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소통의 기회로

[ 교계 ] 목회자 저자사인회 증가하는 추세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09년 06월 01일(월) 13:49

 

   
▲ "교수님 사인받으러 왔어요." 정장복교수의 저자사인회에 찾아온 제자들.
'소통'이 우리 시대의 중요한 문화적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본래 작가는 출간된 책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을 시도하고자 하는 사람이므로 출판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작가가 갖는 소통의 수단은 주로 '활자'에 국한되어 있었지만 요즘에는 출판기념회 저자사인회 등이 일반화되면서 독자들을 만나는 통로도 다양해졌다. 인터넷의 등장이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가능케했고 이러한 변화가 사람들로 하여금 보다 직접적인 소통에 대한 욕구를 발생시켰기 때문. 출판사에서는 출판기념회를, 대형서점에서는 저자사인회를 기획해 참여와 '직접 소통'에 대한 소비자의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포스트 모더니즘으로 인해 다수의 성향 뿐만 아니라 마니아층 등 소수의 다양한 관심사들이 주목을 받게 되면서 사인회의 풍경도 변하고 있다. 대형서점에 목회자의 사인회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한가지 예.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지만 이러한 추세는 최근 몇년간 확산되어가고 있다. 일부 기독서적 저자의 경우 1년에 1∼2회 정도 정기적으로 사인회를 열기도 한다.

지금까지 저자사인회라고 하면 베스트셀러 작가 혹은 자서전 에세이집 등을 발간한 유명 인사들이 대부분으로 사전에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대규모로 진행되면서 독자들이 몇시간씩 기다려서 사인을 받는 풍경이 연출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양한 계층과 신분의 사람들이 저자사인회를 통해 독자들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초 '말씀에게 길을 묻다(한국장로교출판사)'의 저자 이성희목사(연동교회)에 이어 지난 4월에는 '그것은 이것입니다(WPA)'의 저자 정장복총장(한일장신대)의 사인회가 종로 소재 대형서점에서 열렸다. 지난 5월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한국기독교출판협회(회장:정형철)의 주관으로 목회자들의 저자사인회가 이어졌다. 양질의 서적출판과 저자사인회는 대중에게 기독교 문화를 알리는 좋은 기회.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지난 국제도서전내 사인회에서는 한정된 수량의 책을 무상으로 증정하면서 종교를 뛰어넘어 일반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다.

반면에 서점이 주최하는 사인회는 전적으로 매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편이다. 목회자의 사인회를 기획했던 한 대형서점의 담당자 P씨는 "사람들은 기독 서적의 경우 불황과 관계없이 잘 나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 빨리 타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매출을 목적으로 저자와 책을 알릴 수 있는 사인회를 연다. 반짝 하고 사라지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저자사인회에 대해서 선입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단순히 자기만족으로 집필한 것이 아니라면 사인회에 대한 부담을 갖기 보다는 자부심을 갖고 책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 '말씀에게 길을 묻다' 저자사인회에 몰려든 사람들.


새로운 문화현상이 확산되어 갈때는 반드시 시행착오의 과정을 겪기 마련. 저자사인회는 좋은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 단순매출을 목적으로 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도 있다. 만약 저자선정의 과정에서 가치중립적인 태도로 수익성만을 따진다면 이단 사이비 종교의 저자를 걸러내는 일은 요원해지고 만다. 종교인의 저자사인회가 대중에게 어떻게 비춰지는지도 고려해봐야 할 문제다. 얼마전 종로의 한 대형서점에서는 스님과 목회자의 사인회 일정이 한시간 간격으로 진행됐는데 앞선 사인회가 15분 가량 지연되면서 마치 경쟁을 하는듯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불교계의 경우 수행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홍보하고 열정적으로 참여하면서 높은 결집력을 보인다는 것이 서점 관계자의 설명이다. 속세를 떠나 생활하는 스님의 경우 기독교계 인사에 비해 사인회를 자주 기획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일반 대중의 참여율을 높이는 것이다. 사실 주변 지인들의 결집력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인회는 주로 유동인구가 많은 토요일에 열리는 편이므로 책에 대한 관심을 갖고 찾아온 독자들 외에도 당일 현장에서 미래의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서점측에서도 사인회 일정이 확정되면 온ㆍ오프라인을 통해 최대한 홍보하며 때때로 대중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강연회 및 다과회를 함께 진행한다. 보편적인 내용의 강연회는 소통의 대상을 기독교인에 국한시키지 않고 일반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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