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의 편지가 한국으로 안내

[ 기고 ] 호주, 한국 첫 선교사 데이비스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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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8월 19일(수) 15:33

한국에 파송된 첫 호주선교사인 데이비드가 한국으로 오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받은 편지 한 통이 발견됐다. 이 편지에 관한 내용을 이상규교수(고신대)의 기고로 2회에 걸쳐 게재 함으로서 데이비스 선교사의 선교 이야기를 듣는다.  <편집자주>

금년 2009년은 호주의 첫 선교사 헨리 데이비스(Joseph Henry Davies, 1856-1890)가 내한한 지 1백20주년이 되는 해이다. 1880년대 한국에서는 4개 장로교 선교부가 선교사역을 시작했는데, 미국북장로교, 미국 남장로교, 캐나다장로교, 그리고 호주 장로교가 그것이다. 특히 부산지방과 경남지방에서 일한 선교부가 '호주장로교 선교부'인데, 호주 장로교회(정확하게는 '호주 빅토리아 장로교회', Presbyterian Church of Victoria)는 데이비스가 내한한 이후 한국에서 선교사역이 시작되었고 선교 사역은 부산과 경남지방에 집중되었다.
 
데이비스는 1백20년 전인 1889년 10월 2일 부산 땅을 밟았고 이틀 후인 10월 4일에는 인천항을 거쳐 서울로 갔는데, 거기서 한글을 공부하는 일로 약 5개월 체류하게 된다. 서울서 한글을 공부하며 조선 적응 훈련을 마친 그는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서 일하겠다는 각오로 1890년 3월 14일 서울을 떠나 인천, 수원, 공주, 경상남도 하동을 거쳐 칠원, 함안을 지나 그해 4월 4일 부산에 도착한다. 그러나 부산에 도착했을 때는 먼 보도 여행과 불편한 잠자리와 음식 탓으로 건강을 잃었고, 폐렴과 천연두에 감염된 그는 부산에 도착한 다음 날인 1890년 4월 5일 토요일 부산에서 사망했다. 한국에 온지 6개월, 정확하게 한국 땅을 밟은지 1백83일 만이었다. 이때 그의 나이 34세였다. 부산서 사망한 첫 서양인인 그는 복병산(지금의 남성여자중고교 운동장 자리)에 묻혔다.
 
그러나 그의 죽음 때문에 호주 빅토리아주 장로교회는 큰 충격을 받고 한 젊은이의 죽음을 헛되게 할 수 없다하여 선교단체가 조직되었고 그의 뒤를 이어 후속 선교사들이 부산지방으로 파송되었는데 해방 전까지 78명의 선교사(해방 이후까지 1백20명)가 내한하여 부산 진주 마산 거창 그리고 통영 지방에 거주하며 선교사역에 매진하게 된다. 말하자면 한 젊은이의 죽음이 큰 결실을 가져온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원래 데이비스는 호주의 CMS(영국교회 선교회) 파송으로 인도에 파견되어 약 2년간 일한 바 있고 건강이 좋지 못해 호주 멜보른으로 돌아온 그는 멜보른대학을 졸업하고 멜보른 교외인 카오필드에 학교를 설립하고 교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항상 다시 인도로 돌아가고자 했다. 그러나 어머니를 보양해야하는 의무감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러나 1886년 어머니가 사망하자 다시 인도 선교사로 가고자 했다. 그런데 이 때 데이비스는 한통의 소중한 편지를 접하게 된다.
 
이 편지는 중국에서 일하고 있던 영국성공회 소속 월푸(John Wolfe)의 편지였다. 월푸는 1887년 힘들게 부산을 방문하고 선교지인 중국으로 돌아갔고 선교사 없는 부산에 선교사를 보내주도록 여러 곳에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이렇게 되자 월푸목사는 부산 방문기와 한국선교사가 필요하다는 편지를 호주 멜버른의 매카트니목사(H. B. Macartney)에게 보냈다. 이 편지를 받은 메카트니는 이 글을 자신이 발간하는 선교잡지 '국내국외선교'(The Missionary at Home and Abroad)에 게재했다. 그런데 인도로 돌아가고자 했던 데이비스는 바로 이 편지를 읽고 한국이 인도보다 더 시급한 복음전도지라는 점을 인식하고 인도를 포기하고 한국으로 가기로 결단하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이 한통의 편지가 호주의 젊은 청년 데이비스로 하여금 한국으로 그리고 부산으로 오게 했던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 한통의 편지가 후일 호주의 1백20명의 선교사들이 한국과 부산, 경남지방으로 향하게 만든 동기가 된 것이다.

이상규
교수ㆍ고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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