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집지키기 끝~ "고마워요 별빛학교"

[ 아름다운세상 ] '나홀로' 아동들 밤까지 보살피는 노량진교회 행복한홈스쿨 별빛학교

정보미 기자 jbm@pckworld.com
2009년 06월 18일(목) 10:04

   
▲ 별빛학교에서 빛나는 꿈을 키워가는 학생들과 그들을 돕는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 임성국기자
우당탕탕. 위층에서 내려온 아이들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와~ 밥먹을 시간이다."
 "내가 먼저 갈거야."

먼저 온 6학년 학생들이 저녁시간대가 되자 앞다투어 부엌으로 쪼르르 달려간다. 이날 메뉴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고기반찬, 당근 양파와 어우러진 제육볶음이 메인이었다. 밥과 네모 반듯하게 썰어진 깍두기, 두부와 어우러진 아욱된장국, 계절과일 참외까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저녁상이 가지런히 차려져 있다.

항상 그랬다는 듯 아이들은 식판에 자신이 먹을 양 만큼 음식을 덜고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뭐가 그리 좋은지 왁자지껄 소란스러움 속에 아이들은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게 눈 감추듯 저마다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이 모습을 따스한 눈빛으로 지긋이 바라보던 이덕순집사(노량진교회)가 한 마디 거든다.

"이래서 일할 맛이 나요. 힘들지도 않아요. 오히려 제가 얻는 게 더 많죠. 깔깔대며 웃는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면 마음이 행복해져요." 그래서 '행복한' 홈스쿨인가 보다. 이 집사는 매일 오후 3시부터 노량진행복한홈스쿨과 별빛학교 학생들을 위해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소정의 급료만 받고 일하는 자원봉사인 셈이다.

직장인들이 밤늦게 달을 보며 퇴근하듯, 별이 떠오르는 시간까지 아동들의 몸과 마음을 지킨다는 별빛학교를 지난 10일 찾았다. 노량진교회(강신원목사 시무)에서 운영하는 노량진행복한홈스쿨이 최초 선보인 별빛학교는 밤 늦게까지 '나 홀로 집에' 있는 저소득가정 맞벌이부부 자녀, 조손 및 한부모 가정 자녀들을 대상으로 운영중이다. 현재는 초등학교 6학년생 4명, 중학교 1ㆍ2학년생 6명 등 총 10명이 출석한다. 최대 15명의 학생을 받을 예정이다.

   
"별빛학교는 부모님의 늦은 귀가로 균형있는 식사 섭취가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요. 방임아동들은 홀로 집을 지키기 때문에 범죄 환경에 노출될 위험이 있죠. 또 보충학습을 병행해 학업지도에도 나서고 있어요." 지난 3월, 노량진 홈스쿨 시설장으로 취임한 권숙자장로(노량진교회)의 말이다.

저소득가정 아동들의 결식문제를 해결하고 교육적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설립된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회장:정정섭)의 행복한홈스쿨. 노량진교회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 지역 아동들에게 이러한 혜택을 제공하고자 지난 2004년 9월, 노량진행복한홈스쿨이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교회 옆 사택을 얻어 홈스쿨 전용 집을 만들었다. 1층과 2층에 공부방을 만들고 반지하층에는 부엌 겸 음악실을 차렸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미진한 학업이나 피아노, 바이올린, 플룻 등의 악기지도를 받아왔다. 또 뮤지컬 관람이나 박물관 견학 등의 다채로운 문화체험 행사도 가졌다. 그런데 초등학교 2, 3학년생이었을 당시 처음 홈스쿨에 입문했던 학생들이 자연스레 커가자 문제가 봉착했다. 홈스쿨은 초등학교 6학년생까지만 받기로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지내온 아이들인데, 나이 제한에 걸린다는 이유로 이젠 홈스쿨에 더이상 나오지 못한다는 얘기를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방법을 강구했죠."

