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와 교단 관계

[ 디아스포라리포트 ] 호주 연합교회'편…<3>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6월 17일(수) 09:12

양명득/목사ㆍ호주연합교회 NSW주총회다문화목회부 총무

호주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 '홈 앤 어웨이'(집과 집을 떠나서)란 연속극이 있다. 집 안과 집 밖에서 일어나는 연속의 사건을 드라마화 한 내용이다. 우리 디아스포라들에게는 어느 곳이 집이고, 그 집을 떠나서는 또 어디일까? 호주에 오래 살면서 종종 받는 질문 중 'Where is your home?'(당신의 집은 어디입니까?)이 있다. 집 주소를 알고 싶은 질문이 아닐진데 우리 이민자들에게 따뜻한 집은 어디인가? 한국에 있을까 호주에 있을까 아니면 중간쯤? 어떤 때는 둘 다 집이라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좋은 관계가 있는 곳이 집이라고 했지만 썩 만족스런 대답은 아니었다. 요즘에는 '영원한 집은 없고 home moment (집이라고 여겨지는 순간)만 있다'고 즐겨 대답한다. 식구들이 사는 가정에서도 때로 집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고, 낯선 곳 이방인들과의 만남에서도 따뜻한 가정의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그래서 영원한 집은 없고, 집 혹은 고향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을 귀히 여긴다.

   
▲ 호주연합교회에 한인준노회가 탄생하는 노회 설립 예배 광경.
디아스포라가 되어 해외에서 신앙공동체를 이루며 교회를 세워나가면서 비슷한 질문을 한다. 우리에게 본 교단은 어디인가? 한국에서 다니던 그 교단인가 아니면 이곳 호주의 교단에 속해야 하는가? 그도 아니면 그 중간 어디쯤에 새로이 만들어야 하는가? 호주의 한인교회들이 교단에 속하는 유형을 보면 여러가지로 나타난다. 한국의 교단을 그대로 이어 한국교단의 노회나 지방회가 되는 방법, 호주의 교단에 속하여 호주노회 소속 교회가 되는 방법, 아니면 몇 교회가 독자적으로 대양주의 총회를 만들어 속하는 방법, 최근에는 미주의 한 교단에 속하여 호주노회 형식으로 소속하는 방법 등 다양하다.

교회와 목회자의 인간관계, 신학, 선교비전, 정체성 등에 따라 여러 모습의 교단성을 가지는데, 어떤 형태의 교단이든 장단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고향을 떠난 디아스포라로서 하나님의 선교와 나라를 위해 어떤 교회와 교단의 모습이 가장 효과적이고 적절할까 하는 질문이다. 우리의 삶과 신앙의 자리가 바뀌었는데 여전히 한국교단에 속해야 하는지, 언어도 불편하고 선교내용도 같지 않은 호주교단에 속해야 하는지, 그도 아니면 한국에도 없고 호주에도 없는 독자적인 교단을 만들어야 하는지 말이다. 이런 교단의 패턴에 따라 지방회 회장에서 노회장 그리고 총회장까지 생겨나는 시국이고, 그리고 이것은 물론 한국교단들의 해외교회 정책과 밀접한 관계와 영향을 받고 있기도 하다.

호주연합교회 안에 있는 한인교회들은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데, 주로 한국의 예장통합, 감리교 그리고 기장에서 온 목회자들이 많이 있고 합동측과 고신측 목회자도 함께하는, 말 그대로 '유나이팅'(연합하는 교회)이다. 이 교회들은 호주연합교단 안에서 각 지역에 있는 호주노회의 행정하에 한인목회를 해왔다. 그러나 십여 년 전부터 한인목회자들 중 호주노회에 속해 있는 어려움을 토로하기 시작하였는데, 언어문제를 포함하여 교회 행정과 선교 내용의 차이점에서 비롯되었다. 자매교단간의 선교정신에 따라 호주연합교회에 속해 있기는 하지만 한인노회를 만들어 한인교회만의 독특한 목회적이고 선교적인 필요성을 돕자는 의견이 대두된 것이다. 그 후 10년의 토론과정을 거쳐 결국 지난 2004년 NSW주 총회의 동의 속에 한인준노회가 출범하게 되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나는 현재 주총회나 소속 한인교회들은 준노회의 역할과 사역에 만족하며 앞으로 노회로의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인준노회는 호주노회들에게도 새로움을 주어 전체 교단이 지속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도전을 주고 있다. 준노회 모임과 회의록을 이중언어로 진행하거나 기록하여 누구나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그 한 예이다. 디아스포라 목회는 2세들을 위해서도 필연적으로 다 언어적이고, 다 상황적일 수밖에 없다.

디아스포라의 교단관계는 한국교단과 호주교단 사이에서 양자택일의 질문이 아니라, '홈 앤 어웨이'의 유동적 관계 속에서 가장 우선적인 하나님의 선교와 나라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겠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