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사람, 좋은 사람

[ 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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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6월 17일(수) 09:20

정우겸/목사ㆍ완도성광교회

요즘 우리 사회는 여러 모로 혼란스럽다. 크리스찬의 수는 늘어 가고, 최고의 교육을 받은 사람, 똑똑한 사람, 마치 슈퍼스타 같은 사람도 늘어 가는데 왜 세상은 더 혼란스러워지는가? 이 혼란과 혼탁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얼마 동안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보지만, 답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적인 것, 결국은 '사람'의 문제인 것 같다. 제대로 된 사람, 정말 성경적인 그리스도인, 세상을 변화시킬 사람, 진정한 하나님의 사람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노회나 총회를 가도 똑똑한 사람은 넘쳐 난다. 그들의 말과 기지는 정말 현란(絢爛)하여 감탄을 자아낸다. 거기에 똑똑한 척하는 사람들까지 섞여 있어 더 혼란스럽다. 그런데 왜 그들의 똑똑함을 보면서 마음 한 켠이 허전해지고 씁쓸해질까? 기발한 사람, 슈퍼스타에 버금가는 사람들의 언행을 보면서 감탄은 되는데 왜 마음이 서늘해지고 답답해지는 것일까?

그것은 그들의 똑똑함이 말과 수사의 향연으로 끝나기 때문이 아닐까? 날마다 만나고 함께 사는 사람들, 가장 잘 아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그들을 변화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비난과 조소의 대상이라면 그 똑똑함은 어디에 쓸 것인가?

"이렇게 살아야 된다"고 설교하고 기도하고 강연하고 발언할 때마다 열변을 토하지만, 자신의 삶은 그 말과 아무 상관이 없는 목사와 장로, 회의 때는 최고 같은데 삶의 현장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는 '이중인격자', '말쟁이', '입만 천당 갈 사람'으로 지칭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어떻게 해야 할까? 그가 교회, 노회, 총회, 기관, 단체를 좌지우지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런 그는 정말 예수를 구주로 믿기는 하는 사람일까?

이 점은 일반사회도 비슷하며 국회나 행정부, 청와대를 보아도 마찬가지다. 교회나 사회나 국가기관이나 똑똑한 사람들은 넘쳐 나는데, 오히려 그 똑똑한 사람들 때문에 세상은 더 복잡해진다. 문제를 풀자고 회의장에 모이는데 그 똑똑한 사람들이 오히려 그 문제를 더 복잡하고, 심각하게 만든다. 그러면 이 시대가 요구하고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인물은 어떤 사람일까? 필자가 생각하는 답은 '좋은 사람'이다.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자신을 잘 아는 주변 사람들에게, 똑똑하기보다는 따뜻한 사람, 말보다는 삶으로 보여주는 사람, 돋보이는 데는 없으나 어쩐지 같이 있고 싶은 사람,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따뜻해지는 사람, 영특하기보다는 우직한 사람, 개인이나 공동체에 문제가 생기면 온몸을 던져 나서는 사람, 자신을 알리기보다 함께 수고한 사람들에게 공을 돌리는 사람,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물불 안 가리기보다는 평소 고생하고 뜻을 세워 살았던 주위 사람들을 먼저 배려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는 사람!

또한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사랑과 존경을 받는 사람, 자기 주변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부터 한 사람씩 참 그리스도인으로 변화시키는 사람, 칭찬받으면 언제나 하나님과 예수님을 내세우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는 사람, 남보다 먼저 경비를 부담하고 경제적 희생을 감수하는 사람. 그래서 저 사람만 보면 나도 예수 믿을 생각이 든다고 시인하게 만드는 사람, 이런 사람이 아닐까?

22년 전 필자의 목사 위임식 때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시는 임서현목사님께서 권면을 맡으셨다. 그분은 필자에게 "똑똑한 목사보다 좋은 목사가 되라"고 당부하셨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임 목사님의 권면이 필자의 귀에 생생하다. 똑똑한 목사도, 좋은 목사도 못 되고 어정쩡한 위치에 서있는 필자의 못난 삶이 가슴을 누른다.

이래저래 필자도 똑똑한 사람, 똑똑한 척하는 사람들의 공해에 일조했음을 고백하면서 이제,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느냐?'는 주님의 물음 앞에 회개하며 응답한다. "주님 이 시대에 주님이 찾으시는 사람, 필요로 하시는 사람은 똑똑한 사람보다 주님 닮아가는 '좋은 사람'임을 고백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좋은 사람으로 남기를 결단합니다. 불쌍히 여겨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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