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건축, 목회와 신학이 공간을 통해 표현되는 것"

[ 인터뷰 ] '세계의 교회건축순례' 저자 정시춘교수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09년 09월 15일(화) 19:28
   
▲ 프랑스 동부에 위치한 롱샹교회 전경. 사방으로 멀리 아름답고 평화로운 시골 풍경들이 내려다보이는 블레몽 언덕 위에 전쟁으로 파괴된 옛 예배당을 대신해 지어졌다.

신학과 건축학의 만남을 시도해온 정시춘교수(실천신대 겸임)가 지난 1982년부터 전세계의 아름다운 교회를 찾아 발품을 판 결과물을 최근 책으로 펴냈다.

'세계의 교회건축순례(도서출판 발언)'의 등장인물은 37개의 지구촌 교회들이다. 대부분 직접 답사했고 때로는 외딴 곳까지 정말 고생해서 힘들게 찾아간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정 교수는 "무릎꿇고 기도하고 싶게끔 만드는 예배당에 들어서는 순간 고생의 기억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고 회고했다. "나도 건축가지만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싶었죠." 그중 한 곳만 꼽아달라는 우문에 "하나하나가 다 보석같아서 어느 곳이 더 좋고 나쁘다는 평가는 불가능하다"며 "건축물마다 특징과 의도,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현답이 돌아왔다.

사람은 심미적 동물이다. 아름다운 예배당은 불신자에게도 환영을 받는다. 그가 말하는 진정한 아름다움은 웅장함이나 화려함 보다는 '자연과의 조화'에 가깝다. 교회가 창조된 자연의 일부로 존재해야지 정복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여기에 소개된 교회들도 지역에 흩어져 있는 작은교회들이 대부분이다. 정시춘교수는 "건축자의 창작의지는 대형 건축물보다 소형 건축물에 더 잘 나타난다"며 "뜻이 있지만 아름다운 교회를 지을 수 없다고 단념하는 작은 교회에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호화로운 재료가 아니라도 그 교회에 맞게 회중을 참여시키는 예배공간으로 만들면 된다고.

   
▲ 저자 정시춘교수.
'예배', 오늘의 그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어다. 잘 알려진 대로 종교개혁자 루터는 만인제사장설로 제단과 회중과의 간격을 좁히는 데 기여했다. "중세교회는 회중을 관객화시켰고 성직자들이 예배의식을 고도로 발전시키는 동안 회중은 구경만 해야했다"는 제임스 화이트의 말을 인용하며 정 교수는 "지금 개신교 회중들은 청중이 됐다"고 했다. 그리고는 회중이 참여하는 예배를 위해 '공간'이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원형교회, 정사각형교회, 다양한 의자배치 등이 모두 '회중의 예배참여'라는 하나의 목적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

"교회도 건축을, 건축가도 교회를 좀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신학의 문을 두드렸던 그는 어느덧 예배신학에 대한 열변을 털어놓는 건축가가 되어 "앞으로 힘이 닿는대로 신학교에서 목회자가 될 이들에게 교회건축을 소개해주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예배공간에 대한 연구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돼왔다며 정 교수는 "평생 해도 다 할 수 없는 분량"이라고 했다. "죽을때까지 놀일은 없을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교회가 건축에 대해 한단계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말을 남겼다. 아직도 교회건축을 성장의 수단으로 보고 무리한 건축을 진행중인 곳이 많은데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단호함이 묻어났다.

   
▲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해변에 위치한 웨이훼어러스 채플. 정시춘교수는 건축가 로이드 라이트(Lloyd Wright)가 설계를 통해 "신이 창조한 자연의 세계와 거기서 예배드릴 인간의 마음과 정신의 내면 세계사이의 일치를 찾고자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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