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과 사명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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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8월 13일(목) 14:05
김형준
목사 ㆍ 동안교회

목사가 처음 새로운 교회에 부임하게 되면 교회를 파악하고 자신의 목회계획을 세우게 된다. 부임 직후 하지 못하면 결국 하지 못하게 되어 자신이 구상하는 목회의 한계로 남게된다. 반대로 나중에 해야 할 일을 먼저 하게되면 그 교회를 목회하는데 상당 기간 부담을 안고 사역을 감당해야 한다.

8년 전 동안교회에 처음 부임했을 때 어떻게 교회를 섬길 것인지 파악하기는 너무 난해했다. 교회를 개혁하기 위한 10여 년에 걸친 전임자의 수고와 노력은 이 분이 떠난지 한 달만에 원상복귀 되어버렸다. 교회 구성원은 전임자의 떠남과 동시에 많이 흩어져 있었고 허리 역할을 할 30ㆍ40대가 거의 없었고, 나이 많으신 어른들과 젊은이들로 양극화되어 있었다. 게다가 남아있는 교인들 조차도 갈등으로 어디에 구심점이 있는지 찾을 수 없었다. 교적부는 최근 1~2년간 교인들의 기록이 업데이트 되어 있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롭게 부임한 담임목사의 리더십은 세워질 수가 없었다. 전임자에 대한 사랑과 기대가 상처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후임목사의 영향력은 처음부터 큰 부담이 되었다. 흔히 리더십으로 설명되는 영향력은, 처음에는 '담임목사'라는 리더의 직책(position)으로 시작되어서 리더와의 개인적 관계, 리더의 합리성과 윤리 및 도덕성, 리더가 이루어 놓은 성과, 그리고 리더를 따르는 헌신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목회사역의 결과가 나올 때 까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당시 시대적 사고의 흐름은 리더의 직책(position)에서 저절로 '주어지는 권위'(given authority)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져 가고 있었다.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리더십은 자신이 '얻어가는 권위'로만(earning authority) 인정을 받을 수 있는 흐름이었다.

나름대로 예상을 하고 부임을 했지만 이토록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시작해야 될 줄은 몰랐다. 먼저 내 자신 안에 있는 다양한 목표와 욕구를 단순하게 정리했다. 그것은 한국교회에 리더십이 건강하고 바르게 전환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었다. 또 하나 소원이 있었다면 전통교회가 어떻게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교회로 전환되어 건강한 교회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교회내에 어떤 인간 관계에 매이지않고 미래를 위한 시스템과 구조를 세워나가는 일에 전념하기로 했다. 그래서 시대적인 상황, 교회의 역사, 교인들의 욕구 등을 참고로 하여 비전을 세웠다. '회복과 치유가 있는 교회', '성장이 있는 교회', '아름다운 유산을 남기는 교회'로 비전을 세우고 교회 재정이나 사역 내용 등을 이 비전에 맞게 재배치하고 중요한 결정의 기준으로 삼고 목회를 추진하게 되었다. 물론 쉽지는 않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구해나갔다. 그리고 교회의 사명을 '삶의 현장을 하나님 나라로'로 정하고 한국교회와 신학이 가진 이원론적인 모순을 통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즉 교인들로 하여금 삶의 현장인 가정이나 직장 그리고 사회 안에서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살도록 훈련하는 일을 핵심가치로 삼았다. 이것은 바로 자신이 '보냄을 받은 자' 라는 선교사의 영성을 갖도록 훈련시키는 일이었다.

교회의 성장이나 부흥보다 건강한 교회와 교인을 통해 다음세대의 기초를 세워가는 일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추진하였다. 물론 이 모든 일들이 계획대로, 생각대로 되어지지 않았다. 부교역자를 비롯한 스태프들과 평신도 리더그룹의 비전공유와 이해를 위한 설득이 쉽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도 이 과정속에 머물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리적인 개혁이나 신앙고백이 뒷받침되지 않는 결정과 헌신은 생명력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많은 사건과 사연들이 있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 동안의 공동체를 선하게 인도하여 오셨다. 동안교회의 이야기가 지속될 수 있는 것은 50여 년의 교회 역사 속에 목회자를 신뢰하고 따르는 평신도의 신앙고백적 헌신과 미래를 준비하고 시대를 책임지는 사명이 동안교회에 있다는 거룩한 부담감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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