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스스로의 과거에서 나온다

[ 기고 ] 제14회 외등법 문제 국제 심포지엄 참관기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7월 24일(금) 11:20

지난 6월 22~24일 일정으로 전남 강진군 다산수련원에서 개최된 제14회 국제 심포지엄에 한국교회 재일동포 인권선교협의회 고문의 한 사람으로 초청을 받았다. 일본교회와 재일 한국교회 참가자 19명, 한국교회 참가자 40명이 나라와 민족, 남녀양성 그리고 세대 간의 장벽을 넘어 다음해 한일 합방 1백 주년을 맞게 되는 역사적 시점에서 제14회 외등법 문제 국제심포지엄, 부제 '동아시아의 화해와 공존 한일 합방 99주년 한일ㆍ재일 교회의 공동 과제'란 문제의식을 가진 뜻깊은 모임이었다.
 
개회예배의 엄숙한 분위기에서 모든 일정을 끝내고 헤어짐이 아쉬웠던 폐회 예배의 잔잔한 감동과 프로그램과 일정에 따른 성서연구, 주제 강연 발제, 분반협의회, 전체협의회, 선언문 채택 등 전 과정이 신선함으로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전남, 강진, 나주, 광주 일대의 역사문화 유적지 탐사, 늘봄 문익환목사기념대한학교 견학 등 역사문화 유산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자긍심 그리고 한국 교육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는 해방과 6.25 전쟁, 분단고착과 군사정권, 한일간 정권유착 그리고 전후배상과 경제차원의 종속화로 치닫고 있을 때, 한일 간 역사교과서를 바로잡아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불어 넣기 위한 진지한 노력과 민주화 실현을 위해 천황제 폐지, 신사참대반대, 정신대 종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민간 차원의 집요한 투쟁이 계속 되었다. 특히 한일 교회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1967년 일본교단의 전책고백이 있은 뒤 일본교회가 비로소 교회의 예언자적, 제사장적 위상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어 한일 재일 교회의 교류와 협력이 활성화 되었다고 생각된다. 우리 교회의 역사를 돌아보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재일 한국인의 인권 문제와 일본의 전후 배상 문제처리를 선교적 과제로 설정하고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하기에 이른 것이다.

1982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산하의 재일 한국인 인권 위원회가 조직된 이후 본격적인 운동이 전개되었다. 1984년 재일 한국인의 법적지휘 향상과 지문날인 거부를 위한 서명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하여 약 10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1985년 2월에 일본 법무성에 제출했고, 1985년 5월에 한일 교회협은 동경에서 선교적 과제로서 '인권과 지문날인 제도'라는 주제로 제3회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그 당시로는 유일하게 일본에서 조선인 70만 명이 외국인으로 악랄한 인종차별의 멸시와 천대를 받았으며 일본 정부로부터 버림받고, 한국정부의 무관심과 무능력으로 방치된 상태였다.
 
그러나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의 10년 세월이 흐르고 한일 재일 교회의 올곧은 일관된 투쟁으로 일본국회에서 지문제도철폐라는 법 개정이 통과되었다. 엄밀한 의미에서 개악된 법이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그때 한일 재일 간에 흘렀던 전율같은 승리감은 잊혀지지 않는 일이다. 이같은 운동의 전개과정에서 1992년 3월 23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한국교회 재일동포 인권선교협의회가 탄생했다. 이후 한국교회재일동포인권선교협의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와인권위원회, 일본외등법문제전국기독교연락협의회, 일본기독교교회협의회, 외국인위원회가 파트너가 되어 책임과 사명을 공유하고 정기적 국제 심포지엄과 양국간 고난의 현장 방문을 계속하고 있다.
 
작년 세계 철학자 대회가 서울에서 개최됐는데, 그때 한국을 대표하는 철학자로 다산 정약용선생과 씨알 함석헌선생이 소개됐다. 정약용선생을 알지 못하면 근세 학문과 사상을 말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가 유배된 강진 초당에서 술에 취하면 하루가 가고, 목민심서에 취하면 천년대계가 이루어진다는 소리를 엿듣는 마음으로 이번 심포지엄의 모든 강사진의 삶의 소리, 역사의 소리, 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최고령의 20세기인'이라는 독일 철학계 장수를 누린 가다머교수의 말을 몇 절 전한다.
 
"우리들이 체험하는 시간의 두차원은 과거와 미래이다. 그러나 양자는 우리 앞에 동일한 가능성으로 있는 것은 아니다. 미래는 가능성이다. 그러나 과거는 어쩔 수 없는 불가능의 영역이다. 우리가 앞으로 말하게 되는 것이란 언제나 불확실한 것으로 잠복하고 있다. 설혹 그것이 일찍이 잘 알려진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되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때마다 새로운 빛을 받고 나타난다. 역사의 본질에는 후퇴란 없다. 그러나 우리들의 미래는 스스로의 과거에서 나온다는 사실에서 좌우된다."
 
한일 합방 백주년인 2010년, 제15회 국제 심포지움의 역사적인 기회에 뜨거운 마음으로 소망 중에 다시 만나기를 주님께 기도한다.

김  태  규
목사ㆍ한빛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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