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죄만으로 문제 해결 못해

[ 기고 ] 특별기고/ 기독교와 자살 (1)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7월 01일(수) 14:29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우리나라는 30개의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 세계 1위이다. 자살 일등국가! 얼마나 불명예스러운 일인가. '자살 도미노', '자살 베르테르 효과'가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이 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강희남 목사의 자살, 이처럼 대통령도 자살하고 목사도 자살한다. 세상에 없어야 할 일이 지금 우리나라에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혹자는 우리나라를 가리켜 '자살유행국가'라고까지 혹평하였다. 성적 비관으로, 취업 실패로, 카드빚으로, 청소년에서 장년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쉽게 자살을 한다. 더 심각한 것은 노인들의 자살이다. 지난 3년 사이 노인 자살률이 56%나 증가했다. 혼자 죽는 것도 모자라서 동반자살을 한다. 특이한 사항은 사회 저명인사들이 너무나 쉽게 자살을 한다는 것이다. 2003년에는 현대아산의 정몽헌 회장, 2004년에는 안상영 부산시장, 박태영 전남지사가 자살을 했다. 더 심각한 것은 청소년들에게 가장 영향력이 많은 연예인들의 자살이다. 다음은 연예인들의 자살자 명단이다. 서지원, 정다빈, 유니, 이은주, 안재환, 최진실. 이들 자살한 연예인들의 공통점이 무엇인가? 기독교인이라는 것이다. 자살하면 지옥간다고 가르쳐 온 기독교인들이 왜 자살을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기독교의 대책은 무엇인가? 이제 한국교회는 자살에 대한 명백한 입장을 밝힐 때가 되었다.
 
필자가 섬기는 고등부에서 가장 듣고 싶은 설교가 무엇이냐고 설문조사를 했더니 자살이 가장 많이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자살에 대한 설교를 한다고 광고했더니 예수 믿지 않는 학생들과 다른 교회에 출석하는 학생들까지 참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기독교인들도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7년도에 개신교인들을 대상으로 자살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자살에 대한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가 약 20%나 되었다. 기독교인들의 20%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교회에서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약 90%로 나왔다. 세상 사람들의 요청이 아니라 기독교인들의 요청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2008년 8월에 중요한 책 한 권이 나왔다. 한림대학교 오진탁 교수가 쓴 '자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죽음' 이라는 책이다. 오진탁 교수는 일본에서 노장 철학을 연구하였는데 10년 전부터 '인간의 삶과 죽음'을 연구하는 생사학을 국내 최초로 소개한 사람이다. 오 교수는 1997년부터 한림대학교에서 '웰-다잉(Well dying)'과 '자살예방'을 강의하고 있다.
 
이제 자살이란 주제는 대학에서도 학문화 될 정도로 심도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가장 심도있게 다루어야 할 기독교에서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신학자들이 나서서 자살에 대한 신학적 연구 결과를 한국교회 앞에 내 놓아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자살하면 지옥간다'는 일방적인 메시지만을 외칠 것인가? 언제까지 자살은 죄라는 사실만을 가르칠 것인가? 자살이 죄라는 것을 모르고 죽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살하면 지옥간다는 설교 안 듣고 자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몇 년 전에 미국에서 한국 교회로 부임해 온 목사의 아들이 교회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을 했다. 교회 앞에 쉬쉬하며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하고 장례를 치렀다. 필자의 교회도 서울에서 구역장까지 한 집사가 우울증으로 자살을 했다.
 
이러한 일들이 한국교회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자살에 대한 신앙교육이 필요할 때다. 그런데 무엇을 가르쳐야 할 것인지 그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
 
일반대학에서는 '웰 다잉'을 가르치고 '자살방지법'을 가르칠 뿐 아니라 연구하여 논문을 발표하며 책을 내고 있는데 기독교는 '자살하면 지옥간다'는 정죄만 하고 있고 성도들에게 겁을 주고 있다. 한국교회는 자살문제를 깊이 연구하여 성도들에게 구체적이고 강력한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박 영 득
목사ㆍ큰빛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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