기아대책 홈스쿨 사업팀과 논의 끝에 중학생을 중심으로 하는 별빛학교를 세우기로 했다. 어렵게 후원처를 물색하던 중 (주)형지어패럴이 사업제안서를 보고 흔쾌히 응했다. 그렇게 지난 5월 29일 협약식을 갖고 2천만 원의 후원을 받아 별빛학교를 열었다. 아동들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서기 위해 NGO와 교회, 기업이 손을 맞잡았다.

매주 월~금요일 진행되는 별빛학교는 5시부터 시작한다. 7시까지 저녁식사를 마치고 남는 시간에는 각자 학교 과제물을 해결한 뒤 요일별로 국어, 수학, 사회, 영어, 과학을 공부한다. 만약 집에 홀로 남겨진 방임아동이었다면 이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을까. 별빛학교는 얼핏 보기에는 일반 학원같이 느껴지지만 부족한 과목을 보충해주는 것 이상을 뛰어 넘는다. 이는 크리스찬 교사들의 마음가짐을 통해 알 수 있다.

사회복지사 김은화씨(사랑의교회 출석)는 하나님께서 이 아이들을 통해 일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을 볼때면 큰 감동을 느껴요. 아직은 말도 잘 안듣고 장난치는 개구쟁이들이지만, 먼저 한 발짝 다가가면 금새 수용하죠. 한명 한명 모두 믿음이 가요."

영어교사로 섬기고 있는 자원봉사자 김정현씨(노량진교회 출석)는 "처음엔 아이들이 입도 거칠고 순수한 모습이 아닌 것 같아 놀랐지만 서서히 적응하며 살펴보니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사랑이었다"면서 "하나님께서 제게 맡겨주신 만큼 열심히 하고 싶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홈스쿨에 이어 별빛학교까지 다니고 있는 김경환군(가명, 중 2). 성탄절에 이곳에서 배운 악기를 연주하며 친구들과 음악회를 가졌던 추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김진아양(가명, 중1).

경환군에게도 진아양에게도 이곳은 더이상 단순한 학교만이 아니었다. 별빛학교는 그들에게 제 2의 집이었다. 어느덧 9시. 별빛학교 학생들이 하교할 시간이 됐다. 아이들은 교사들과 아쉬운 눈빛을 교환하며 내일보자는 인사와 함께 각자의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비구름을 잔뜩 머금은 하늘은 뿌옇게 흐렸지만, 아이들의 꿈은 별빛학교 안에서 반짝반짝 빛나며 커가고 있다.

*별빛학교 시설장 권숙자장로 인터뷰

   
▲ 권숙자장로(노량진교회).
"별빛학교를 섬길 교사가 필요해요."

유치원원장 11년 경력의 권숙자장로가 인생을 유턴한 곳은 별빛학교였다. 노량진행복한홈스쿨 설립 등에 헌신해온 김명수장로(노량진교회 은퇴)에 이어 시설장이 된 그녀. 누구는 인생 후반기에 남은 여생을 즐긴다고 하는데 권 장로는 학생들의 꿈을 지켜주는 일을 택했다.

"처음엔 담임목사님 권유로 시작하게 됐어요. 잘 할 수 있을까 망설여졌지만,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길인 것 같았죠. 아이들의 엄마가 되기로 했습니다."

별빛학교 대부분의 아이들은 노량진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권 장로가 유치원때부터 봐오던 아이들이란다. 때문에 더욱 애착이 갔다. 별빛학교가 만들어지기 전 행복한홈스쿨 대상자에 누락됐던 중학생들을 내치지 않고 품어왔다. 별빛학교를 앞장서 기획하고 애써온 것도 그녀였다.

"사춘기로 한창 예민해진 학생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어요. 학업만이 아니라 인성교육도 병행하며 전인적으로 아이들을 교육하겠습니다."

현재 별빛학교엔 자원봉사자로 섬겨줄 교사모집이 한창이다. 이 어려운 시기를 견뎌낸 후 꽃처럼 활짝 피게 될 별빛학교 학생들을 위해 많은 동역자들이 나서주길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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