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그럴 때인가?

[ 논설위원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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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5월 12일(화) 19:53

이희수/목사ㆍ신성교회

얼마 전 한국에도 다녀간 세계적인 기독교 석학인 레너드 스윗은 '변혁의 주인공이 되는 교회'라는 글에서 오늘날의 교회를 선교적(mission) 교회, 목회적(ministry)교회, 현상유지적(maintenance)교회, 박물관(museumㆍmonument)교회 등 네 가지로 분류했다. 그리고 서구 교회는 이미 현상유지적 교회에서 박물관 교회로 옮겨가는 상황이고, 한국 교회는 아직 선교적 교회와 목회적 교회 사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세상을 위해 존재하다가 자신을 돌보기 시작하면서 정체현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교회의 관심이 세상에서 자신으로 옮겨가면서 교회는 성장과 발전과 변화가 정체되기 시작하고 그러다가 결국 박물관 교회가 된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부터 인도네시아 선교를 하면서 노회와 현지교단이 선교협정을 맺고 목회자 훈련에 주력하고 있다. 한번은 그 교단의 신학교 교수인 젊은 목사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런 말을 들었다. 그 교단은 네델란드개혁교회의 선교를 받은 교회인데 유아세례나 세례를 받을 때에 서구의 대부대모 제도처럼 여러 명의 후견인들을 세운다고 한다. 그런데 그 교단의 임원들과 신학교 교수들이 모여서 유아세례시 몇 명의 후견인을 서게 할 것인가 하는 내용을 가지고 몇 개월 동안 격론을 벌였다는 것이다. 그 젊은 목사는 울분을 터뜨리면서 말하기를 "지금이 어떤 때인데, 교인들은 계속 줄고 젊은이들은 영적 은혜에 목말라 하는데 교회 지도자들이 이런 엉뚱한 일에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예수님께서 바리새인들에게 "너희가 하루살이는 걸러내고 낙타는 삼킨다"고 책망하셨던 말씀이 생각났다. 지금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말씀이 다시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에 교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문제들은 과연 교회와 하나님 나라의 핵심과 본질의 문제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교회가 사회로부터 여러 가지로 비판과 공격을 받고 있는 이때에, 교단적으로는 한국교회의 성장 정체를 벗어나서 부흥을 이루기 위해 예장 3백만 성도운동에 진력하고 있는 이때에, 교계 신문에서 읽는 여러 가지 이슈들을 보면서 과연 이것이 지금 우리가 심각하게 논의할 본질적인 문제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교회마다 크고 작은 분쟁들이 생겨서 노회와 총회의 재판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고, 이런 문제들을 교회 안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사회법정에까지 가서야 결론을 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모 교단의 최고 지도자 자리를 놓고 서로 다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사회법정에서 중재안을 내고 방향을 가르쳐주는 것을 보면서, 과연 한국교회가 이런 모습이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터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도하게 된다.

최근에 지상 토론이 벌어지고 있는 장로 노회장의 목사 안수 참여 문제나, 총회 헌의가 예상되는 목사와 장로 정년 연장 문제, 교회 노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분쟁 등이 지금 우리가 그렇게 심각하게 논의하고 힘써야 할 교회의 본질과 복음의 핵심에 대한 중요한 문제인가 묻고 싶다. 누가 맞고 누가 틀린가를 따지기 전에 이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가장 시급한 문제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레너드 스윗은 세상은 급하게 변하고 있고 미래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고 하면서 교회는 세상의 변화에 창조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그 중심에 서야 하며 이를 위해 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 창조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교회는 미래를 위해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가를 말하면서 얼마 전 유행하던 '매직 아이(Magic Eye)'라는 책을 예로 든다. 각양각색의 점들로 채워져 있는 책의 표면을 한참 동안 바라보면 그 안에서 3차원의 형태가 나타나는데 누구나 그 3차원의 형체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그림을 보는 방법이 21세기를 준비하는 창조적 목회에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고 한다. 이 책을 보는 원칙은 두 가지이다. "초점을 포기하라(lose focus), 통제를 포기하라(lose control)." 즉 교회와 세상 전체를 바라보면서 전통이나 기존 제도에 집착하지 말고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감격적인 미래의 교회가 눈앞에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바라보라는 것이다.
레너드 스윗의 교회의 분석대로라면 교회의 본질과 복음의 핵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서구교회처럼 현상유지적 교회를 지나 박물관적 교회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우리들의 현실의 모습을 깨닫고 하나님 나라와 교회의 본질에 집중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비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모든 논의들을 중단하고, 모든 생각과 의견들을 내려놓고 오직 하나님의 나라만을 생각해야 한다. 엘리사 선지자가 게하시를 책망한 말씀이 생각난다. "지금이 어찌 은을 받으며 옷을 받으며 감람원이나 포도원이나 양이나 소나 남종이나 여종을 받을 때이냐?" 지금이 그럴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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