것은 너무나 지친 가운데 내려진 나의 커다란 실수였다. 물론 후임 선교사는 그 후 타 지역으로 가서 사역을 아름답게 열었다. 한 곳을 떠났다가 다시 그곳으로 간다는 것이 커다란 오점으로 생각되어 심적으로도 힘들었지만 하나님은 그 일로 인하여 교회를 더 넓게 분포되도록 하시었다. 후임 선교사에게는 새로운 도전을, 내게는 선교에 대한 마음의 확정을, 교인들에게는 새로운 교회 개척을 하게 하시었다. 사실 선교사에게 있어서 안식년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그것은 다음 사역들을 위한 필수 사항이며 선교사역을 바르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위의 두 가지 실수는 분명히 선교사로서 부끄러운 일이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님은 나의 실수도 사용하시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게 하시었다.

카자흐스탄 김상길선교사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