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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7월 08일(수) 14:37

▲ 아프리카 오지에서도 선교사들이 예전에 닦아놓은 길을 만날 수 있다. 사진은 현지 어린이들을 격려하고 있는 필자(우측에서 세번째).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탄자니아 방향으로 버스로 세시간 정도 달리면 '룸부아'라는 마사이족 마을이 나온다. 마을이라기 보다는 넓은 산지에 군데 군데 사람들이 집을 짓고 살고 있는 곳이다. 룸부아는 강수량이 아주 적어 많은 사람들이 땅에 고여있는 더러운 물을 마신다. 사람뿐 아니라 가축들도 마찬가지다. 강우량이 적어 산에는 가시나무들이 많고 잡목과 잡초들도 대부분 누렇게 말라 있다. 과일과 채소도 찾아보기 어렵다.
　
마사이 족은 케냐의 46개 종족 중 가장 현대 문명을 외면한 종족으로 경상남북도 면적의 산지에 60여만 명이 흩어져 살고 있다. 8개 부족 중 다섯 부족은 약간의 외부 문명을 받아들이고 있으나 나머지 세 부족은 아직도 옛 관습대로 대부분 소똥으로 만든 집에 거주한다. 문맹률은 90% 이상이다. 마사이족 군인들도 자신의 이름조차 쓸 줄 모른다. 대부분 소나 염소를 키우며 자녀들도 6~7세만 되면 소몰이꾼이 되고 만다. 이 곳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는 6년 전 마사이족 구원의 비전을 품고 이곳 룸부아에 들어왔다. 그는 우물을 파주고 학교 세울 때 마사이 사람들을 고용하는 조건으로 산지를 무상으로 받기도 했다.
　
버스가 다니는 길에서 비포장 산길로 약 3km 들어가면 'Canan Academy， AIC Church'라는 표지가 나온다. 거기서 차 한대 다닐 정도의 산길을 7km 가면 선교사의 사역지 룸부아교회와 학교가 나온다. 이 산길 7km를 선교사가 만들었다. 6년 전 두달 반 동안 아무 중장비 없이 삽과 괭이만을 가지고 말도 통하지 않는 현지인들과 함께 일을 했다. 매일 아침 나이로비에서 폐차 직전의 승용차로 3시간씩 달려와 하루 종일 돌을 골라내고 가시덩쿨을 치우고， 나무 뿌리들을 파냈다. 가져온 도시락을 차 속에서 먹고 하루 일과를 마치면 어둡고 위험한 밤길을 혼자서 달려 돌아갔다. 두달 반 동안 언제 강도의 습격을 받을지 모르는 위험 속에서 다니며 목이 터져라 찬송을 부르고 또 불렀다고 한다. 선교사가 이렇게 닦아놓은 산길을 달리면서 나는 마음이 찡했다. 선교사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피와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이 길을 달려 룸부아 사역지에 도착했다. 선교사는 6년 전 이곳에 와서 한 네덜란드 기관의 도움과 교인들의 후원으로 우물을 팠고， 아름다운 교회 건물을 세웠다. 그리고 유치원과 초등학교 건물들을 세웠다.
　
한 학년에 교실 한 칸씩， 네 칸을 지었고， 5， 6학년을 위해 다른 교실 두 칸을 짓고 있었다. 교실 한 칸을 짓는데 7백만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현재 출석교인의 수는 70여 명이고 학생수는 1백50여 명， 교사는 7명이었다.
　
교회와 학교교실 외에 보건소， 식당， 교사들과 일꾼들의 사택， 선교사 사택 그리고 게스트룸도 있었다. 모두 선교사가 설계하고 감독해서 지어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밤엔 호롱불을 켜고 지내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도착하자마자 다음날인 10월 1일 새벽부터 새벽기도를 하자고 선교사에게 제안했다. 드디어 룸부아교회에 새벽기도회가 시작됐다. 처음엔 나와 아내 그리고 선교사 부부， 모두 네 명이 시작했다. 2~3일 후엔 교사들과 직원들도 참여하고 새로 부임한 교역자도 참석했다. 새벽기도회는 뜨겁게 진행됐다. 한달 동안은 필자가 인도했고 그 다음부터는 현지인 교역자에게 인도하게 했다.
　
10월 3일에는 4학년 어린이 15명과 교사 7명을 1박2일 일정으로 나이로비 박람회를 관람시켰다. 경비가 많이 들지는 않았다. 어린 학생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도회지 구경을 한 것이다. 그들에게는 큰 건물， 많은 사람들， 차， 상점， 물건들， 보는 것마다 신기하고 놀라운 것들 뿐이었다. 선교사는 매년 한 학년씩 도시구경을 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백현기
평양노회 은퇴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