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진은 한국교회의 신앙적 유산ㆍ聖地"

[ 기고 ] 100주년기념교회 이재철목사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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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5월 05일(화) 17:07

이만규 / 신양교회 목사ㆍ총회 역사위 양화진문제대책분과장

존경하는 이재철목사님, 저는 목사님과 일면식도 없지만 같은 시대에 같은 교단에서 목회하는 목사로서 목사님을 깨끗한 이미지와 탁월한 목회 그리고 문화를 읽고 시대정신을 이끌어 가는 예언자적 혜안을 가진 분으로 생각하며 존경하고 또 목사님과 같은 분 때문에 이 정도라도 한국교회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 목사님이 우리교단 목사로 저와 같은 시대의 목사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습니다.

저는 그동안 총회 역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소위 '양화진 문제'를 접하게 되었고 또 양화진문제대책분과를 맡으면서 목사님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목사님과 한국기독교1백주년기념사업협의회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것처럼 못된 사람들의 음해이거나 급성장하는 교회에 대한 시기심 정도로만 가볍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사실을 깊이 알아가면서 또 이번 기념사업협의회와 함께 하신 목사님의 기자회견 보도를 읽으면서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고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안의 진실성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궁금증은 저만의 궁금증이 아니라 관심있는 모든 이들의 듣고 싶은 대답인 것 같아 공개적으로 질문을 드리고 또 대답을 요청합니다. 이는 교단 양화진문제대책분과장으로서이기 보다는 평소 목사님을 존경하고 한국교회의 긍지로 생각했던 목사로서 목사님의 진심을 알고 싶은 것입니다. 차라리 이런 사실이 목사님의 말씀처럼 음해거나 모함이라면 더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글을 드립니다.

