百年大計의 정책

[ 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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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8월 13일(목) 14:09

김찬종/목사ㆍ과천교회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있다. 국가와 사회발전의 근본초석이고 그 영향이 심원하기 때문에 백년 앞을 내다보는 큰 계획이라는 뜻으로 하는 말이다. 특히 교육(敎育)을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한다. 백년대계에 반대되는 뜻으로서 아침 저녁으로 뒤바뀌며 시류에 야합하는 즉흥적이고 편의적인 계획을 권의지계(權宜之計)라 한다.

우리나라 장관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1년도 되지 않는다. 일반회사만 하더라도 신입사원들이 능력을 발휘하려면 3년은 근무해야 업무 현황 및 근무 능력 등을 제대로 평가받는데 장관들이 아무리 똑똑하다 하더라도 업무파악 및 새로운 정책제시와 시행을 할 수 있겠는가? 결국 시작하기도 전에 그만둔다는 것이다. 국가정책은 백년대계를 가지고 계획을 수립하고 수정하고 보완하고 시행해야할 것 같은데 말이다.

특히, 교육정책을 보면 도대체 정신이 없다. 수시로 정책이 바뀌어 학교 교사와 학부모와 학생들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몇 년에 한 번씩 바뀌는 교육정책에 어찌 대응하고 훌륭한 인재양성이 가능하겠는가?

우리나라의 수자원정책은 또 어떠한가? 한국을 물 부족국가라고 한다. 요즘처럼 비가 많이 와서 어쩔 줄을 모르는데 말이다. 홍수가 나서 이재민이 발생하고 심지어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물이 부족하다고 한다. 물론 UN의 산하기구인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의 발표에 따르면 물 부족국가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의 활용 가능한 수자원량은 6백30억㎥으로서 이를 국민 1인당 활용 가능량으로 환산할 경우, 1955년 2천9백40㎥에서 1990년에는 1천4백52㎥으로 줄어들어 물 부족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매년 1천7백㎥미만을 물 부족국가로, 매년 1천7백㎥이상을 물 풍요국가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유가 단기적인 수자원정책에 있지는 않은지, 장기적인 수자원정책과 수자원관리를 한다면 물 부족 문제 해결이 가능하지는 않은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외교정책, 교육정책, 경제정책의 실패를 살펴보면 그 이유는 임기응변의 정책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임기응변의 경제정책은 근본적으로는 정치실패에 연유한다. 정치실패는 관료들이 몇 년을 내다보기보다는 단지 몇 개월을 내다보고 정책을 수립하는 근시증(近視症)을 일으킨다. 우리나라 기획재정부장관은 52년 역사에서 과거 재무부시절부터 통산하면 45대째 장관이다. 반면에 미국의 현 재무장관은 212년의 미국 행정부 역사에서 72대 장관이다. 평균 재직기간이 미국은 3년인데 비해 한국은 1년 남짓에 불과하다. 왜 우리는 이렇게 자주 장관이 바뀌어야하는가? 장관이 바뀌면 차관도 바뀌고 국장도 바뀐다. 그러니 고위 공직자의 시계가 1년을 넘을 수 없고 그들을 보좌하는 중간 관료들도 근시증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정책이 실패하면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장관을 교체한다. 그러나 빈번한 장관의 교체가 정책실패의 주요원인이 된다는 사실은 간과되고 있다. 장기적인 정책수립이 필수적인 정책분야에서 단기적인 시각으로 정책을 수립했기 때문에 발생한 구조적인 문제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물론 장관이나 차관을 언제라도 교체 가능한 소모품처럼 인식하는 정치적 후진성을 타파하는 것이다. 아울러 복잡한 현실의 정치과정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정책개발의 연구에 전념하는 부서를 만들어야한다. 본래 관료조직에는 국민과 언론은 물론 대통령, 국회, 각종 이익집단 등 서로 상충되는 이해를 관철시키고자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인(主人·principal)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정책업무를 수행하는 관료는 장기적인 정책개발을 할 수가 없다.

우리 교계(敎界)도 마찬가지이다. 수시로 총회정책이 바뀌면 교회와 성도들은 안주하지 못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꿈꾸지 못한다. 만사운동이 언젠가부터 사라지고 3백만 성도운동으로 바뀌었다. 성경과 찬송가가 바뀌는 과정에서 아직도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총회 발전을 위한 획기적이고 장기적인 프로그램도 부족하다. 사회를 변혁시켜야할 교회가 사회변화에 뒤처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젠 백년대계(百年大計)를 꿈꾸는 교계로 거듭나야한다.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노아는 1백20년 동안이나 산에서 배를 만들었다. 강가나 바닷가도 아닌 산속에서 무려 1백20년간 묵묵히 배를 만들었던 노아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이 시대에 과연 노아처럼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순종할 사람이 있겠는가? 

하나님은 이스라엘 민족을 출애굽시켜 구원하시고자 모세를 80세에 사용하셨다. 나일강에서 건져진 후 40년은 이집트의 왕자로, 40년은 황량한 광야에서 목동으로 80년 동안 훈련시켜 민족을 구원하는 일을 맡기셨다. 오랫동안 준비시키시며 백년대계를 가르쳐주신 하나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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