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방식에 대한 진지한 성찰 필요"

[ 연재 ] 생명의 위기와 신학적, 윤리학적 성찰<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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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7월 21일(화) 18:57
정원범/목사 ㆍ 대전신대 교수

모든 생명의 풍성함과 충만함을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야 하는 교회는 어떻게 이 생명의 위기를 극복해갈 수 있을까? 즉, 지구적인 생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교회의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로, 오늘의 교회는 하나님의 피조세계가 탄식하며 구원을 갈망하고 있는 오늘의 생명파괴적인 고통의 현실(전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과 파괴되어 가고 있는 생태계의 고통)을 직시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라는 윤리학적 질문에 대한 대답의 상당 부분은 사실적 지식으로부터 생겨나기 때문이며, 또한 현실 상황과 관련이 없는 공허한 신앙과 신학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로, 오늘의 교회는 지구적인 생명 위기를 초래한 우리들의 생활방식과 그 기저에 있는 세계관, 경제관이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오늘의 생명 위기는 우리의 삶의 방식의 결과이고 우리의 생활방식은 우리의 사고방식 또는 세계관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술했듯이, 오늘의 생명 위기의 원인은 인간을 지구와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된 개인주의적 존재로 파악하고, 지구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으며, 생태계의 파괴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무한한 성장만을 경제목표로 삼고 있는 시장자본주의, 또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세계관, 인간관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런 세계관의 배경을 가지고 보다 많은 물품을 사고, 보다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이 행복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셋째로, 오늘의 교회는 지구적 위기의 극복이  가능한 지구적인 생태신학과 같은 새로운 신학을 구성해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교회 역사 속에 있었던 모든 신학이란 언제나 그 때마다 새롭게 형성된 삶의 상황에 맞게 재구성되어져 왔던 상황적 신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의 신학은 오늘의 지구적 위기 상황의 관점에서 새롭게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교회의 신학은 기독교 진리의 시대적합성과 그 진정성을 제대로 드러낼 수 없게 될 것이며 뿐만 아니라 교회의 이웃 사랑, 자연 사랑의 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넷째로, 오늘의 교회는 지구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건강하고도 새로운 대안적 세계관을 제시할 뿐 아니라 그러한 대안적 삶의 방식을 교회 스스로가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지구적 위기가 소비지향적인 삶의 방식에서 비롯되었고, 그러한 삶의 방식이 그릇된 인간관, 세계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면, 지구적 생명 위기 극복을 위해 잘못된 세계관과 잘못된 삶의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적 세계관과 대안적 삶의 방식을 제시하는 일은 생명위기 극복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근대문명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바, 생태학적 위기를 초래한 세계관과 인간관은 지구를, 부속품을 대체할 수 있으며 인간이 조작할 수 있는 기계로 파악하는 기계적 진보의 세계관과 인간을 지구와 다른 인간들로부터 고립된 개인주의적 존재로 파악하는 신고전주의적 인간관이다. 여기서 실재는 영혼과 육체, 인간과 자연으로 분리된다. 이런 이원론적이고 분리(고립)주의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세계관, 인간관이 대체되지 않고서는 생명 위기의 극복이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새로운 대안적 세계관, 인간관의 재정립이 중요한데 그것은 바로 지구를 하나의 공동체로 살아가는 수많은 다양한 지체들로 이루어진 고도로 복잡한 유기체, 또는 모든 부분들이 본질적으로 상호 연관된 하나의 공동체로 파악하는 지속가능한 유기체의 세계관이고 또한 인간을, 자연과 다른 인간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에게 철저하게 의존해 있듯이, 자연에 철저히 의존해 있는, 그러기에 다른 모든 피조물과의 관계에서만 이해될 수 있는 관계적 존재, 즉 지구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관계적 존재로 파악하는 생태학적 인간관이다.

다섯째로, 오늘의 농촌교회는 세계의 농촌현실을 근본적으로 파괴하고 있는 카길, 몬산토와 같은 초국적 농식품 기업의 횡포에 맞서서 농촌을 살리고 지구생태계를 살리는 지속가능한 생명농업운동에 참여해야 한다. 미국 정부와 국제기구들까지 동원할 정도로 강력해진 초국적 농식품 복합체들의 세계 농업에 대한 지배 강화 작업의 결과가 매우 비참하기 때문이다. 교회가 생명 살리는 일을 본질적인 목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상, 오늘의 교회는 이러한 세계적인 생명파괴적 현실과 그 세력을 그대로 묵인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 농촌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농촌교회는 어떠한 농약이나 화학비료 없이도 식량을 자급하고 있는 쿠바의 대안적 생명농업 패러다임과 독일의 파시브하우스, 플러스에너지하우스 등을 모델로 하여 생명을 살리고 생명을 풍성하게 하는 생명운동에 앞장 설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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