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찬송, 성경에 근거한 가장 합당한 예배음악

[ 칼빈탄생5백주년 특집 ] (32) '칼빈의 예배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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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9월 16일(수) 15:12
   

칼빈이 예배와 관련하여 회복하고자 했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성경이 가르치는 사도시대의 예배의 순수성을 되찾으려는 것이었다. 즉 칼빈은 예배의 개혁이 사도시대의 예배가 간직하고 있었던 순수성의 회복이며, 이를 위하여 예배의 모든 순서는 성경의 가르침에서 그 정당성을 찾아야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칼빈이 개혁하고자 했던 예배의 가장 기본적인 정책은 성경의 보증과 고대교회의 모범이었다.
 
특별히 칼빈은 사도행전 2장 42절("사도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제하고, 떡을 떼며 오로지 기도하기를 힘쓰니라")을 사도시대 교회의 매우 중요한 관습으로 이해하였고, 바로 여기에 교회 예배의 가장 중요한 네 가지 요소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즉 그는 행 2:42절 말씀을 근거로 "이와 같이 교회의 집회에서는 반드시 말씀을 가르치고, 기도를 드리며, 성찬에 참여하며, 구제하는 것이 정착이 되었다"(기독교 강요 4:7:44)고 말하면서, 말씀선포(가르침), 성례, 공중기도(찬송 포함), 그리고 교제(구제)가 예배의 가장 중요한 네 가지 요소임을 지적하였다.
 
그런데 앞서 지적하였듯이 칼빈은 기도를 말씀과 성찬과 함께 예배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여겼다.
 
말씀과 성례를 통해서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확고해진 인간은 자신에게는 없는 하나님의 은혜를 기도를 통해서 간구하게 되는데, 따라서 예배에 있어서 기도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그런데 칼빈은 이렇게 예배의 매우 중요한 요소들 가운데 하나인 기도에는 '말로 하는 기도'와 '노래로 부르는 기도'가 있다고 하였다. 여기서 칼빈이 말하고 있는 '노래로 부르는 기도'가 바로 찬송이다. 따라서 칼빈은 예배에 있어서 회중들의 찬송을 격려하였고, 다만 회중찬송의 가사는 모든 예배의 요소들이 그렇듯이 언제나 성경에 그 근거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회중이 마음의 진실함으로 하나님께 기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하여 예배에 회중찬송을 도입하되, 이를 위하여 시편찬송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다.
 
칼빈은 "입으로는 나를 가까이 하며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라 그들의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났도다"(사 29:13)는 말씀을 근거로 입술로만 하나님을 찬양하면서 그 마음의 진실함이 빠져버린 기도와 찬송에 대해서 비판했다. 그 마음의 진실함이 없이 혀와 입으로만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는 허식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칼빈은 교회에서 기도를 노래로 부르는 문제에 있어서도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의 진실함에 있다고 강조한다. 만일 음악이 인간의 마음을 자극하여 그 마음의 진실함으로 하나님께 기도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는 음악의 도입을 찬성한다(기독교강요 3:20:31). 그러나 음악이 가사의 영적 의미에는 관심을 갖지 않게 하고, 곡조에 인간의 마음을 빼앗기게 한다면 교회는 예배의 음악을 도입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칼빈의 음악에 대한 이러한 입장을 좀 더 잘 이해하려면, 동시대의 개혁가들이었던 루터와 쯔빙글리의 입장과 비교하여 칼빈의 입장을 살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먼저 루터는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파하기 위하여 로마 가톨릭 교회의 미사음악, 종교개혁 이전의 독일 종교음악 그리고 독일 민속음악도 예배음악의 자료로 모두 받아들였다. 루터는 예배음악이 그 형식이 어떻든지 간에 복음을 담을 수만 있다면 그 외의 다른 조건들은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반면에 쯔빙글리는 이와는 정반대로 예배에서 모든 음악을 제거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는 교회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큰 소리로 기도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외식적인 행동이라고 보았다. 급진적인 개혁가 쯔빙글리는 교회의 예배에 음악을 도입하면 회중이 음악에 그 마음을 빼앗길 것을 염려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예배에서 음악을 제거하면 회중들이 설교와 기도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그는 예배에서 음악이 사라지게 하였고, 특별히 교회에서 오르간을 파괴하도록 명령하기도 하였다. 예배음악에 대한 쯔빙글리의 이러한 급진적인 개혁은 예배학자 제임스 화이트(James White)가 지적하였듯이 '기도의 활성화'를 위한 음악의 희생이었다.
 
