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싫은 학생들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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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5월 12일(화) 19:48

이상천/목사 ㆍ 강릉교회

학창 시절의 추억을 돌이키면 정말 밤새도록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을 것 같다. 즐겁고 유쾌한 얘기들도 많지만, 당시에는 정말 끔찍스러운, 어떤 것들은 정말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사건과 사고들(?)도 더러 있다.
온 교정을 뜨겁게 달군 사건과 사고들도 여름방학, 겨울방학, 봄방학을 통해서 열기를 식힐 수 있는 시간의 여백들이 있어서 참으로 좋았다. 자랑스러운 일들이야 상관이 없지만, 자랑스럽지 못한 사건이나 사고들은 이런 방학을 통해서 잠시 휴면기를 갖기도 하고, 새롭게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방학 후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등교하면 이런 여러 가지 사건ㆍ사고가 얘기거리들로 전환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방학은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에게 참으로 중요하다. 선생님들도 재충전의 기회와 휴식의 시간들이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학생들은 그 방학을 통해서 학업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방학이다. 그래서 방학을 싫어하는 학생을 내 경험으로는 본적이 없다. 그 방학을 누가 고안을 했는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이 지면을 통해서 감사를 드린다.

강릉교회도 여러 방학들이 있다. 성경공부도 방학을 하고, 구역예배도 때를 맞춰서 여름방학, 겨울방학을 꼭 한다.  여기는 관광지이다 보니 학교방학 시기에는 집집마다 손님들로 북적대기 때문에 특별히 구역예배를 쉬지 않으면 모두가 힘들어 한다.

학교방학에 맞춰서 교회 방학도 시작하고 개학에 맞춰 구역예배, 성경공부를 개강한다. 성경공부 방학을 하면 학생들이 신이 나서 멋진 종강 파티까지 벌인다. 구역예배를 방학하면 더 신이 나서 구역마다 방학식을 거창하게 한다. 학생들이나 그 학부모된 성도들도 방학이라면 다들 이렇게 신나하고 좋아한다. 더구나 성경공부를 방학해도 아쉬워하지 않는다. 구역예배를 방학해도 전혀 서운해 하지 않고 오히려 신이 나서 야단들이다. 혹시 강릉교회 성도들이 삐뚤어진 신앙은 아닌지 모르겠다. 암튼 방학들을 엄청 좋아들 하신다.

우리 교회에 '장수대학'이 있다. 학생들의 평균 나이는 70세가 훌쩍 넘는다. 65세부터 학생 자격이 주어지는데 65세에 입학하면 그날부터 심부름꾼이 된다. 흔히들 말하는 '쫄병'이다. 65세에 다시 새댁으로 불리는 그 서러움(?)을 이겨내면서 5~6년 참아야 제대로 된 학생대접도 받을 수 있다.

장수대학의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인기는 매주 목요일마다 교회에 나오는 재미, 교회에 나오면 하루 종일 가만히 계시지 못하게 하는 선생님들과의 행복한 시간, 애찬부원들의 정성과 최선의 솜씨로 대접하는 점심 식사의 즐거움 때문이다. 게다가 인기의 압권은 봄, 가을로 떠나는 수학여행인데, 장수대학 학생들은 가히 목숨(?)을 건다. 목숨을 건 수학여행을 다음 주에 떠난다.

학생들은 무조건 방학을 좋아하고 반기는데 방학을 싫어하는 학생들이 있다. 바로 하늘을 찌르는 인기의 장수대학 학생들이다. 선생님들이 어떻게 가르쳤기에 방학을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선생님들을 칭찬해야 할지, 꾸중을 해야 할지, 아니면 방학을 싫어하는 학생들을 칭찬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방학을 싫어하는 학생 여러분! 올해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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