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

[ 땅끝에서온편지 ] < 5 > 교회 건축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9월 16일(수) 15:20

   
▲ 부천 참된교회의 재정지원으로 알마아타에 건축한 현지 교회. 설계대로라면 5년이 걸릴 것이라던 예상과는 달리 9개월만에 공사를 마쳐 IMF를 피할 수 있었다.
선교지에 교회를 건축하는 것이 선교 정책상 맞느냐 안 맞느냐 하는 문제는 지역의 사정에 따라 다르리라고 본다.
 
구소련에서의 선교는 사실 제3세계의 선교와는 다르다. 이미 러시아 정교회와 이슬람교라는 전통 종교가 자리잡고 있고, 거대하고 화려한 교회들과 웅장한 사원들이 현지인들의 관념 속에 박혀 있는 곳에서 홀을 빌리거나, 아파트나, 가게를 빌려서 예배를 드리는 것이 이들에게는 이단같이 보일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왔다가는 실망을 하고 돌아가는 그들의 뒷모습이 가슴 아프게 느껴지는 것이다. 교회란 보이는 것이 다 교회의 본질이 아니라고 아무리 이야기 하여도 이들의 오랜 전통과 깊이 박힌 관념을 깨뜨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사실 내게는 교회 건축이 선교정책을 떠나 또 하나의 의미가 있다. 1993년 1월 부천 참된교회의 박창하목사님이 선교지를 방문했다. 파송 받은지 일 년이 되던 때이다. 그 당시는 직항로가 없던 때라 모스크바를 거쳐 알마아타로 들어왔다. 이곳에서 모스크바까지 비행기로 다섯 시간이 소요된다. 모스크바로 마중을 나가 목사님을 만나 알마아타로 들어왔는데 오신 이유가 무명으로 어떤 분이 알마아타 교회 건축 헌금을 하시어 그것을 갖다 주러 오셨다는 것이었다.
 
사실 들어온 지 일 년밖에 안되었기에 교회 건축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터라 교회 건축을 위해 요청도 하지 않았는데 어떤 권사님이 기도 가운데 건축 헌금을 하셨다는 것이다.
 
당시는 이곳은은행 시스템이 잘 돼 있지 않아 돈을 송금하기가 어려웠다. 그 헌금을 일단 받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지만 시작을 하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1995년 12월 내게는 아주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생겼다.
 
아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아파트 문을 여는 순간 밖에 기다리고 있던 강도 네 명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권총과 칼을 들고 들어와 온 식구들을 묶고 돈을 요구하였다. 목에 칼을 겨누고 손을 뒤로 묶고 입에 벗어 놓은 양말을 틀어넣었다. 소파의 외피를 벗겨 머리에 씌웠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은 그렇게 하여 돈을 찾아내고는 식구들을 묶어 놓은 채로 집을 나갔다. 다행히 식구들은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이런 일을 겪은 후 모든 것이 싫었다. 떠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떠나게 해 달라고 기도하였다. 응답이 없었다. 그 일이 있은 후 일 년이 지나갈 때 기도하기를 만약에 이곳에 남아야 한다면 남아야 하는 분명한 이유를 가르쳐 달라고 하였다.
 
그 때 하나님은 내 마음에 교회 건축을 하게 하시었다. 1997년 0시 예배를 드리며 교인들과 교회 건축을 놓고 기도하였다. 그리고 2월에 한 달의 여유를 가지고 모금을 하기 위하여 한국을 방문하였다. 제일 먼저 찾아간 교회가 부천 참된교회이다. 교회 건축을 요청하기도 전에 교회 건축 헌금을 보낸 교회이다. 목사님께 찾아온 목적을 말씀드린 후 주일 낮 예배 설교를 맡아 설교를 하였지만 목사님의 요청에 의하여 헌금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낮 예배 후 임시 당회에서 설계도를 놓고 설명을 하고 오후 예배를 다른 곳에서 인도하기 위해 교회를 나왔다. 그 날 저녁 박창하목사님이 전화를 주셨다. 당시 건축 예산이 32만 달러였는 데 그 당시로는 내가 감당하기엔 큰 돈 이었다. 그런데 저녁예배 후 임시 재직회가 모여 그 돈을 모두 그 교회가 담당해 주기로 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다.
 
더 이상 국내에 머물 이유가 없었다. 곧 바로 알마아타로 들어와 3월 첫 주일에 우중 가운데 교인들과 함께 기공예배를 드리고 공사를 시작하였다. 설계대로는 5년이 걸린다는 건축을 9개월 만에 끝을 내었다. 하나님이 왜 그렇게 내게 서두르게 하시었는지 공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인 1997년 11월, 한국에 IMF가 터지면서 그것을 알게 되었다.
 
정확하게 시간을 맞추시는 하나님! 지난 호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고난 뒤에는 반드시 하나님의 은혜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세워진 교회는 모슬렘의 사원이 멀지 않은 곳에 십자가를 높이 달고 복음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공식적인 교회로 등록이 되어 하나님의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내게는 이 교회 건축이 교회를 건축하는 것 이상의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체험하는 놀라운 은혜의 현장이었다.

카자흐스탄 김상길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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