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들 하나님께 뿌리내릴 수 있기를"

[ 인터뷰 ] 스웨덴이 기른 우리 아이들 이야기 '아름다운 인연' 저자 김현덕집사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09년 05월 13일(수) 10:14

   
▲ '아름다운 인연' 저자 김현덕집사.
한국의 한 정신과 전문의가 스웨덴으로 이민 후 상담을 통해 경험한 입앙아와 양부모들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한국어로 '갈망'이란 뜻의 책은 2006년 가을 스웨덴에서 출간된 후 최근 '아름다운 인연'이란 제목의 한국어판으로 옮겨졌다. 1937년 서울출생의 현덕 김 스코글룬드씨는 국립의료원에서 인턴생활 중 지금의 스웨덴인 남편을 만나 1962년 이민했다. 결혼식은 고 한경직목사의 주례로 영락교회에서 열렸다고. 현재는 스웨덴 임마누엘교회(조충일목사 시무)에 출석중이다. 지난 6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출간기념회에는 정영조 전 스웨덴 대사부부, 경기여고 동문 등을 비롯한 지인들, 기독여민회(회장:정태효) 회원들이 참석했다. 스웨덴에서 '민들레'라는 모임을 조직해 기독여민회를 후원하고 있는 인연으로 함께한 것. '민들레'에는 한국인들과 입양아 부모, 한국 병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사 등 스웨덴 사람들이 문화교류의 장을 형성하고 있다. 다음은 출판기념회에 앞서 만난 저자와의 일문일답.

1. '아름다운 인연'의 출간일이 2009년 4월 29일입니다. 정말 따끈따끈한 책을 내어놓으셨는데요.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와 집필과정을 설명해주세요.
한국은 입양을 보내기만 하는 나라, 스웨덴은 입양을 받기만 하는 나라다. 4만5천명의 해외입양아 중 9천명이 한국인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풍족한 생활을 할 것이라는 추측에 버려진 고통으로 힘겨워한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우리의 아이들이 어떤 심리적 고통을 받고 사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2002년에 정년퇴직을 하면서 내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경험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사례를 모으고 출판사를 찾는 일 등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양부모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감추려하기 보다 타인에게 도움이 되면 좋다고 흔쾌히 허락해줘서 이렇게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됐다. 스웨덴어로 책을 낼때는 자녀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2. 스웨덴어판 출간시 반응은?
스웨덴에서도 이런 책은 처음이었다. 입양아들이 각자 스웨덴에서 자란 생각을 펴낸 책은 있었지만 양부모들의 이야기를 정신과 전문의가 쓴 책은 전무했다. 베스트셀러가 될만큼은 아니지만 입양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지침서로 자리매김했다. 스웨덴에서는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정부에서 만든 커리큘럼으로 각 구에서 교육을 담당하게 되는데 이 책이 추천도서로 들어가있다.

   
▲ 출판기념회 후 기독여민회 회원들과 함께한 모습. 기독여민회 회원들은 민들레의 초청으로 스웨덴을 방문해 입양아들과의 만남을 갖고 사회복지시설을 견학하기도 했다.
3. 입양아들을 어떻게 깊이 이해할 수 있었는지?
스웨덴 사람과 결혼을 하면서 고향을 떠난 후 언어로 인한 소통의 문제, 정체성 혼란, 향수병 등 내가 이방인이 되어본 경험때문인 것 같다. 4남매 모두 여기서 태어났지만 머리가 까맣다. 아이들이 어릴때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너 어느 나라에서 왔니?"라고 물을 때마다 "나 스웨덴에서 왔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딸이 처음 학교에 들어가서 1주일만에 울면서 오니까 오빠가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울거 없어, 4백명이 한 번씩 물어보고 나면 그 다음엔 안물어봐." 이런 경험들이 그들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게 한 것 같아 감사하다.

4. 스웨덴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은?
굉장히 "긍정적(Positive)"이다. 6.25에 참전하면서 한국사람들은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때는 지금은 상상도 못할만큼 어렵게 살았다. 우리의 어려운 것을 다 봤기 때문에 입양을 당연하게 생각했다고나 할까. 오랫동안 기독교가 국교였던 스웨덴 사람들의 사상속에 '모든 사람은 다 동등하며 하나님의 자녀'라는 기독교 세계관이 뿌리박혀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제성장 후 한국에 대한 인식은 말할 것도 없다. 자동차 핸드폰 TV 등 어디에 가든지 한국기업제품이다.

5. 신앙인으로서 입양을 간접체험하며 가졌던 마음은?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을까, 이 아이들이 정말 디아스포라는 아닐까'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입양아 중에는 뿌리가 없어 방황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들을 지켜보며 하나님께 뿌리를 내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문의로서 정신적 치유도 진행했지만 언제나 영적인 치유의 측면을 염두에 뒀다. 현재 우리 교회에서 매주일 설교를 통역하고 있다. 또한 1년에 한 번 여전도회를 통해 입양인 초청 잔치를 연다. 불고기 김치 잡채 만두 등 한국음식 요리교실도 열었는데 반응이 무척 좋다. 퇴임 후 다른 환자는 받지 않지만 지금도 입양아들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언제든지 우선권을 주고 있다. 진료비는 일명 '로빈후드' 방식으로 받는데 수입이 많은 아이들한테는 많이 받고 무직자에게는 거저 주기도 하는 형식이다. 하나님께서 건강과 마르지 않는 열정을 주셔서 할 수 있는 일,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

   
▲ 스웨덴이 기른 우리 아이들 이야기.
6. 책을 통해 소개된 아이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면?
한국에서는 입양결정 후 고아원에서 위탁모에게로 옮기는 데 굉장히 안좋다.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경험하다가 보내겠다는 의도인데 아이에게는 분리의 고통을 다시 경험하게 하는 것으로 치명적이다. 그 얘기만 하면 화가 난다. 크리스티안 역시 위탁모가정을 거쳤는데 실어증 증세를 보일만큼 큰 충격을 받았었다. 차차 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정말 똑똑한 아이였다. 하지만 사춘기들어 돌변해 학교도 그만두고 자살하기 직전까지 이르렀다. 그 아이 엄마가 나에게 연락을 해와서 치료를 맡게 됐다. 지금도 그 엄마를 만나면 늘 '우리애'를 잘 길러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한국아이들이 다 우리아이들이니까. 그밖에도 아름다운 인연들이 너무 많다.

7. 해외입양과 관련해 한국정부와 교회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가능한 한 국내입양을 장려했으면 한다. 몇년 전 한국의 보건복지부 장관이 스톡홀름을 방문해 입양아들과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아이들은 "우리는 왜 여기왔는지 안다"면서도 "왜 지금도 아이들이 오고 있는지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 수 있겠는가"라고 뼈있는 질문들을 쏟아냈다. 또한 "우리를 버려야만 했던 부모들을 위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라고 물었다. 정부는 편모들로 하여금 경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줬으면 한다. 교회가 해야하는 일은 '기도'밖에 없다. '우리아이들'을 위해 기도로 뒷받침해달라. 입양아와 양부모들의 영혼구원을 위한 씨앗을 계속 뿌리고 있다. 누군가가 거둘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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