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삶 증거하는 한국교회'

[ 기고 ] ▶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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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6월 02일(화) 18:31

지난 5월 26일은 4.19 선교회 10여 명 회원들이 주 1회 마다 갖는 정기 기도회였다. 점심 후 4.19 선교회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곳, 역사박물관에 마련된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았다. 국화꽃 한송이를 대통령의 영정에 올리고, 숙연해진 마음으로 묵상기도 했다.

방명록에 기명하고 돌아서는 순간, 모 방송국 여기자가 예상치 못한 인터뷰를 요청하여 담담한 소회를 조금이라도 밝혔는데, 그 내용의 단면을 전하고 싶다.

"나는 교회의 은퇴목사이다. 교회에서는 자살이란, 죽음에 관하여 긍정적으로 말씀드리기가 어렵지만 온 국민이 슬픔과 비통한 마음으로 애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 때, 이 나라의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 분향소를 찾은 것이다."

나는 매년드리는 국가조찬 기도회에서 노 대통령의 손을 잡을 때마다 '청렴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게 해주십시오.' '노력하지요.' 싱긋이 웃던 그 모습을 떠올린다. 지나온 우리역사에서 김영삼 대통령도, 김대중 대통령도 청와대를 떠나는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모두가 친인척 때문에, 돈과 권력 때문에 마지막 삶이 그 말과 삶에 메울 수 없는 괴리와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겼는데 집 뒤편 바위에 떨어져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노 전대통령은 참으로 애통하고 가슴아픈 일이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워 옴을 느꼈다. 5월 29일 경복궁 앞 뜰에서 엄숙히 거행되는 국민장을 보면서, 노란색 색깔로 거리를 가득메운 수많은 인파들을 보면서도 놀랐다. 평생 목회자로 살아온 나는, 권오성 목사의 기도, 명성교회 찬양대의 조가, 한명숙 전 총리의 심금을 울리는 조사를 들으면서,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나라를 지켜주시고 인도해 주실것을 분명히 믿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참으로 위대합니다.' 이러한 기도를 드릴 수밖에 없었다.

한 해 1만3천명, 하루 평균 35명 꼴로 자살하는 한국 사회에서 그리고 지난 과거 민주화의 과정에서 분신자살을 한, 우리교회의 독실한 서울대생 김세진군, 카톨릭대학교의 조성만군의 자살…. 그때를 돌이켜 보면 한 없이 부끄러워진다. 한 없이 초라하고 무능하고 무력했던 목회자 였음이 후회된다.

우리교회의 모습으로 들어날 자살한 사자에 대하여, 그리고 그 유족에 대하여, 우리는 어떻게 목회적 배려와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하나님의 위로의 말씀이, 사랑의 손길이, 자살이 아닌 희망에로의 삶이 교회의 강단에서 증거 될 수 없을까.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고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한국교회는 오늘과 내일을 위하여 우리의 진실한 모습이 조금이라도 달라 질 수는 없을까….
 
김태규
서울동남노회 한빛교회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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