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타종교와의 대화 게을리 말아야

[ 연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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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4월 30일(목) 09:49

기독교대한성결교회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세계교회협의회 재가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신문지상을 통해 전해 들었다. 아직까지 국내 WCC회원교단이 예장, 기장, 감리교, 성공회 등 4개 교단에 불과한 상태에서 한국 개신교를 대표하는 교단 중의 하나인 성결교회가 에큐메니칼 운동에 복귀한다면 WCC로서는 더 없는 기쁨과 새 힘이 될 것이다.

그런데 현재 진행 중인 공청회 과정의 찬반 논쟁을 간접적으로 전해들으면서 한가지 우려할만한 점을 발견하였다. 성결교회의 에큐메니칼 운동의 복귀를 반대하는 분들이 그 이유 중의 하나로 "WCC가 종교 다원주의를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WCC를 비판하는 많은 사람들이 굳게 믿는대로 WCC는 종교다원주의를 인정하는가? 대답은 "절대 아니다"이다.

지금껏 WCC가 중앙위원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승인한 유일한 선교문서는 1982년에 발표한 '선교와 전도 : 에큐메니칼적 확언'이다. 본 문서는 여러가지 중요한 선교적 이슈와 선교신학적인 쟁점들에 대한 WCC의 최종적인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문서 41항은 분명하고도 확신에 찬 어조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유일성'에 대해 확언하고 있다. 대부분의 오해는 WCC 모임에 초대되었던 몇몇 신학자들의 개인적인 입장과 WCC의 공식적인 입장을 구분하지 못한 데서 기인하였다. 에큐메니칼 운동과 WCC에 비판적인 일부 신학자들이 근거도 없이 WCC는 종교다원주의를 신봉한다고 주장하였고, 이들의 견해를 국내 일부 학자들이 철저한 문서적 고찰없이 확대 재생산하였다. 도대체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섬기는 세계교회들의 협의체가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부인하는 것을 어떻게 상상조차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WCC는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그 어떤 종교든지 종교적 신앙을 근거로 타 종교인들에 대해 공격적이고 폭력적 행동을 정당화하는 근본주의(fundamentalism)에 반대한다. 우리 교단의 신앙의 지침이 되는 '대한예수교 장로회 신앙고백서' 제9장 4조는 "종교간의 대화에는 긍정적인 면이 있기는 하나 타종교 안에 그리스도의 복음과 같은 구원에 이르는 복음이 있음을 인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타 종교인을 적대시 할 것이 아니라, 복음선교의 자세에서 그들과 대화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라고 타종교와의 관계에 대한 기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는 WCC의 견해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으로 유일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대화를 추구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이 조항이 어떤 선교신학적인 함의를 지니고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본적이 있는가? 매우 예민하고 다루기 어렵기 때문에 그냥 고백서의 장식품쯤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가?  

지난해 3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께서 WCC를 방문하셔서 "종교간의 갈등으로 촉발된 전쟁과 폭력이 현 시기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라고 역설한 바 있다. 이를 위해 WCC가 세계종교지도자들을 초청하여 종교적 근본주의와 폭력을 극복하는 공동적 대화와 협력의 프로세스를 유엔과 더불어 시작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한국은 종교간의 평화가 굳게 뿌리내리고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다종교사회이다. 기독교가 중심이 되어 종교간의 연대를 통해 조직된 3.1운동의 경우에서 보듯이 한국 기독교는 항상 평화와 생명을 위한 종교 간의 대화와 협력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 국내의 많은 지성인이 한국교회의 타종교에 대한 편협하고 옹졸한 태도를 비판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교회의 부정적 이미지 형성의 무시 못할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우리교단은 21세기 새로운 기독교의 성장과 성숙을 위해 전력하고 있다. 우리 자신을 반성하며 사회를 향한 섬김과 헌신을 통해 건강한 교회의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이왕 교회의 교회됨에 대한 총체적인 성찰을 모색하는 이시기에 우리가 어떻게 타종교인들과 품위있고 열린 대화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성숙한 사회에서는 타종교에 대한 적대적 태도가 오히려 복음전도의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금주섭
목사ㆍWCC 선교와 전도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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