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들이여 우리를 도우라"

[ 선교 ] 순회선교여행을 다녀와서…<下>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7월 15일(수) 14:19

매주 화요일마다 아내는 1, 2학년 반에서, 나는 3, 4학년 반에서 두 시간씩 성경을 가르쳤다. 우리 부부는 영어가 서툴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가르쳤고 아이들도 좋아했다.
 
필자는 '예수님은 누구신가?'를 주제로 가르쳤다. 네번째 주에는 '예수님은 선한 목자'를 제목으로 시편 23편을 가르쳤다. 시편 23편 말씀을 인쇄해서 나눠주고 암송하도록 과제를 주었다. 다음주에 암송하는 학생들에게는 상을 주기로 약속했다. 상품은 작은 봉지에 콜라 한 병, 껌, 사탕, 비스켓 몇 조각씩을 넣은 것이었다. 상품을 준비시켜 놓고 쪽지를 만들어 숙제를 다 한 학생들에게 나눠주었다. 방과 후 그 쪽지를 상품과 교환하면 되는 것이다. 상품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상품을 받은 아이들을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나는 그들에게 기회를 한번 더 주기로 했다. 그 다음주에 다시 암송케 했다. 많은 아이들이 상품을 받았다. 너무나 좋아했다. 그래도 상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아직 있었다. 그들 중 어떤 어린이는 임의로 쪽지를 만들어 상품과 바꿔달라는 아이도 있었다. 얼마나 상을 받고 싶었으면 아니 얼마나 과자를 먹고 싶었으면 그랬겠는가.
 
아내는 매일 새벽기도를 마치고 교회에 모인 아이들에게 기도를 가르쳤다. 기도를 마친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는데 그것을 받기 위해 아이들이 몰려온다. 어떤 때는 1백50여 명이 모인 경우도 있었다. 사탕 하나를 받으려고 내민 아이들의 손은 다 똑같이 작고 새까만 손들이다. 너무 예쁜 손들이다. 그런데 이미 사탕을 받은 아이들이 손을 또 내밀고 또 내민다. 어쩌겠는가, 아이들이 하루에 차 한 두 잔 마시는 것이 집에서 먹는 음식의 전부인 것을. 그래서 마사이 사람들은 아이나 어른이나 말라 있다. 팔다리의 굵기가 모두 똑같다. 그래도 학교에선 점심에 음식을 먹게 하니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것이 좋아한다.
 
매주 수요일 오후에는 교사들과 함께 성경공부를 했다. 교사들이 말씀을 사모하고 있어 성경공부는 매우 진지하게 진행되었다. 필자의 영어 실력이 부족해 아쉬었을 뿐이다.
 
그러던 중 마침 선교사 부인이 한국에 돌아가 척추 수술을 하게 됐다. 선교사도 뒤따라 들어갔다. 필자와 아내는 남은 한달여 동안 그 선교사 를대신해 사역을 맡게 됐다. 학교 교실을 건축하는 일꾼들을 돌보고 교사들을 보살피고 월급주는 일까지 맡아서 하게 되었다. 순회선교사가 마땅히 할 일이기에 감사로 일하게 되었다.
 
케냐에서 사역하고 있는 개신교 선교사들은 모두 90가정쯤 된다. 그 중 본교단 총회 파송 선교사는 여덟 가정이다. 필자는 그들을 대접하고 싶었다. 15명의 선교사가 모였다. 식사하고 교제하며 그들을 격려해주고 축복했다.
 
나이로비에서 승용차로 5시간 쯤 거리에 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한 선교사를 만나러 갔다. 이 선교사는 미혼의 여성으로 20여 년 전 20대 후반에 케냐에 와서 나이로비에서 난민 어린이들을 돌보고 작은 교실을 빌려 가르쳐 왔다고 한다. 그러다가 수년 전에 케냐 대통령에게 이곳에 고등학교를 세우고 운영하도록 허락받아 케냐에서 모범적인 고등학교를 세웠다. 아주 훌륭하게 사역하는 선교사였다. 주일 예배 설교 중에 격려의 말을 전하고 약간의 후원금을 전했다.
 
12월 중순까지 현지 선교사를 돕는 사역을 잘 마치고 귀국하면서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그 동안 지켜주심에 감사했고 건강주심을 감사했고 후원금을 부족하지 않게 허락하심에 감사했고 선교사들을 섬길 수 있게 하심에 감사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2만여 명의 선교사들이 전세계 1백70개국 이상에 들어가 수고하고 있다. 그들은 모두 성도들의 도움이 필요한 선교사들이다. 찾아가 잠시 같이 있어만 주어도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다. 직접 먼길을 찾아와서 같이 기도하고 우리말 찬송을 실컷 부르고 사역을 분담하고 혹은 재정적으로도 도와준다면 얼마나 큰 힘이 되겠는가.
 
필자는 많은 은퇴목사들이 순회선교사로 헌신하기를 소망하고 있다. 총회가 제도적으로 순회선교사를 파송했으면 하는 기대도 있다. 순회선교사는 남은 여생을 선교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은퇴자들이여 와서 우리를 도우라."(행 16:9) 많은 선교사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세계 열방 구석구석에 들어가 생명을 구원하는 일에 목숨을 바쳐 수고하는 우리 선교사들에게 힘이 되어주자. 이것이 남은 여생을 아름답고 의미있게 주님께 드리는 길이 아니겠는가.

백현기
평양노회 은퇴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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