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통합 그리고 영광의 길

[ 논설위원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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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9월 02일(수) 16:15
   

김영철/목사ㆍ월드비전교회

우리 민족의 큰 지도자였고 민주주의의 산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서거를 대하면서 안타깝고도 애석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그러나 또한 그 슬픔의 한 가운데에서 일어나는 우리 민족의 생명의 기운을 인하여 큰 소망을 갖게 됐다. 그 생명의 기운은 DJ의 투병과 죽음 이후에 일어나고 있는 용서와 화해 그리고 통합과 상생의 기운이다. 고인과는 이념과 주장을 달리하는 분들까지도 모두 한 마음이 되어 함께 이 나라와 민족을 더욱 든든히 세우고자 하는 힘이 느껴진다.

평생 민주화 동지이자 권력의 경쟁자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YS)과 국내정치와 대북정책에 대해 DJ로부터 심한 비판을 받았던 현직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서 각 분야의 많은 사람들이 병실과 빈소를 찾아 쾌유를 위해 기도하고, 화해를 선언하고, 정중한 조문을 했다. 특별히 병상의 DJ는 그의 아들을 통해 YS가 병문안을 다녀갔고, 화해를 선언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아들의 손을 꼭 잡았다는 소식도 들었다. 고인이 투병했던 마지막 한 주간을 지난 세월의 갈등을 정리하는 화해와 포용의 자리로 만든 계기는 YS의 병문안이었다. 그는 서거소식을 듣고 누구보다도 먼저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했고 유족을 위로했으며, 그의 자택에는 조기가 게양됐다고 한다. 그의 모든 언행을 통하여 그의 진정성을 우리는 볼 수 있었다. 계속하여 DJ의 아들이 상도동을 예방하고 YS는 동교동계를 초청하여 위로할 계획이라고 하지 않는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난 것이다. DJ 서거 이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런 용서와 화해 그리고 통합과 상생의 기운이 충만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ㆍ15 광복절 경축사에서 국정운영의 기조로 국민통합, 사회통합을 제시한 바 있다. 화해와 통합 그리고 상생의 첫걸음은 대화이다. 대화가 사라지는 곳에는 생명의 기운이 단절된다. 대화가 사라질 때 우리는 독백을 하게 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자기의 주장과 의견에만 집중하여 독선에 빠지기 쉽다. 그리고 남을 배려하고 남을 우선하기 보다는 자기를 우선하고 자기를 앞세운다. 이타적이기 보다는 이기적인 생각과 판단과 주장과 행동을 하게 되고 또 상대방을 공격하게 된다. 서로가 이기적이 될 때 가정에는 행복이 사라지고, 사회는 각박해지고 살맛을 잃어버리기 쉽고 결국에는 사회적 고통이 뒤따르게 된다. 그러나 서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의견을 솔직하게 주고받을 때는 생명의 기운이 솟아날 수 있다. 그리고 충분하고 솔직한 대화는 통합과 문제 해결을 이뤄내는 힘이 있으며 그것이 결국 상생의 길이 된다. 충분한 대화를 통한 소통이 있어야 가정과 사회도 평안과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제 분야에 소통이 흘러넘쳐야 할 것이다.

최근 총회가 추진하고 있는 교단 간 교류와 교단 통합(연합)의 움직임은 매우 고무적이고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위해 참으로 용기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단순한 강단 교류 수준이 아니고 한국교회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길 만한 행보요 헌신이라고 생각된다. 이 또한 상생의 길과 무관하지 않다. 큰 일, 역사에 남을 만한 일에는 반드시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 희생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교단 분열로 인하여 그 역량을 하나로 모으지 못했다. 그러므로 당연히 사회봉사와 선교는 그 수고와 노력에 비해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었으며, 오히려 사회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오늘날 사회일각의 안티 기독교정서와 타종교의 공격으로부터도 교회를 온전하게 보호하지 못한 측면이 많았다. 그러니 이제라도 대화하고 협력하여 그 힘과 역량을 하나로 모으고자 노력하는 것은 교회의 발전과 선교를 위해서도 오늘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극과 극은 통한다. 플러스 극과 마이너스 극은 부딪칠 때 오히려 조화를 이루면서 전기를 만들어낸다.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만나는 곳에는 새로운 에너지, 사회통합의 동력이 만들어진다. 음과 양, 보수와 진보, 노와 사, 여와 야, 동과 서, 남과 북이 만나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과 한반도에 새로운 동력을 일으키고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북돋우는 새 희망의 시대를 우리 손으로 일구어 가야한다. 그리고 한국교회 안에도 그 일이 더 힘차게 일어나야 한다. 용서와 화해 그리고 통합과 상생의 현장에 하나님이 내려주시는 영광이 임재할 것이다(잠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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