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제위기와 그리스도인

[ 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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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5월 29일(금) 10:50

지난 12일 '경제 위기와 대안 모색'을 주제로 열린 2차 교회와 사회 포럼에서 발표된 조용훈교수(한남대)의 '현대 경제위기와 그리스도인' 발제를 요약해 싣는다.  <편집자 주>


미국 발 금융위기가 세계경제 전체를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전문가들의 다양한 분석이 거시경제적 차원과 미시경제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논자는 소박한 생각에서 두 가지 원인을 떠올린다. 하나는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탐욕이며 그것을 부추기는 경제체제다. 작년 안식년차 미국 켄터키주에 있었는데 교민 한 분은 집값의 5%만 지불하고도 집을 살 수 있었다고 했다. 집을 살 당시부터 이미 안정된 직업을 갖지 못했던 그 분은 이번 위기 때 은행에 집을 차압당하고 말았다. 집을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닌 사람에게 쉽게 집을 줄 때는 언제고 빼앗냐고 속상해 하는 것을 보았다. 문제는 지금의 경제시스템이 이 경우처럼 소비욕구를 부추기고 그렇게하지 않으면 생존해 갈 수 없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경제주체들이나 그것을 감독할 정부기관의 도덕적 해이다. 얼마 전 미국 금융위기의 주범이며 국민의 혈세로 간신히 목숨을 이어가는 다국적 보험회사 가운데 한 회사가 인재를 회사에 남게한다는 명목으로 엄청난 보너스를 지불해서 미국 시민들이 분노하고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서 조치를 취한 일이 있다. 기업가들은 말끝마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다 해결해 줄 것처럼 해놓고 실제로는 그 뒤에서 자신들의 탐심만 채우고 있다. 경제 위기 때마다 손해를 보는 건 세금을 납부하는 시민들이다.

이 점에서 기독교와 경제가 만난다. 기독교가 추구하는 행복한 삶이란 재화에 대한 끝없는 탐심을 넘어설 때 얻어지는 부산물이다. 영적 가치는 물질적 가치로부터 자유롭다. 아니 많은 경우 물질적 가치는 신앙생활에 유혹이 된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모든 탐심을 물리치라'(눅 12:15)하셨고, 십계명에서도 '네 이웃의 지을 탐내지 말라. 네 이웃의 아내나 그의 남종이나 그의 여종이나 그의 소나 그의 나귀나 무릇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라'(출 20:17) 하였다. 유감스럽게도 한국교회는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반대의 길을 걸었다. 탐심을 정당화하고 때로는 부추기는 일에 합세했다.

한편, 교회는 이 위기 상황에서 경제의 본래 목적이 무엇인지 돌아보아야 한다. 근본으로 돌아가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위기의 해법이 아닌가? 경제(economy)라는 단어는 집 혹은 가정을 의미하는 헬라어 oikos와, 규칙 혹은 법을 의미하는 nomos가 결합된 것으로 '한 집안의 살림살이'를 가리킨다. 여기서 말하는 집안은 개인의 살림살이는 물론 국가의 살림살이, 더 나아가 지구가족 전체의 살림살이까지 확대된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전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이번 경우를 보더라도 세계가 결국 한 가족일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이제 우리의 가족 개념에는 단지 인간만이 아니라 자연생태계 전체를 포함해야 한다. 지구전체가 공동운명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생태학(ecology)이란 말은 우주를 한 가족으로 보는 oikos와 학문을 가리키는 logos의 결합이다. 그런 이유에서 이제 경제는 어쩔 수 없이 지구전체의 지속가능성의 문제를 중심에 놓아야 한다. 그리고 인간은 청지기(oikonomos)로서 가정이나 교회 공동체만이 아니라 지구생태계 전체를 한 집안처럼 가꾸고 돌보는 존재다.

신앙은 인격적이지만 사적(私的)인 것은 아니다. 신앙은 경제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그리스도인 역시 경제행위를 하며 살아간다. 때로는 소비자로, 노동자로, 혹은 실업자로 살아간다. 그리스도인은 예수께서 가르치신대로 '일용할 양식'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데, 일용할 양식은 경제와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한편, 경제분야는 하나님의 뜻이 실현되어야 할 하나님의 통치영역 가운데 하나다. 문화위임(창 1:26~28)에 따라 교회는 경제의 자유만이 아니라 정의로움과 평등함에 대해서도 관심해야 한다. 게다가 절대빈곤이 소수의 게으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다수의 문제가 되고 빈곤의 세계화로 진행될 때 교회는 경제 구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여전히 신앙을 사적 영역에 제한하고, 성적 순결이나 낙태, 동성애와 같은 도덕성 문제에만 관심하고 있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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