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 선물한 '망사 메리야스'

[ 기고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6월 24일(수) 15:17
임은석/목사ㆍ신리교회

나는 신리교회에서 목회를 한다. 주님이 맡겨주신 귀중한 사역을 함에 있어서 보람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중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90세가 가까운 모 권사님이 계신다. 이분은 무더운 여름철에 시원하게 입고 지내시라고 손으로 뜨개질을 한 망사 메리야스를 선물로 주신다.

어느 선물보다도 값진 선물이며 입을 때 마다 그 권사님의 정성을 생각해 간곡히 기도를 드린다. 또한 그 권사님은 김영삼 대통령이 재직할 때, 청와대로부터 감사의 편지가 교회로 왔다.

내가 권사님의 부탁을 받고 청와대로 망사 메리야스를 등기로 보냈다. 그리고 주소는 교회 주소로 발송했다. 청와대에서 온 글의 내용은 나이 많으신 권사님이 대통령을 생각하여 시원하게 손으로 뜬 메리야스를 선물로 주심에 대하여 감사를 드린다는 글이었다.

손으로 뜬 망사 메리야스를 처음으로 선물을 받아 보았다는 것이다. 모 권사님은 이렇게 고백한다. "내 생명 다할 때 까지 주님을 기쁘시게 해드리는 것이 소원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경배할 때도 최선을 다하지만, 눈에 보이는 교회의 목사님들에게 잘하는 것이 하나님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고백한다.

연로하신 권사님은 지금도 나무를 때고 사신다. "왜 그렇게 사십니까? 자식들도 잘 사는데요…?"하고 물으면,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서요" 라고 말씀하신다. 목사가 대 심방을 할 때의 일이다. 권사님의 집에 들어가면 방석은 따뜻하게 미리 해 놓으신다. 왜냐하면 따뜻하게 앉아서 말씀을 전하라는 의미이며 주의 종을 섬기는 마음으로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그 때 마다 목사의 한 사람으로 눈물이 핑 돈다. "아~ 권사님의 정성은 하나님도 감동을 하시겠구나…"하고 생각이 든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주일 11시 예배에 긴급한 상황이 일어났다.

설교를 하는 중에 연로하신 그 권사님의 얼굴이 갑자가 창백해지고 오른손을 들고 흔드는 것이다. 그 즉시 쓰러졌다. 나는 설교 도중에 이런 일이 일어나서 당황을 했으나 침착하게 응급처치를 했다. 찬양대 명찰을 보면 옷핀이 있다. 그 옷핀으로 양손의 열 손가락을 따고 피를 흘렸다. 그 후에 권사님은 "휴~우"하면서 정신을 차린 것이다. 그 후에야 119 구급차가 도착을 했다. 119 대원이 하는 말이 "만약 응급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돌아 가셨을 것"이라고 했다. 이 모든 일들이 권사님을 하나님이 보호하신 것이라고 본다.

요즘 시국이 평안하지 않은 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모 목사의 자살이 마음을 슬프게 한다. 왜냐하면 이 분들은 지도층 인사이기 때문이다. 연로한 권사님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자살은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습니다. 왜 죽습니까? 하나님이 주신 생명인데…."

그렇다. 아무리 힘들어도 사회 지도층 인사는 일반 민중들에게 본이 되어야 한다. 신리교회는 아산시의 쓰레기 매립장에서 가까운 동네에 속해 있다. 시민들이 여러 가지의 물건을 버린다. 연로하신 권사님은 쓸만한 물건들을 버린 것을 볼 때면 이렇게 말한다. "아니! 이렇게 멀쩡한 것을 왜 버린데유~ 이러니께 나라의 경제가 어려운겨~~." 권사님은 돈을 쓸 때는 쓴다. 그러나 낭비는 안하신다.

돈이 있으면 하나님께 정성껏 헌금을 한다. 헌금하는 지폐도 판판하게 펴서 드린다. 주일 성수는 생명처럼 여긴다. 하나님을 경배하고 교회를 섬기는 일에 한 평생을 바쳤다. 나는 목회자로서 행복하다. 이런 분들이 기도하면서 도와주기 때문이다.

이 분은 평생 지론이 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께 잘하는 비결은 보이는 주의 종들에게 잘해야 되는 것이여~." 그 권사님은 예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  20:28)를 몸소 실천하고 사시는 분이다.

필자는 "나도 이렇게 섬기면서 살아야지" 하고 다짐하면서 기도한다. 섬기는 권사님을 볼 때 마다 필자의 조부 임태원장로님이 생각난다. 어렸을 때에 소원교회를 섬기면서 새벽종을 치는 모습과 차가운 눈을 쓰시는 모습과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하는 모습이 생각이 난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