먼저 목사님 같은 분이 왜 이런 엄청난 분쟁의 중심에 서 계시면서 또 기자회견을 통해서 법적대응까지를 운운하는 구차한 모습을 한국교회에 보여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목사님은 주님의 교회를 그렇게 잘 키우시고도 아무런 미련도 없이 떠나오신 분이 아니십니까? 정신학교에 강당을 지어 주고 예배를 드리면서까지 부동산의 소유에 대하여 자유하신 분이 아닙니까? 그런데 왜 이번에는 존경하는 교계 어른들의 신의의 바탕 위에 위탁하신 묘지와 그 땅에 대하여 그토록 애착을 가지시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한국교회와 맞서는 것같은 인상까지 주면서 묘지 관리를 자임하고 주일 추념을 금하는 등 100주년기념교회의 편의를 위해 한국교회의 정서를 무시하는 듯한 일을 서슴치 않으시고 거기에 대한 항의를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는 어떻게 들으면 협박처럼 들리는 기자회견을 하셔야할 이유가 어디 있는지 참으로 알 수 없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외국인들이 토지를 소유할 수 없는 법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 한경직목사님께서 기념사업협의회가 일시적으로 관리를 해주려고 명의를 신탁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맡은 것을 가지고 기념사업협의회는 그 땅이 마치 자신들의 것인 양 주장을 하고 한국교회의 정서는 고려하지 않은 채 100주년기념교회에 전권을 위임하고 또 목사님과 100주년기념교회는 위임받았으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듯 역사적 중요한 가치를 가진 안내판을 임의로 바꾸어 버리고 '외국인 묘지공원'을 '외국인 선교사 묘원'으로 변경하고 표지판들을 교체하여 역사성을 훼손하고 수도권교회들의 교회학교 교육의 현장으로 사용되던 주일 추념을 금하고 주일은 온통 100주년기념교회의 주차장으로 사용해버리는 처사는 참으로 목사님답지 않은 처신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한국교회는 그 땅이 누구의 이름으로 등기가 되어 있는지, 법적 소유자가 누구인지, 그 땅에 대한 실제적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또 예배 처소를 빼앗기고 고등법원에 제소를 했다는 유니온교회의 주장이 무엇이든지에 상관없이 양화진외국인묘지는 우리 한국교회의 신앙적 유산이요 성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교회는 양화진 묘지를 이 목사님이나 한 교회가 독점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신탁된 등기부 명의를 가지고 권리를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섭섭해하는 한국교회를 향해 음해니 비방이니 모독이니, 그래서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협박에 대하여 매우 식상해 있고 또 분노하고 있음을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 양화진 묘지는 한국교회 모두의 것으로 함께 아끼고 귀히 여기는 성지로 가꾸고 싶은 것입니다. 그럼에도 한국교회의 지탄을 받으면서 굳이 독점 관리를 자임하시려는 것에 대하여 순수성을 믿을 수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또한 깨끗한 목사님의 이미지와 전혀 다르게 한국교회의 가장 부끄러운 행태로 지적받는 교인의 수평이동을 조장한다는 오해를 받기에 충분한 교인 호칭의 문제에 있어서도 우리는 "그렇게까지 하여 교인들을 불러 모아야 할까?"라는 안타까운 마음을 숨길 수 없습니다. 부끄럽게도 우리 한국교회에는 성직을 봉사나 사역을 위한 직임보다는 교회 안에서의 자기 위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장로나 집사 권사를 명예로 이해하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 목사님 교회에서 그런 식으로 호칭을 부여한다면 허영을 좇는 덜된 교인들의 수평 이동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기에 우리는 그것이 교인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점잖지 못한 수단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장로 집사 권사의 직분을 소중히 알고 헌신하는 수많은 항존직분자들의 성직의 존엄성을 마구 무너뜨리는 결과가 온다는 것을 정말로 짐작도 못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보도에 의하면 장로제도를 권력화 서열화되었다고 단언하셨다고 하시는데 우리 교단의 치리의 근간인 이 장로제도를 그렇게 폄훼해도 되시는지, 그래서 이 목사님 교회는 우리 교단 헌법이 규정한 기본적인 치리회인 당회를 구성하지 않고 운영위원회라는 이름으로 교회를 이끌어 가시는지에 대하여도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목사님께서도 이미 들어 아시리라 믿지만 목사님과 같은 지역(마포구)의 교회들이 비장한 각오로 시정을 요구하고 본교단 강북지역노회협의회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을 총회에 헌의하고 목사님이 소속된 서울서노회가 목사님을 기소한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교단에 파문을 일으켜 가면서까지 꼭 묘지를 독점 관리해야할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또한 우리는 묘지관리나 홍보를 위해 세운 건물에서는 용도상 예배를 드릴 수 없다는 이유로 유니온교회를 내보내고서도 귀 100주년기념교회는 수천 명이 모이는 주일예배 처소로 사용하면서 엄숙하고 경건히 유지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타교회 교인들의 주일 추념은 금하면서 자신들은 묘역 전체를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교회가 귀 교회나 목사님에 대하여 느끼는 배신감이 얼마나 큰지 정말 이해하지 못하는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제 그만 묘지는 한국교회에 돌려주시고 새 예배처를 마련하고 남들과 같이 정상적인 목회로 목사님의 남은 시간을 하나님께 드려서 실추된 이미지를 다시 세우고 역시 그분은 다르다는 멋진 모습을 보여 주실 수 없으신지 기대해 봅니다. 양화진 묘지 관리가 그렇게 염려된다면 유니온교회에 맡기면 아마 더 잘 돌볼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마포구교회협의회도 외면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등기부상의 이름 하나를 믿고 소유권을 주장하려는 기념사업협의회도 양화진 묘지를 겸손히 한국교회에 다시 내어놓게 될 것 같으니 말입니다. 목사님도 기념사업협의회도 기존의 좋은 이미지를 다시 회복하고 또 배은망덕하다는 오해를 받고 있는 한국교회의 명예도 회복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목사님과 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의 하나님을 향한 신앙적 결단을 기대하며 목사님께서 저의 궁금증을 풀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건승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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