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 놓음'의 신앙

[ 입시사교육바로세웁시다 ]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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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5월 12일(화) 19:55
방선기/직장사역연구소 소장ㆍ기윤실 이사

큰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에 공부하기 힘들어 했다. 그래서 대학에 가는 것보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것을 배워서 그 일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적이 있다. 많이 생각해보더니 그냥 대학준비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혼자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갔다. 막내아들은 중학교 시절부터 고등학교를 정할 때 대학을 갈 것인지 실업계 고등학교(예를 들면 조리고등학교)에 가서 실제적인 공부를 해서 곧바로 직장에 가는 것은 어떨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막내 아들은 학교성적이 그리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대학엘 가지 말고 고등학교 졸업하고 일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대학공부의 필요성을 느낀다면 나중에 얼마든지 공부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내 말을 듣고 고민을 하던 막내 아들이 자기도 일단 대학에 가는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서 성적 때문에 고생 좀 하다가 대학엘 갔다. 

자녀들에게 이런 시도를 한 것은 대학교에 가는 것이 인생에 있어서 절대 절명의 일이 아니며 대학에 간다고 결정을 할 때 부모가 결정하지 않고 자녀들 자신이 대학에 가는 것이나 어떤 대학에 가는 것을 결정하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입시 문제를 제도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제도가 아무리 바뀌어도 입시 문제가 변하지 않는다. 입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시의 주도권을 부모의 손에서 자녀들에게로 넘겨주어야 한다.

세 아이가 공부하는 동안 사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다. 큰 아이는 혼자서 잘 했지만 고등학교 3학년 마지막에는 도움이 필요한 것 같았다. 본인이 원해서 몇 달 학원에 다녔다. 그것이 꽤 도움이 된 것 같았다. 둘째인 딸은 비교적으로 잘 하는 아이다. 그러나 수학이 많이 떨어진 적이 있었다. 그래서 사교육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냥 자기가 해보겠다고 했다. 약간 염려가 되기는 했지만 자신이 그렇게 말하니까 그냥 받아들였다. 열심히 하더니 조금씩 올라갔다. 이 두 아이를 키우면서 사교육을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된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런데 셋째는 큰 아이들 같지는 않았다. 큰 아이들과 비교해보면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사교육을 권해보았다. 그때 막내가 사교육을 받아보겠다고 했으면 나는 시켰을 것이다. 혼자 공부가 안되니까 도움을 좀 받았으면 좋겠다는 아이에게 사교육은 절대 안 된다고 우기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형과 누나를 보고 그랬는지 모르지만 자기가 혼자 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인터넷 강의를 듣는 정도로 했다. 그런데 성적에 도무지 변화가 없으니 부모 마음이 답답하기는 했다. 그러나 아이에게 사교육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그 문제는 자신이 결정할 문제이며 그 결정을 위해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것이 부모의 책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녀들에게 이런 시도를 한 것은 공부는 자기 동기를 가지고 해야지 제대로 하게 되며 그것이 평생을 통해서 중요한 자산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서 사교육이 꼭 필요할 때가 있다. 공교육의 질을 아무리 높여도 사교육의 수요를 없앨 수는 없다. 사교육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사교육의 문제는 그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의 주체가 부모에게 있는 것이다. 사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교육의 주도권을 부모님의 손에서 자녀들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나름대로 인생의 목적을 가지고 살면서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대학에 가겠다고 결심을 하고 대학에 가기 위해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어서 사교육의 도움을 받는다면 입시나 사교육이 사회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 모든 것의 주도권을 부모들이 쥐고서 좌지우지하는데 있다. 한동안 '내려놓음'이라는 말이 성도들 사이에 많이 오르내렸던 적이 있다. 나는 그 말에서 입시와 사교육의 문제의 해답을 찾는다. 부모들이 입시와 사교육에 대해서 자신의 염려와 욕심의 '내려놓음'이 있으면 문제는 쉽게 해결이 될 수 있다. 지금 우리의 문제는 자녀들이 생각하고 책임져야 할 것을 모든 부모들이 다 같이 붙잡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을 믿는 부모만이라도 '내려놓음'을 실천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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