그런데 칼빈은 루터가 보았던 음악의 유용성과 쯔빙글리가 보았던 음악의 위험성을 동시에 보았다. 결론적으로 칼빈은 회중이 그 마음의 진실함으로 하나님께 기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하여 예배에 음악을 도입하되, 음악의 유용성을 극대화하며,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나아가기를 원했는데, 그것이 바로 회중찬송으로서의 시편찬송이었다.
 
칼빈은 특별히 "시편은 우리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찬양하며 하나님께 기도하도록 격려하고, 또한 마지막 순간까지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분을 경외하며 그 분께 영광을 돌리게 함으로써 하나님의 역사에 동참하게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칼빈은 하나님께 사랑과 경외와 영광을 돌리며 하나님의 역사에 동참하기 위한 목적에 가장 부합되는 찬양은 시편 가사를 단순한 멜로디로 온 회중이 함께 부르는 형태라고 보았다. 앞서 이미 언급했듯이 칼빈은 예배의 모든 순서가 성경에 근거해야 한다고 보았는데, 따라서 회중찬송의 가사 역시 언제나 성경에 근거를 두어야 하므로, 이에 가장 부합한 것은 바로 시편찬송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칼빈은 예배음악에 있어서 루터와 확연하게 그 입장이 갈라진다. 루터는 미사음악이나 심지어는 세속음악까지 복음의 전달을 위해서 사용될 수 있다고 보았지만, 칼빈은 성경에서 출발하지 않은 음악은 예배음악으로 부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또한 칼빈은 찬송의 멜로디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는데, 음악에서 꾸밈음, 기교적인 음, 무용곡을 위한 리듬 등을 모두 가락에서 삭제하기를 원했고, 음악가들이 예배음악을 우아하고 화려하게 만들려는 모든 시도에 반대하였다. 따라서 그의 예배음악의 기본적인 원칙은 각각의 음절이 명확하게 구별되는 단순한 멜로디로, 모든 회중이 하나의 음으로 노래하는 제창이었다. 그는 음악적인 기교가 인간의 마음을 가사에서 멜로디로 옮겨버릴 수 있다는 위험성을 차단하려고 하였던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예배의 회중이 음악적 기교에 매료되어서는 안 되고, 오직 성령님의 인도를 받아 마음의 진실함으로 하나님께 기도하는 마음으로 노래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생각에 가장 합당한 노래가 바로 시편찬송이었다.
 
그래서 칼빈은 제네바에서 목회를 하는 동안 시편찬송을 교회에 정착시키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였고, 1542년에 '제네바시편찬송'(Genevan Psalter)을 출판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제네바시편찬송'은 개신교 예배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는데, 왜냐하면 이것이 온 유럽에 확대되면서, 회중이 시편을 노래로 부르는 이 형식이 개혁교회 예배의 중요한 전통으로 정립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온대로 칼빈은 시편찬송으로 대변되는 회중찬송을 노래로 부르는 기도로서 매우 중요시하였다. 그것은 말씀과 성례전, 교제(구제)와 함께 예배의 가장 중요한 요소들 가운데 하나이다. 칼빈은 시편찬송으로 대변되는 회중찬송은 회중들이 마음으로부터 복음을 간직하여 예배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깝게도 오늘 한국교회는 이 시편찬송을 잃어버림으로 예배의 역사에 있어서 매우 의미있는 한 요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주  승  중
▲ 장신대 교수
▲ 숭실대(B.A.)
▲ 장신대(M.Div.,Th.M.)
▲ 美 콜럼비아신학교(Th.M.)
▲ 美 보스턴대(T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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