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ㆍ통일운동의 새 지평을 열자

[ 특집 ] 6월 특집 한국교회의 평화 통일 운동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6월 24일(수) 15:13

이승만/美NCC증경회장ㆍPCUSA 증경총회장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화해는 국가들 사이의 자유ㆍ평화ㆍ정의의 근거가 된다. 정부의 모든 정권은 국민을 섬기고 국가를 수호하도록 부름받고 있다. 교회는 교회의 모든 삶을 통하여 적을 용서하고 국가들에게 협력과 평화를 추구하도록 권유할 소명을 받고 있다. 이를 위해서 국가는 그 국가의 안보를 무릅쓰고라도 모든 분쟁의 경계선을 뛰어넘어 책임있는 관계를 충고하여 지역 분쟁을 완화하고 국제적인 이해를 넓혀가지 않으면 안된다. <1967년 미국장로교회(PCUSA) 신앙고백>

위와 같은 신앙고백을 기초로 하여 화해와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사역으로 미국장로교회(PCUSA)가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적 통일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였으나 정식으로 한반도의 화해와 통일에 대한 총회적 선언문을 채택한 것은 1983년 6월에 있었던 애틀란타 총회였다.

이 총회에서 채택한 선언문은 'PCUSA의 북한선교에 대한 전망'이라는 짧고 간단한 것이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북한의 백성들 가운데서도 역사해 오셨음을 믿으며, 북한 선교의 새로운 가능성에 응답하라고 우리를 부르시고 계심을 확신한다"고 시작하는 선언문은 매우 당연한 것이었다고 생각되었으나 1980년대의 한반도의 긴장상태와 남북간 적대감이 고조되어 있던 환경에서는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 그와같은 선언문을 반대하는 한국교회 지도자들도 많이 있었다. 그들은 "우리는 하나님께서 북한에 살고 있는 백성들 가운데서도 역사해 오셨음을 믿으며"라는 선언문 구절이 북한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고 반대의견을 내세웠다. 또 "선교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은 하나님께서 북한을 포함한 세계 어느 곳에서나 온 인류와 함께 하면서 계속 역사하고 계신다는 증언임을 믿으며"라는 부분 역시 북한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당시 한국 정부와 국가 정보기관에서도 같은 이유를 내세우며 PCUSA 총회가 그와 같은 선언문을 채택하는데 즉각 반대하였으며 그런 선언문을 지지하는 교회 지도자들은 친북인사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반대와 압력속에서도 총회 모임에서는 분과위원회의 토의와 결의 절차를 거쳐 총회 전체 회의에서 다시 토의된 후에 총회 전체가 만장일치로 'PCUSA의 북한선교에 대한 전망' 선언문을 채택하였다. 때때로 교회 역사를 통하여 교회가 교회로서의 신념을 지켜내고자 할 때 정부 세력과 반대되는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불가피하게 있게 되는 것을 본다.

그런 때에 교회가 어려움을 무릅쓰고 교회로서의 신념을 지켜나갈 때 하나님의 뜻, 정의와 평화를 이루는데 공헌하게 됨을 믿고 그와 같은 교회의 선지자적인 사명에 감사함을 느낀다.

1983년 총회에서 '북한 선교에 대한 전망' 선언문을 채택한 PCUSA 총회에서는 1986년 제1백96차 총회에서 좀더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한반도의 화해와 통일에 관한 결의문'을 채택하였다. PCUSA는 이 결의문을 기반으로 하여 지금까지 일관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한 정책을 실천하고 있다.

이 때 채택된 결의문은 △미국은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완화하고 화해를 촉진해야 할 특별한 책임과 임무를 갖는다 △한반도에서 분단과 갈등을 만들고 이를 영속하는 것에 미국과 미국교회가 연루되어 있었다는 사실에 참회한다 △세계교회협의회와 PCUSA 등 에큐메니칼 기관들이 한반도에서의 화해를 위하여 모든 방법을 다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며 PCUSA는 그런 사역을 적극 돕는데 참여한다 등의 중요한 점들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한반도 화해와 통일에 관한 결의문'을 채택한 후 PCUSA는 다른 에큐메니칼 교단들과 적극 협력하여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한 사역에 헌신해 왔다. 이 결의문에 따라서 미국장로교 대표단이 1988년 남북한을 동시에 방문하여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통일에 이바지하는 사역을 성취하였다.

