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와 정겨움 가득한 모내기철이 그립다

[ 기고 ]

강은성 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6월 11일(목) 16:40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오는데 논에서 모내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내가 기계로 하는 모내기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했는데 마침 논에서 기계로 모내기를 하고 있어서 잠시 도로가에 차를 세우고 지켜보았다. 기계에 올라타서 모내기를 하는데 6줄이 심겨지는 기계로 모내기를 하고 있었다.
 
농촌에 일손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가 있다. 못자리를 만들 때, 모가 자라서 모내기를 할 때, 그리고 모가 다 자라서 벼가 되어 수확을 할 때이다. 이런 때는 모든 가족들이 총동원 되었다.
 
모내기를 하려면 모내기 할 논에 물을 가두는 일이 가장 우선된다. 동시에 논두렁을 삽으로 깎아내고 거기에 다시 흙을 이겨 붙인다. 그리고 논을 갈아 두면 모내기를 할 준비가 완료된다. 지금은 농촌이 가장 바쁜 모내기철이다. 가장 바쁘고 가장 일손이 많이 필요할 때인데 농촌이 조용하고 별로 바빠 보이지 않는다. 개인들 몇몇은 바쁜 것 같아 보이는데 전체적으로 바쁜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다. 왜 그럴까? 문명의 발달 때문이다.
 
어린 시절, 그러니까 지금부터 20년 전만해도 모내기철이면 농촌에 일손이 가장 많이 필요할 때였다. 부족한 일손들을 메우려고 품앗이를 하였다. 오늘은 김씨네 집에 모두 가서 모내기를 하고 내일은 이씨네 집에 모내기를 하면서 일손들을 모았다. 모내기철이면 들판에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떤 곳에서는 모내기 하는 사람들의 흥을 돋우기 위한 노래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노래는 주로 줄잡이들의 몫이었다. 줄잡이들이 한 두곡을 부르고 나면 다른 분들도 한곡씩 하면서 힘겨운 모내기를 이겨내었다. 줄잡이들은 모내기 줄을 잡고서 줄을 일정한 간격으로 떼어주고 모가 모자라는 부분은 들어다가 공급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흥을 돋우기 위해 열창을 해야 했다.

새참을 먹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 되어 논두렁으로 나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발에 붙어있는 거머리를 떼어내는 일이다. 그러면 피가 흘러나오고 거기에는 쑥을 찌어서 바르면 끝이었다. 새참을 먹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동네잔치가 되다시피 한다. 집에서 풍성하게 음식을 준비하여 머리에 이고 오거나 수레에 실어서 들판으로 내어온다. 이른바 못밥이다. 그러면 넓은 논두렁이나 길가에 둘러 앉아서 음식을 먹게 되고, 그때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초대가 되어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그런 농촌의 풍요롭고 정겨운 모습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아름다운 풍습이었는데 이제는 전혀 볼 수 없게 되었다. 농촌에 농사를 지을만한 인력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겠고, 부족한 일손을 대신하기 위하여 기술이 발달되어 모내기 기계가 농가에 들어오게 되면서 부터다. 농촌이 가장 바쁜 모내기철인데도 주인 한분만 논두렁에 서있거나 아니면 주인도 없이 모내기 기계를 움직이는 한분만 논에서 모내기를 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논두렁이나 논안에 많은 분들이 있어야 하지만 사람들은 간데없고 황량한 들판에 기계만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모내기는 일 년 농사로 가장 중요하다. 모내기는 가족들의 먹을 식량준비를 하는 것이다. 모내기를 마치고 농부들은 들판을 쳐다보면서 누렇게 익은 가을 들녘을 꿈꾸고 있다. 가을에 있을 수확을 내다보며 봄과 여름에 농부들은 무수히 땀 흘리는 수고를 하는 것이다. 봄과 여름에 수고한 자만 가을에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우리의 인생에도 수확의 시기가 있다. 그 시기에 풍성한 열매를 맺기를 원한다면 젊은 날에 미래를 위한 최선의 준비를 해야 한다. 준비한 자에게만 풍성한 미래가 활짝 열리기 때문이다.

강은성 목사/옥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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