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족·절제하는 교회로 변화를"

[ 교단 ] 사회봉사부, 경제위기 관련 정책 선언문 발간키로

정보미 기자 jbm@pckworld.com
2009년 08월 03일(월) 10:57

【대전=정보미기자】 신자유주의의 심화로 인한 경제위기가 사회적 부작용을 양성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는 비정규직 청년들의 평균 임금을 뜻하는 '88만원 세대'라는 신조어를 낳으며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이에 대한 교회의 책임은 없을까? 또 신자유주의가 교회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총회 사회봉사부(부장:박래창 총무:이승열) 사회문제위원회는 지난 23일 대전 유성 레전드호텔에서 경제위기 관련 정책토론회를 갖고 현 세대에게 성서가 말하고 있는 경제사상과 복음적 가치에 대한 선언문을 작성하고 이후의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사회문제위원장 장명하목사(대구전원교회 시무)를 비롯해 박성원교수(영남신대), 조용훈교수(한남대), 강성열교수(호신대), 차정식교수(한일장신대), 홍인식목사(현대교회), 김영균목사(도시속살림교회), 사회봉사부 총무 이승열목사, 최수철목사 등 사회문제위 전문위원 8인은 10여년 전 IMF 사태 당시 본교단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신앙각서'를 발표하며 교회와 성도들에게 경건과 절제운동을 일으킨 것처럼, 물질만능주의를 부추기는 경제세계화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WCC의 '아가페(AGAPEㆍAlternative Globalization Addressing Peoples and Earth)' 개념을 참조해 경제위기 관련 정책선언문를 발간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번 선언문은 경제위기에 대한 반성과 회개를 토대로 교단 안의 교회 뿐만 아니라 한국 기독교, 나아가 세계 기독교와 한국 사회까지 품는 '부름'을 향해 나아가는 것으로 제안됐다. 내용은 교회가 적극 참여하며 경제위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도록 되도록이면 목회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지침을 삽입키로 했다.

선언문은 '경제 생태 정의를 위한 부름'(가칭)을 주제로 △부름의 인식 △상황 인식 △참회 △하나님의 명령 △부름 등 총 5단계의 큰 테두리를 갖는다. 우선 첫 단계 '부름의 인식'에서는 10년 전에 발표된 본교단 총회 신앙각서를 언급하며 삶의 총체적인 관심사에서 '부름(Call)'이 왜 중요한지 언급한다. '상황 인식'에서는 경제위기가 가져온 사회모습 즉 고용없는 성장이나 생태위기, 비정규직, 승자독식주의 사회로 치닫게 된 현재의 상황을 인식하고 그 다음 '참회' 단계에서 지난날의 모습을 회개한다.

'하나님의 명령'에서는 성서적인 언어로 목회적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약자에서 이웃을 발견하고 공의와 평화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찾는다. 또한 돈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름에도 불구 교회 내에서 언급하지 못하는 모습을 성서적으로 끄집어 낸다.

마지막으로 '부름'에서는 생명의 개념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 △생태 △영성 △교회사명 등 네 가지의 개념을 통해 부정적인 현재의 모습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로 변화할 것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경제'에서는 이기ㆍ탐욕에서 자족ㆍ절제로, 무한경쟁에서 연대ㆍ상생으로, 차별ㆍ배제에서 참여ㆍ포용으로 교회가 변화할 것을 촉구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위원들은 경제위기의 원인을 '탐욕'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적했다. 박성원교수는 칼빈의 경제사상을 언급하며 "가난한 자에서 부자로 향하는 신자유주의는 부자에서 가난한 자로 흘러야 한다는 칼빈의 사상과 정반대 된다"고 전제한 뒤 "가치관을 리드해야 하는 교회가 오히려 신자유주의에 종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인간과 생태를 중심으로 두는 바람직한 경제의 사고로 돌아가자"면서 "이에 대한 부름을 전국교회가 생각하게 독려하자"고 덧붙였다.

차정식교수는 "성경에서의 재화는 우리의 삶의 의욕을 부추기는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이것이 부정적으로 발현될 땐 탐욕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문화생활과 품위 유지를 위해 발생하는 무절제한 탐욕을 줄이고 경제운영의 주체로서 바른 실천관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탐욕의 한계선을 그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강성열교수는 "성경에서는 부자들을 향해 가난한 이들에게 베풀며 살 것을 강조하지만,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인간의 탐욕을 인정하고 부의 한계선을 정해주는 것"이라며 절제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논의된 내용을 초안으로 사회봉사부는 이번 제94회 총회시 '경제 생태 정의를 위한 부름'(가칭)을 주제로 경제위기 관련 선언문을 채택 청원할 방침이다. 또한 한 해 동안 전국교회를 중심으로 경제위기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전개한 뒤 제95회 총회에서 경제위기 정책문서 채택을 청원할 예정이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