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쓴 주홍글씨

[ 기자수첩 ] 한국교회의 진정한 섬김을 위하여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09년 05월 06일(수) 10:25

"기자님은 북에 가보신 적이 있습니까?"  "요즘 북쪽 사정은 좀 어떻습니까?" "북한 체제가 언제까지 갈 것 같습니까?"

지난 1일 서울노회 남북한선교통일위원회(위원장:김용덕)가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서리:장영일)에 재학중인 새터민(북한이탈주민) 신학생들을 초청해 점심을 함께하는 자리였다.

 "어려운 시절 떠올리면서 가슴 아파하고 싶지 않다. 북은 잊고 산지 오래다"면서 강하게 고향을 거부하던 한 신학생은 쉴새 없이 '보고픈' 고향에 대해 묻고 있었다.

"한국에 정착한지 2년 밖에 안됐는데 적응을 너무 잘하고 있다"면서 스스로 대견해하는 그의 모습 속에서 왠지 서글픈 마음마저 들었다.

식량난으로 주민들은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로켓발사를 위해 3억 달러를 소비하는 고향의 지도자들에 대한 원망과 북한의 핵무기 개발 위협과 국내의 경제위기 등이 맞물려 남북간의 긴장상태가 고조되면서 그들은 "내 고향이 북쪽"이라며 마음껏 그리워 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도 오랫동안 주입된 반공의식은 새터민을 향한 편견과 차별의 차가운 시선을 피해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졸업후 같은 처지의 새터민에게 복음을 전하고 정착을 돕고 싶다"는 그들이 "교회와 성도들이 새터민 사역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을지 염려가 된다"는 그들의 한 숨 섞인 고민을 들으면서 크리스찬 조차 목숨걸고 두만강을 건넜던 그들에게 '북한출신'이라는 주홍글씨를 평생 안고 가게 만든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지금 한국교회가 할 일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포장된 생색내기 식의 '섬김'이 아니라 불투명한 비전에 희망의 '숨'을 계속적으로 불어넣을 수 있는 장학사업과 같은 진정한 '섬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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