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어린 '격려'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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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7월 29일(수) 09:32

김형준/목사 ㆍ 동안교회


미국에서 유학하며 목회할 때의 일이다. 교회 식구가 짧은 기간에 많이 늘어서 서로를 알 필요가 있다고 느끼게 되어 전 교인들이 수련회를 가게 되었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정성껏 준비해서 연세드신 분들로부터 어린아이에 이르기까지 교인으로서 하나됨의 기쁨을 서로 나눌 수 있었다.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해서 토요일 오후까지 수련회의 모든 프로그램을 마치고 교인들을 다 돌려보내고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 주일 준비를 하게 되었다

2백여 명의 교인들이 어제 수련회 때 나누었던 사랑과 교제로 인해 더욱 가까워진 마음으로 기쁘게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을 때 대표 기도시간에 정말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기도를 맡으신 장로님은 평소 순수하고 감성이 풍부하여서 대화할 때나 기도할 때에도 별로 꾸밈이 없는 분이셨는데, 기도의 첫 시작부터 지금까지 들어왔던 익숙한 표현이 아니었다.

"하나님! 저는 오늘 아침 교회에 나오면서 신발장 앞에 서서 많이 망설였습니다. 여러 개의 구두 중에 어떤 것을 신고 갈까 한참 생각하다가 고민 끝에 반짝 반짝 빛나는 깨끗한 구두를 선택해서 신고 왔습니다…." 이런 종류의 기도는 내 평생 처음 들어보는 기도였다. 실 눈을 떠서 교인들을 살펴보니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긴장감이 온 교회 안에 가득했다. 어떤 분은 의아해하며 눈을 뜨고 보는 분도 있었다.

당시, 오래 목회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농부가 자기 삶의 현장에서 있는 그대로 기도하는 내용은 들어보았다. "우리집 앞 마당 버드나무 보다 더 높으신 하나님 아버지! 뒷마당 퇴비더미 보다 더 많은 더럽고 냄새나는 저의 죄를 감자 껍데기 벗기듯이 홀랑벗겨주소서."

그렇지만 지금 기도하시는 장로님의 기도는 어떻게 진행되어 어디까지 가다가 마무리 될 것인지 아무것도 짐작하거나 예상할 수 없었다. 그런데 장로님의 기도가 잠시 끊어지더니 갑자기 울먹이기 시작했다. 교회에 예배를 드리는 모든 교인들은 지금 어떤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장로님의 그 다음 기도가 이어졌다. "하나님! 그런데 오늘 아침 우리 목사님 구두를 보니 어제 수련회때 이리 뛰고 저리 뛰던 흙묻은 신발을 신고 나왔습니다.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이 기도를 듣는데 왜 내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져 내리는지 알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 의아함과 웃음으로 온 교인들이 기도를 듣다가 함께 울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부임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교회가 성장하고 교인들이 늘어가는 것을 보며 목회에 보람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든지 교인들이 은혜받고 믿음생활 잘 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이런 마음이 수련회를 준비하면서 나를 돌아볼 여유도 갖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장로님의 기도를 통해서 내가 얼마나 정신없이 목회하는지를 알게된 것이다. 내 자신에 대한 연민이 밀려왔다. 그리고 너무 여유없이 달려왔던 지난 시간의 피곤함이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몰려왔다. 그런데 기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장로님의 기도는 결론이 압권이었다 "저.... 하나님 내일 당장 목사님 구두를 한 컬레 사드리겠습니다"

교회는 울음과 웃음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나도 울다가 웃다가 하다가 예배는 엉망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모든 교인이 이 날만큼 즐거운 예배를 드린적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내 마음에 이상한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조금 전의 피로는 싹 사라지고 알지못하는 힘이 속에서부터 솟아나기 시작했다. 나는 격려가 무엇인지 그리고 얼마나 사람에게 힘을 주는지 알게 되었다. 격려의 개념 속에는 '그 사람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기쁘게 하도록 도와주는것'의 의미가 있다. 목회자는 누가 무엇이라고 해도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사명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는 목회 현장에서 얼마나 기쁘게 사역할수 있는가 하는 것은 진심과 사랑 어린 격려가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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