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를 멘토하는 목사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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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7월 01일(수) 16:32

인병국/목사 ㆍ 한동교회

개척하여 30년된 작은 교회를 섬기는 목사임에도 목사 멘토에 부담감을 갖고 있다. '목사를 멘토한다'고 하니 거창한 것 같지만 실은 목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문과 격려를 함으로 목사들을 섬기는 것이다.

교회를 목회하는 것은 제대로 잘 하지 못하지만 목사들을 멘토하는 것은 잘 하는 것 같다. 성도들을 돌보는 목회를 잘하면 좋으련만 하나님이 내게는 그런 은사나 달란트는 주지 않으셨나 보다. 목회를 잘 하기를 원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보아도 그런 쪽으로는 열매가 별로이다. 이와달리 목사를 멘토하는 것은 즐겁고 열매도 있고 인정도 받는다. 

같은 시찰에 있는 어느 큰 교회에 가서 말씀을 전하는데 후배인 담임목사가 "인 목사님은 교인 목회도 하지만 목사를 목회하는 목사님입니다"라고 소개받았던 일이 기억난다.

그 소개를 들으면서 과분하다거나 목회를 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모멸감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말이 맞다고 생각을 하였다. 긍지가 생겼다.

목사로서의 내 사명이 바로 저 것이구나 무릎을 쳤다. 목사를 멘토하는 것이 나에게는 교인을 목회하는 것보다 더 적성이나 달란트와 맞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어느 합신측 목사와 1시간 여 담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틀 후에 메일이 왔는데, 메일에서 그 목사는 자기가 3일간 기도하고 드리는 말씀이라고 하면서 내가 교인들 목회하는 것보다 목사나 선교사, 전도사들을 섬기는 것이 하나님의 나라와 저 자신에게 유익할 것이라고 권면하였다. 그 권면이 맞는 것이지만 한국적인 상황에서 교회 목회를 하지 않고 목사 멘토 사역만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전업 목사 멘토를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목사를 섬기는 자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목사를 멘토하는 비전은 목사들이 정확하게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여 사명에 따라 주어진 사역을 효과적으로 감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주님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고, 주안에서 잘 달려가서 승리의 면류관을 쓸 수 있도록 섬기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내가 감치(음치와 같이 감성적인 면이 수준 이하)이기 때문에 목사들의 감정을 보듬기 어렵다는 것이다. 직선적이고 직언을 하기 때문에 목사들의 감정을 잘 배려하지 못한다. 그래서 인격을 다루는 상담보다는 사역과 문제를 다루는 자문을 주로 한다.

목사들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권면한다. 하나님의 관점에서 목사를 향한 하나님의 뜻과 비전을 찾고, 그 비전을 따라 가도록 격려한다.

목사를 멘토한다는 것이 거창한 것은 아니다. 신학교에 가서 강의를 하는 것도 아니고, 목사들을 모아놓고 세미나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분명 하나님은 나에게 목사를 멘토하는 일에 부담을 주시고 때때로 그럴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 때문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려 한다.

한 사람의 목사가 길을 찾고 힘을 얻어 사명의 길을 잘 달려갈 수 있다면 그 또한 목사로서 보람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회자로서는 별로일지라도 '목사를 멘토하는 목사'로서는 자리매김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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