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와 교회당

[ 디아스포라리포트 ] '호주 연합교회'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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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7월 01일(수) 16:31

양명득/목사ㆍ호주연합교회 NSW주총회다문화목회부 총무

세계 어디서나 마찬가지이겠지만 호주에서도 집을 사려면 꼭 보아야 할 조건이 있다. 로케이션 (location), 로케이션, 로케이션이다. 같은 종류의 집이라도 집이 서 있는 지역과 장소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어느 지역에서 사는가에 따라 우리의 삶도 달라지고, 정체성도 바뀐다.

해외에 흩어진 디아스포라들은 본인이 자발적으로 찾은 지역이든 아니면 등떠밀려 흘러들어 온 지역이든 그 장소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으며 살게 된다. 전에는 의미없었던 시드니의 한 공간이 이곳으로 이민을 온 후로부터 갑자기 나의 가족과 신앙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행사해 왔다. 고향을 떠나 약속의 그 장소로 향하는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하여, 하늘에서 땅으로 그 중에서도 유대지역으로 오신 예수님까지, 장소와 지역은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축복과 약속의 성취가 동반되는 중요한 요소였다. 하나님은 특정한 장소에서 인간들과 관계를 맺으시기 때문이다.

그렇게 불러주신 특별한 공간에서 우리는 집을 만들고 교회당을 세운다. 이 지역과 장소를 통한 하나님의 은혜가 무엇일까? 집을 사서 소유하는 것은 대부분 이민자들의 꿈이지만, 그곳에서 교회당을 세우는 것은 디아스포라의 공동체적인 행위인데 어떤 의미가 있을까?

호주에서 교회를 개척하는 한인목회자들의 큰 고민 중의 하나가 교회당을 찾는 일이다. 교회당을 사거나 건축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 호주교회를 빌려 사용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어떤 호주교회는 말 그대로 '세입자와 집주인'의 취급을 하고, 어떤 호주교회는 '손님과 주인'의 관계를 원하고, 어쩌다 '파트너십의 동등한 위치'를 세워가는 호주교회도 있다.

시드니의 위치 좋은 한 지역의 호주교회를 빌려 몇 년 동안 예배를 드려 온 한인교회가 있는데, 최근 호주교회 목회자가 바뀌면서 관계가 어려워지기 시작하였다. 급기야는 호주교회에서 그 한인교회에게 나가 달라는 통첩을 하기에까지 이르렀다. 문제는 그 호주교회와 한인교회는 둘 다 호주연합교회 소속의 교회들인데,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나가라고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호주교인들에게 물론 그 교회당의 공간은 매우 중요하다. 본인의 선조들이 그 교회당을 세웠고, 그곳에서 세례, 결혼, 장례식까지 다 치르다 보니 그들 삶의 한 부분이다.

반면에 한인교인들에게는 그 교회당의 공간이 왜 중요할까? 먼 곳까지 이민와 단을 세우며 예배를 드리는 영적인 처소이며, 눈물로 기도와 찬양할 수 있는 그발강가 같은 신성한 곳이기 때문이다. 의미없는 광야벌판이 아니라 원주민이나 이민자들이 함께 나누어야 할 공간이요 처소이다.

얼마전 필자는 디아스포라교회 두 곳의 헌당 예배에 참석하였다. 한 곳에서는 설교자가 "이 아름다운 교회당은 영원한 하나님의 집이므로 이곳을 들어오고 나가는 자는 복을 받으리라"고 말씀하였다. 그런데 다른 교회 헌당예배의 설교가 문제였다. 이것은 교회가 아니란다. "얼마나 아름답게 지었든지간에 이곳에 머물지 말고 세상으로 나가 그곳에서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이루라"는 것이었다. 이국 땅에서 몇 년동안 고생하며 교회당 건축을 한 교인들에게 슬그머니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정말 디아스포라들에게 참 교회는 무엇일까? 어차피 집을 떠나온 사람들인데, 순례의 여정에 서 있는 사람들인데, 무리하게 빚을 지면서라도 교회당을 소유해야 하는 것일까?

'어디든지 모자를 벗는 곳이 나의 집'이라는 노랫말 처럼, '어디든지 무릎 꿇는 곳'이면 교회가 아닐까? 기름 냄새나는 창고건물이라도, 하늘이 보이는 공원이라도, 세들어 사는 남루한 응접실이라도 믿는 자들이 모이면 그곳이 바로 '홀리 스페이스'(신성한 공간)가 아닐까? 하나님이 디아스포라들에게는 모이는 교회보다 특별히 흩어지는 교회의 사명을 주셨을진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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