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제, 박수칠 때 떠나는 아름다움

[ 기고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8월 19일(수) 15:35
매주 받아보는 기독공보를 통해 교단의 신학과 신앙, 그리고 교계의 소식과 방향을 접한다. 지난 2009년 8월 1일자 기독공보를 통해 전주 한마음교회 주건국목사의 '75세 정년 연장 교회가 원할 때까지가 바람직' 제하의 원고를 접했다. 제목부터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정년 연장은 금년 94회 총회에 정식으로 상정된 민감한 사안으로 한 사람의 의견으로 그칠 수만은 없는 중대한 사안이기에 읽고 또 읽고 되새겨보면서 이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다양한 의견들이 공유되면서 보다 교단의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의견으로 모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주건국목사의 옥고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어렵지 않게 읽어나가도록 하는 탁월한 문장력이 돋보였다. 특히 도입부에서 두 가지 대비되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의 흥미를 이끌었고, 차분하게 하나하나 주장의 근거들과 발전적 대안도 제시했다. 정년 연장 문제를 흑백논리로 무조건 안 된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탄력적으로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것을 제시하면서 성경적 근거로 주장의 힘을 더했다. 그러나 이 논거는 가만히 살펴보면 다소 무리한 발상으로 보인다. 모세와 바울을 비롯한 사도들에게는 정년이 없었고 미국교회도 정년이 없이 자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주의 일을 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과연 논리적으로 타당한 것일까. 아론이 83세에 부름 받아 그의 아들 엘르아살에게 제사장을 물려주기까지 평생 제사장의 직무를 감당했다는 언급은 마치 목사에게는 정년도 없고 세습도 성경적이라는 식의 주장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모세와 사도들의 시대는 오늘 우리의 시대와는 다른 상황적 이해가 필요하다. 그 당시는 그야말로 하나님의 역사하심에 의한 특별한 시기로 오늘 우리의 시대에 그대로 대입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
 
마찬가지로 오늘 우리 시대는 어떠한 지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수많은 청년실업과 경제난으로 온 국민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시대다. '오륙도', '사오정', '이태백'이라는 신조어가 생겼고, 취업을 못한 청년층의 우울과 좌절은 급기야 자살이라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에 대통령이 소속한 교단에서 장자교단을 표방하며, 다음 세대를 품는 교단, 섬겨야 함을 강조하는 교단에서 오늘 우리 시대의 아픔을 뒤로 한 채 70세 정년을 75세로 연장해야한다는 안건을 총회에서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과연 옳은가하는 생각이 든다. 가뜩이나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큰 우리의 아픈 현실에 정년 연장 안은 안티기독교의 불길에 기름을 퍼붓는 것이 되지는 않을까 싶다. 현재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기업체의 경우 평균 정년이 55세 정도이고 공무원이 60세, 교사가 62세, 교수가 65세이다. 그에 비해 목사의 정년은 70세로 제일 높다. 그런데 이게 짧다고 5년 더 늘리자는 것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역부족일 듯 하다. 오히려 정년을 5년 줄이자는 안건이 상정되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한 목회자가 너무 오래 시무하다보면 오히려 독점적 카리스마에 따른 부작용도 크다. 자칫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을 보듯이 예수님보다 담임목사를 바라보는 교회가 될 수 있다. 박수칠 때 떠나는 아름다움을 보여줘야 한다. '나 아니면 안 된다', '우리 목사님이 은퇴하면 교회는 어떻게 하나?'하는 생각은 신앙적이지 않다. 교회의 주인은 사람이 아닌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교목계의 한 선배 목사는 교사 정년이 62세이니 그때 혹은 그보다 좀 일찍 명예퇴직하고 남은 삶을 해외 선교사로 헌신하겠다고 한다. 아시아권은 서양의 실용적 사고와는 달리 인생의 연륜을 중시하는 문화로 나이 많은 선교사들의 역할이 크다고 들었다. 고령화 사회로 들어선 현 시대에 정년을 맞아 은퇴한 목사들이 은퇴한 신자들에게 사역할 영역도 많다고 본다. 이제 목회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목사가 아닌 신자로 부르지 않는다. 하나님의 일꾼에게 정년은 없다. 목회자들은 하나님이 부르시는 그 날까지 사명을 감당해야한다. 다른 항존직 직분자도 마찬가지이다. 정년 연장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아름다운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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