총회 차원에서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실행해 온 중요한 사역은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지도자들과 주체사상 학자들, 해외동포원호위원회 지도자들을 수차례에 걸쳐 PCUSA 총회에 초청하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대화를 통하여 서로의 이해가 넓어지고 깊어짐으로 인하여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과업에 이바지한 것이다.

1995년 6월 PCUSA의 총회가 신시내티에서 열렸을 때 한국의 대한예수교장로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을 비롯한 50여 명의 대표단이 참석함과 동시에 북한의 조선기독교도연맹(조선그리스도교연맹의 전신:편집자 주) 중앙위원장을 비롯한 9명의 대표들이 함께 참석하여 총회에 모였던 2천여 명의 총대 및 교인들과 함께 희년대회를 성대히 개최했다. 남한에서 가지고 온 재목과 북한에서 가져온 재목을 연합하여 십자가를 만드는 장면은 참으로 감격스러웠다.

감격 속에 만장일치로 기립하여 박수갈채를 보내는 환영 속에서 김기수목사와 배야섭목사 그리고 강영섭목사 세 사람이 얼싸안고 한민족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 된 것을 나타낼 때는 참석한 모든 이들이 말로 다할 수 없는 감격을 느끼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와 같은 한반도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교회의 사역은 전적으로 미국의 여러 교단과의 협력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특별히 미국교회협의회(NCCUSA)의 에큐메니칼 기구 안에서 연합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미국교회협의회에서도 1986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라는 평화통일 정책을 채택하여 한반도의 화해와 통일의 과업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1992년 8월 미국교회협의회는 미국의 35개 교단과 5천만 미국교회 성도들을 대표하여 15명의 교단장과 대표로 구성된 대표단이 남한과 북한 정부를 동시에 방문하고 남한교회와 북한교회의 대표들과 진지한 대화를 통하여 한반도의 화해ㆍ평화통일을 위한 협력을 다짐했다. 북한을 방문할 때 평양에서 당시 김일성주석의 초청으로 미국교회협의회 대표들이 연회를 갖고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북한의 종교 자유에 관한 심각한 토의가 있었던 것은 참으로 뜻깊은 일이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PCUSA의 한반도 화해ㆍ통일 운동은 미국교회협의회(PCUSA)를 비롯하여 세계교회협의회(WCC)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세계개혁교회연맹(WARC) 등 에큐메니칼 기관들과의 협력으로 이뤄진 것이며 이같은 사실에는 한반도의 평화통일 문제를 생각할 때 매우 중요한 핵심이 있다.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통일 운동에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의 에큐메니칼 협력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비롯한 한국교회 연합기관과 함께 끊임없이 한반도의 평화통일 문제를 고민하고 이를 세계교회와 함께 나누는 일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또한 예장총회와 KNCC가 각각 1989년, 1988년에 채택한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대한 총회의 입장'과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의 선언'이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대한 한국교회의 대원칙이라는 점을 상기하고 그 원칙을 수행하기 위한 노력을 쉬지 말아야 한다.

교회협의 '88선언'에 이어 예장 총회가 채택한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대한 총회의 입장'에서 내세운 다음과 같은 지평은 오늘에 있어서도 잊어서는 안될 중요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적대감정 불식 △남북상호교류 △무기감축 △핵무기 제거 △국제여론 형성 등의 원칙과 △기도할 것 △평화교육을 실천할 것 △적대관계 구조를 극복하고 민족상호간 신뢰와 동질성을 회복할 것 △한반도와 민족의 비전을 창출할 것 △민족복음화와 선교를 준비할 것 △화해신학을 정립할 것 △세계교회의 평화운동과 연대를 강화할 것 등 교회가 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그것이다.

최근에는 불행하게도 또다시 한반도를 둘러싸고 최고조의 긴장상태가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그 어떠한 정당성을 막론하고 한반도 안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절대적인 신념이 솟아오름을 금할 길이 없다. '북한의 핵'문제를 중심하여 워싱턴 평양 서울 사이에 일어나는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세계정세를 바라보며 이런 때일수록 교회는 교회답게 평화적인 타협방안을 내세우고 관계된 나라들과 세력들 간에 화해적 해결점이 나오도록 기도하며 활동하는 것이 교회의 최종 사명임을 믿는다.

한국전쟁이 얼마나 비참한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겪은 우리들에게 다시는 전쟁이 있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신념으로 주장하는 것으로 평화의 사도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 믿는다.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을 긍휼히 여기시고 사랑하셔서 다시 민족화해의 길로 인도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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