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독교서회 사장, 교회연합정신 실종 유감

[ 기고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9월 16일(수) 15:55

대한기독교서회는 문서선교기관으로 설립된 이래 오랜 세월 한국교회의 연합기관으로써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해 왔다. 그러나 최근 열린 재단이사회가 사장의 인사문제를 다루면서 연합기관으로서, 교회연합 정신을 망각한 결의를 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참으로 하나님과 교회 앞에 부끄럽고 통탄할 일이다. 재단이사회는 한국교회의 거룩함과 에큐메니칼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말았다. 연합기관의 장이 하나님과 교회를 위한 봉사직이 아니라 각종 정치 술수와 이권의 자리가 된 듯하여 씁쓸하기 그지없다.
 
지난 9월 11일 열린 이사회에서 이미 연임을 통해 8년 째 사장으로 대한기독교서회를 섬기고 있는 현 사장의 3번째 연임을 허락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몇가지 소회를 밝히고자 한다.
 
먼저 이사회가 왜 그리 급하게 사장 인선을 서두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임기가 아직 6개월 여 남아있는 사장의 인사문제를 다루기엔 시기 상조인데다가, 연합기관의 수장을 선출함에 있어 각 교단에 후보자를 내라는 통보도 없었을 뿐더러 더욱이 재단법인의 대표이사 사장을 선출한다면 공개채용 공고를 냄이 마땅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밀실 야합 정치와 같은 행태를 보임은 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연임 청원이기에 공고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둘째로 이사회 소집 절차가 상당히 무리가 있어 보인다. 본교단 파송 이사들은 불과 4일 전에야 소집 통지 공문을 받았다고 한다. 만국 통상규례에 의하면 2주일에서 1주일 이전에 회의 소집 통지를 하게돼 있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소위 갑작스런 만남을 '번개팅'이라고 말한다. 번개처럼 갑자기 이뤄진다는 뜻일 것이다. 한세기가 넘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명실공히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의 중요한 사장을 결정하는 이사회를 이처럼 번개팅으로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셋째, 본교단 이사들이 현재 대한기독교서회와 한국찬송가공회 사이의 난제들을 은혜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의 중심에 있는 사장 선임을 연말까지 연기하자고 했으나 이를 무시하고 본교단 이사들이 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출을 강행처리한 것은 교단연합 정신을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필자는 현 연합기관장의 임기와 관련, 연합운동의 정신을 말하려는 것이지 혹여라도 특정 개인을 지칭하여 인신공격하고자 함이 아님을 밝힌다.
 
넷째, 정관에 '사장은 중임(重任)할 수 있다'로 돼 있으니, 법적 하자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연합기관의 기관장을 선출함에 있어 연합정신에 의해 교단 안배라는 아름다운 전통이라면 전통이요, 미덕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한국교회가 균형있는 시각을 가지고 고른 발전을 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8년이면 전문경영인으로서 역량을 발휘하고 열매를 거둘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리더십의 가장 고질적인 병폐가 무엇인가? 그것은 장기집권이다. 대한민국 역사를 보아도 그렇고 세계 어느나라든 장기집권의 말로가 아름다운 경우는 들은적도, 본적도 없다.
 
지난달 30일 치러진 일본의 중의원 총선거에서 제 1야당인 민주당이 54년간 장기집권을 한 자민당에 압도적인 승리를 했다.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도 물론 큰 의미가 있으나 이보다는 자민당의 몰락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쪽이 많다. 그동안 장기집권 과정에서 쉴 새없는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 고리의 형성, 격차사회(隔差社會)라고 하는 사회의 양극화 심화, 국민 위에 군림하는 잘못된 권위를 바탕으로 한 관료주의 팽배 등으로 이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이 극에 달하면서 격변의 선거 결과를 낳았다.
 
"위기감 속에 돌파구를 찾는다"는 명분으로 이른바 '바람의 정치'를 펼수록 한국교회 연합운동 정신은 기형아가 되고 연합운동은 고사하고 말 것이다. 자민당의 참패를 타산지석 삼아야할 것이다.

정  려  성
목사ㆍ세진교회
기독교서회 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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