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현장감 키워라

[ 연재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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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8월 18일(화) 17:24
김정호/목사ㆍ번동제일교회

매주 수요일마다 전도대원들이 짝을 이루어 전도를 나간다. 전도대원들을 파송하고 교회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자기는 안 나가면서 우리만 내 보내'라고 하는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았다. 이래서는 교인들에게 본이 안 되겠다는 마음의 가책으로 인하여 전도대원들과 함께 전도를 하였다.

교회근처, 뒷산, 이 곳 저 곳에서 전도지를 나누어 주면서 전도하였다. 그러다가 수 년 전부터는 수유 전철역에 나가서 전도를 하였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자연스럽지 못했다. '이 귀중한 시간에 담임목사가 여기에 나와 있어야 하는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고비용 저효율'이라고 합리화도 시켜보았다. 전도의 열매도 시원치 않았다. 그러나 전철역에서 전도를 하면서 내 자신이 은혜를 받고 담대해졌다. 신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많은 것들을 '전철역 신학교'에서 배우게 되었다. 진작부터 해야 할 가장 귀한 사역이었는데 늦게나마 제자리를 찾게 되어서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 훗날 은퇴하면 이렇게 단순하게 복음 전하는 일을 계속해야겠다는 다짐도 하였다. 참으로 마땅히 해야 할 가장 가치 있고 근본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도들이 복음을 전하다가 핍박을 받고 매를 맞고 감옥에 가면서도 기뻐하였던 심정을 조금이나마 체험하게 되었다. 목회자가 전도하는 일보다 더 귀한 것을 얼마나 하고 있는가를 점검하게 되었다.

전철역이라는 현장에서 짧은 시간 전도하면서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깨닫게 하셨다.
첫째, 세상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교회와 교인들 안에 갇혀서 세상을 잘 모른다. 그래서 교인들이 '우리 목사님은 세상을 너무 몰라, 설교가 마음에 와 닿지가 않아'라고 한다. 세상은 목회자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힘들고 살벌하다. 성도들이 어떠한 곳에서 살고 있는지를 조금이나마 체험하게 되었다. 세상과 불신자들이 교회와 성도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실감이 났다. 욕하고 대들고 전도지를 면전에서 찢어 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것이 세상이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성도들의 고통을 이해하며 어떻게 설교하고 목회를 해야 하는가를 기도하고 고민하게 하였다.

둘째, 사이비와 이단들의 열심을 알게 되었다. 이단들은 거짓과 가짜를 가지고 얼마나 당당하고 강하게 전도하는지 모른다. 기성교회보다도 이단들이 더 효과적, 고급, 가시적, 친절, 세련되게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것을 보았다. 외형적으로는 기성교회 전도자들이 이단처럼 보였다. 초라하고 작아보였다. 교회 안에서만 듣던 사이비와 이단들의 활동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왕성하게 하고 있는지를 보면서 심한 충격을 받고 부끄러움을 갖게 되었다. 사이비와 이단들 이상으로 전도의 열심을 기성교회들이 회복해야만 한다. 이단들이 급속하게 세력을 뻗어 나가고 있는 것이 거저가 아닌 노력의 대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현장을 보아야 깨닫고 정신을 차리게 된다.

셋째, 전도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 주일마다 새 가족이 거저 오는 줄 알았다. 그러나 현장에 나가서 전도해보니 전도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아래위로 쏘아보고 재수없다고 침을 뱉고 시비하려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떤 중학생은 나에게 '꺼져'라고 하였다. 많은 인내를 배우고 은혜를 받았다.

넷째, 전도자가 귀함을 알게 되었다. 전도자들은 시간이 남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함이 아닌 영혼을 뜨겁게 사랑하는 분들이다. 전도자들은 교회 안에서 가장 귀한 분들이며 박수와 칭찬을 받아야 할 보배들이다. 현장에 나가 전도하기 전에는 전도자들의 귀함을 미처 몰랐다. 건성으로 수고한다고 칭찬하였다. 전도자들을 위해 더 기도하고 전도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후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새 가족의 귀함을 알게 되었다. 매 주일마다 새 가족이 적으면 기분이 좀 언짢았고 많으면 '내가 설교를 잘 해서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했다. 전도의 현장에 나가서 전도해 보면 한 사람을 교회에 등록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눈물이 난다. 한 사람의 새 가족은 천하보다 귀하다. 의인 아홉으로 인한 기쁨보다 더 큼을 실감하게 된다. 이제는 새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을 하나님처럼 보고 섬기게 되었다. 보기만 해도 감동이 되고 사랑스럽다. 이제야 목회에 철이 드는 것 같다.

목회가 이론이나 교회 안에만 머무르면 안 된다. 현장으로 나아가 느끼고 부딪쳐야 한다. 세상과 불신자들을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야성을 회복해야 한다. 현장감을 회복하면 대인관계와 설교가 달라진다. 목회와 전도의 현장을 무시하거나 기피하지 말자. 사람들이 있는 전도의 현장으로 달려가 현장감을 가지고 생명을 구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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