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생명

[ 논설위원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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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4월 29일(수) 15:19

이성희/목사ㆍ연동교회

최근 세계의 정보화 과정은 많은 사회적 부작용이 공존했던 것을 인류는 경험하였다. 이런 부작용은 세계의 국지적 현상이 아니라 지구적 현상이다. 경제성장이라는 일차적 목표의 달성을 위하여 수많은 정신적 가치의 손상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지난 날 우리의 현실이었다. 경제성장이라는 목표는 국민 일반의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달성되었지만 재벌을 중심으로 한 부의 집중화는 경제적 양극화인 빈익빈부익부(貧益貧富益富)의 사회기형을 낳게 되었으며, 이 일차적 목표달성을 위하여 독재라는 절대 권력을 용납하고 인권은 억압되었다. 이러한 정치체제는 자연히 민주주의의 가치와 절차를 외면하고 사회적 갈등을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능력마저 잃었다. 산업사회와 사회의 근대화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생명을 경시하게 되었으며 인간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이란 가치보다 '삶의 양(quantity of life)'이란 물질적 가치관을 가지게 만들었다.

흔히 자본주의는 다윈주의(Darwinism)를 기초로 한다고 한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원칙이 자본주의의 기본인 것을 의미한다. 자유로운 경쟁력을 통하여 힘이 있고, 가진 것이 있으며, 자유로운 경쟁력이 있는 사람들이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력이 얼마나 생존에 필수적인가를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다. 세계화시대에 경쟁력이 없으면 국가도 외국의 자본에 의하여 여지없이 존속되고 파산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지구는 마치 정글에서 벌어지고 있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정글법칙이 판박이로 운행되고 있다. 그런데 자유로운 경쟁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이 있다. 신체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 환경 자체가 불우하여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이런 사람들을 위한 교육이나 사회복지 등으로 도와주는 사랑이 동반되지 않는 자본주의는 모순을 동반하며 자본주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최근 우리 사회나 세계는 경쟁력의 사회이다. 경쟁력에서 낙오되는 사람은 생존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사람들은 생존 자격을 상실한 사람으로 오인되게 되고 결국 스스로 생존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근래의 경제 불황과 주가의 하락으로 말미암은 중소기업 사장이나 소액 투자자의 자살 등이 이러한 유일 것이다. 자본주의가 가지는 자체모순은 결국 사람들로 하여금 생명을 경시하게 하고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로 하여금 자살을 유도하는 위험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근본문제를 비껴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베버(Max Weber)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지적한대로 기독교 윤리를 도외시하는 자본주의 그 자체는 상당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모순은 프로테스탄트 윤리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 그러므로 경쟁에서의 생존자로서의 사람이 아니라 자연인으로서의 사람됨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어야 건전한 사회가 된다.

생명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가장 고귀한 것이며 단 한 번밖에 주시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생명은 누구에게나 고귀한 것이다. 예수께서도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을 바꾸겠느냐"(마 16:26)라고 하신다.

 이 말씀은 인간의 생명의 최고의 가치성과 유일성과 단회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 스스로가 자신이나 타인의 생명의 가치를 알지 못하고 경시하고 유희의 대상으로 냉대하는 것은 죄악이다. 미국화라고 일컫는 세계화 시대의 세계는 인간의 생명이 자본주의 이론에서 흥정의 도구로 변하고 사고파는 상업의 도구로 변하고 있다. 이런 때에 기독교는 생명의 성경적 가치를 사회에 바르게 알려야 한다. 사랑과 섬김이 없이는 결코 자본주의도 성공할 수 없음을 금번 미국 발 금융위기로 확실하게 보았다.

요셉이 곡식 창고를 열듯이 있는 자는 금고를 열어야 하며, 경쟁력을 상실한 자들을 섬기는 사랑이 결국 성경적 경제 원리를 실천하게 하며 경제 위기를 극복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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