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종을 세워나가며'

[ 땅끝에서온편지 ] <2> 선지동산에서의 사역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5월 21일(목) 09:35

   
▲ 맥길버리 신학교 강의실에서 사도행전에 기록된 바울의 여정을 공부한 후 학생들과.

맥길버리 신학교! 미국장로교회가 파송한 다니엘 맥길버리 선교사에 의해 세워진 1백20년의 전통을 지닌 학교이다. 이 학교를 통해 배출된 주의 종들이 태국 교회를 섬기고 있다. 1974년에 첫 기독교 사립대학인 파얍대학교가 설립되면서 대학교 편재로 들어갔다.

우리 부부는 9개월 간 방콕에서 태국어를 배우고 1988년 6월 신학기에 전도학을 가르치게 되면서 본격적인 선교사역을 시작했다. 비록 언어시험을 통과하고 태국어 성경을 공부했다 할지라도 많은 신학용어를 태국어로 가르쳐야 하는 부담감이 컸다. 철학 용어 사전, 신학용어 책자 등을 보고 또한 다른 선배 선교사들과 태국 교수들에게 물어가면서, 혹은 스스로 단어를 새롭게 만들어가면서 태국어 신학 용어들을 익히고 가르칠 내용을 문장으로 잘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

학생들에게 한참 설명하고 나서 이해했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시원치 않다. 그래서 영어로 설명하고 한 학생이 간단히 설명한 적도 있다. 문제는 표현이 부족한데다가 한국적인 사고에서 나온 설명을 그대로 태국어로 옮기다보니 문화적으로 다른 상황에서 살아온 학생들이 이해를 잘 못하는 것이었다.

한번은 '베드로가 예수님을 부인했다'라는 말을 하면서, '부인'의 태국어인 '빠띠셋'이 아닌 비슷한 발음의 '빠띠틴'(달력)이라고 말하니 학생들이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한 적도 있었다. 생각해보면 이런 강의를 인내하면서 들어준 초창기 제자들이 참으로 기특하기만 하다. 2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초창기 학생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만나면 과거의 이야기들을 하면서 웃곤 한다.

첫 해 제자 중에 두앙수다전도사는 우리 교단 전장학금을 2년간 받았으며 지금은 신약학 교수가 되어 같이 강단에서 가르치고 있다. 신학교는 총회가 목회자를 양성하는 선지동산이다. 그러나 대부분 졸업하면 교회보다는 학교, 병원, 기독교 기관으로 가고 4분의 1정도만이 교회에 남는다. 이러한 상황이 적잖이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는데, 과반수정도 되는 여학생들은 졸업 후 목회자가 되는 경우조차 드물다.

그러나 그동안 배출한 주의 종들이 총회 임원으로, 노회장으로, 목회자들로, 기관의 주요 부서에서 섬기는 것을 보면서 신학교육이 교회 지도자들을 세우는 더없이 중요한 사역임을 깨닫는다. 이에 따라 학생들을 기존 교회 목회자로 양육하는 것과 더불어 교회를 개척할 수 있도록 신학교 안에 '개척교회 관심자 기도모임'을 조직했고, 생활비 지원과 더불어 목회 현장에서의 고민들을 상담해주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 그리고 학점이 우수하고 신앙적인 면에서도 신실한 학생 한 명을 선정해 우리 교단이름으로 장학금과 교재비 등을 지원하도록 했다.

한국교회는 교회 건축에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신학교육과 일꾼을 양육하는 데는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하지 않는 것 같다. 현재 신학교 사역을 펼쳐나가는 데 있어 더많은 선교인력이 필요하다. 선교사로 지원하는 사람들 가운데 대부분이 선교학을 공부하지만, 신학교 사역을 감당함에 있어 성서신학과 기독교교육을 전공한 사람들도 필요하다.

한국교회가 태국의 신학교육과 목회자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런 면에서 맥길버리 신학교(파얍대학)와 장로회신학대학교 간의 협력을 추진 중이며, 또 다른 사역지인 우돈타니 전도훈련원에 신학부(B. Th, 맥길버리 신학교의 분교)를 세우는 것을 진행 중이다. 태국 동부지역에는 정부에서 인가된 신학교가 없어서 교단과 노회 등에서 이 곳에 신학교가 세워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라오스를 포함한 주변국의 인재들도 이곳에서 신학 훈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교수 요원 및 시설 확충을 위한 재정적 지원도 절실하다.

신학교육은 교회를 바르게 세우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는 근간이기에 미래를 좌우하게 된다. 이런 면에서 처음부터 주 사역을 신학교를 통해 이루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현재도 목회자와 지도자들을 세우는 사역을 감당하는 사역은 필자에게 있어 큰 영광이 되고 있다.


조준형
태국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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