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에 관하여

[ 논설위원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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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7월 21일(화) 19:04

김예식/예심교회 목사ㆍ장신대 겸임교수

요즈음 우리나라는 존엄사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는 2009년 6월 23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김모(77세)할머니가 호흡기 제거에도 불구하고 자기호흡으로 계속 생존함으로써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서부 지방법원에서 인공호흡기를 뗄 수 있게 해달라는 환자 가족들의 요청을 법원이 인정하면서, 올해 2월 11일에는 고등법원이, 그리고 5월에는 대법원이 3심에서 대법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9대 4로 찬성결정이 난 것이다. 또한 이 사안은 현재 입법을 위한 과정 중에 있으며 지난 2월 5일 신상진의원 등 22명이 '존엄사 법안'(Death With Dignity Act)을 국회에 발의해 놓고 있는 상태다.

사건의 당사자인 김 할머니의 의료기관인 세브란스병원에서 대법원의 판결과 조속한 시행을 요청한 가족들의 뜻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면서 인간의 생명을 거두는 존엄사는 최대한 억제되어야 한다는 대국민 발표문을 내놓았다. 그 이유는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며, 끝까지 지킬 가치가 있기 때문이고, 즐거움과 고통도 삶의 한 과정이므로 평안한 죽음이라는 미명하에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일은 없어야 하며 고귀한 사람의 생명이 잘못된 판단과 무분별한 연명치료중단으로 훼손되지 않도록 촉구한다는 취지를 분명히 하였다. 또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병원도 지난 7일 세브란스 병원에 이어 두 번째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여 발표하였는데 이는 연명치료 중단 대상자 확대와 함께 의료윤리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진료현장에서 환자와 환자가족, 의사 등의 동의를 거쳐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폭도 확대함으로써 앞으로 경제적 이유 등의 존엄사가 늘어날 수 있는 여지를 주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서울대 병원은 이미 5월 19일부터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연명치료를 중단 할 수 있는 사전 의료 지시서를 받아왔는데, 현재까지 11명의 말기 암 환자가 사전 의료지시서를 작성했고, 이중 7명이 연명치료 없이 임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문제에 대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 국민들은 존엄사를 인정하는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80.1%)을 보였으며, 존엄사를 법제화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10명, 7명가량인 71.8%로 나타났다.

이러한 일련의 사회적 현황에 대해 이제 우리 기독교는 존엄사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과 사회적 상황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리라 본다. 따라서 이에 대한 논의로 몇가지 내용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그것은 첫째, 존엄사를 결정할 수 있는 주체가 누구인가에 관한 문제로서 그 주체가 과연 환자 자신인가, 그 가족인가, 담당 의사인가, 하나님이신가 하는 것이며, 환자 가족과 의사 및 심지어 환자 자신도 자기 결정에 따라 생명을 단축시키는 결정을 임의로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으로써 '생명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다'는 전제에 대해 대답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는 인간으로서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권리라고 하는 존엄사가 과연 그 당사자가 사회적 기능과 그 활동을 못한다하여 생명이 무의미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욕구와 열망, 즐거움, 고통 등을 느끼는 전기적 생명(biographical life), 그리고 생물학적 생명(biological life)과 영혼이 소멸하지 않는 영적 생명(spritual life)을 모두 가진 존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환자가 즐거움, 욕구를 느끼지 못한다 하여, 생물학적으로 생존함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으로 그 생명을 종료시키는 것이 품위있는 죽음인가 하는 점에 대한 논의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수술전에 환자들로부터 환자 본인의 생전 유언(Living Will)을 미리 받고 있으며, 수술 후 자신의 의견을 진술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때를 대비하여 환자를 대신하여 법적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법정대리인의 위임장( Power of Attorney for Health Care)를 받고 있다.

앞으로 우리사회도 존엄사에 대한 논란이 더욱 구체화 되어질 것이며, 법제화 논의도 가속화 되어질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이에 대한 입장을 성도들에게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존엄사의 문제는 환자의 고통이나 소생 가능성 여부에만 기준을 둘때 자칫, 생명 경시와 생명주권의 침해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분명한 기준과 보완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존엄사의 문제는 소극적 안락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이 논의가 실용주의(경제적, 육체의 고통, 소생가능성 여부 등 ) 측면으로만 접근하는 것을 경계하여야 할 것이나, 또 한편으로는 이 문제에 대한 점증되는 사회적 이슈에 대하여 현실적이고 적용 가능한 기독교적인 대안을 신중하게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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