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광야, 안식일의 현실

[ 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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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8월 19일(수) 09:22

고세진/목사ㆍ아세아연신 총장

기독교의 궁극적인 기원은 유대교에 있다고 할 것이다. 두 가르침 사이에는 유사성과 공통성이 많이 있겠지만 다른 점도 많이 있다. 서양의 경건한 신앙인들이 기독교를 한국에 전해 주었고 한국의 신학교들도 서양 신학교의 교과과정이나 훈육정신을 많이 따르고 있다. 자연히 한국의 기독교는 실천적인 면에서 한국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과 유대교적인 것들을 적용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런데, 필자는 유대교의 신자들, 랍비들, 유대인들과 살면서 기독교인들과는 다른 면을 많이 느꼈는데 그것은 유대교가 삶의 방식을 다루는 면에서는 기독교 보다 덜 교조적(敎條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의 여운이 있다는 말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첫째, 꿈과 현실을 구분 짓는다. 지난 밤에 이웃 여자와 외도하는 꿈을 꾸었다고 고백하는 신자에게 랍비는 무엇이라고 말할까? 꿈이란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는 마음 속의 생각이 잠자는 동안에 비쳐지는 것이므로 그런 꿈을 꾼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말할 것이다. 즉, 현실세계에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꿈을 꾼 것이니 자기 자신을 그만큼 절제하고 자제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므로 좋은 일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두 번째, 현실을 이겨내는 적절한 지혜를 강조한다. 아브라함 여호수아 허셸은 미국에서 활동한 저명한 랍비였다. 마틴 부버와 함께 20세기 서양 유대교의 위대한 사상가들이었다. 그가 뉴욕에 있는 유대교신학교(Jewish Theological Seminary)에서 교편을 잡고 있을 때에 입학 면접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에게 이런 질문을 하였다. 만약에 유다광야에서 여러 날 지나게 될 때에 한 두어 가지만 가지고 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면 무엇을 가지고 가겠느냐는 요지의 질문이었다. 수험생은 단호하게 자기 인생의 등불이며 신학교에 오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성경(구약성경)을 가지고 가겠다고 말하였다. 허셸은 웃음을 띠고 그 학생에게, 사실은 담요와 물을 가지고 가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충고를 하였다. 유다광야에서 물이 없으면 죽는다. 그리고 밤낮의 기온 차이가 큰 유다광야에서는 여름이라도 밤에는 얼어 죽을 가능성도 있다. 허셸은 현실을 모르는 종교적 열심에 대하여 가르침을 한 수 베푼 것이었다. 성경의 내용은 말할 것도 없고 인쇄물인 성경책을 엄하게 존중하는 유대교인에게는 랍비 허셸 교수의 말이 혁명적이었다.

세 번째, 인간 심성의 유연성에 대하여 깊이 이해한다. 샌즈의 랍비 하임(Rabbi Haim of Sandz)은 20세기 초에 유럽에서 활동한 유명한 하씨디즘 랍비였다. 그는 제자들을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어느 날 그는 강의실 창문 밑에서 서 있다가 지나가는 학생들을 불러 세웠다. 그리고는 안식일에 길을 가다가 돈이 잔뜩 든 지갑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면 유대교인은 안실일에 돈을 만지면 안되는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한 학생이 "그거야 당연히 주우면 안된다"고 답을 하였다. 그러자 랍비는 "바보 같은 대답"이라고 일갈하고 그 옆에 서있는 학생에게 "너는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두 번째 학생은 "그 지갑을 일단 줍겠다"고 하였다. 랍비는 그렇게 되면 율법을 범한 죄인이 된다고 일갈하였다. 그리고는 옆에 서 있는 다른 학생에게 물었다. 세 번째 학생은 처음 두 학생들에게 한 선생님의 답을 들었기 때문에, 주저하면서 대답하였다. "글쎄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안식일에 돈이 미어지게 많이 든 지갑을 길에서 발견하였다면, 저는 아마 그것을 주울까 말까 많이 망설일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그런 상황에서 바른 결정을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 때 랍비는 제자들을 향하여 "이제야 바른 답을 들었다"라고 말하였다.

필자는 유대교와 기독교 중에 누가 더 지혜로운지를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유대교에서도 얻을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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