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의 불신앙

[ 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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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4월 29일(수) 15:17

장영일/목사ㆍ장신대 총장 서리

미국 어느 도시의 개척교회 옆에 술집이 들어서자 교인들이 특별기도회를 열어 그 술집이 망하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부르짖기 시작했다. 얼마 후 그 술집에 불이 났고, 화가 난 술집주인은 "교인들이 우리 가게 망하기를 기도해서 불이 났으니, 손해배상을 하라"면서 교회를 상대로 고소했다. 법정에 선 교회 목사에게 판사가 "진짜 그러냐?"고 묻자, 목사는 "절대로 그럴 리 없습니다, 우리가 기도한다고 술집에 불이 나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고심하던 재판장은 이렇게 판결하였다. "술집주인: '믿음 좋음', 개척교회 목사: '믿음 없음'. 그리고 하나님께도 책임이 있으니 손해배상은 하나님께 가서 받도록 할 것".

'신앙인의 불신앙', 즉 하나님의 전능하심과 영원한 사랑을 믿는 신앙인이 또 한편 그 하나님을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것은 모든 기독교인이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이율배반적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불신앙, 더 정확히 표현하여 '믿음이 적은 자(마 14:31)'로 자기를 자책해야 하는 신앙인의 역겨운 경험은 아브라함, 모세, 엘리야 같은 위대한 신앙인들도 결코 예외일 수 없었으며, '의심하는 도마'라는 작품을 통하여 자신의 불신앙적 자화상을 그린,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Carabaggio)에게서도 엿볼 수 있다.

마치 자기 딸이 자기를 아빠로 믿어 줄 때 기뻐하는 아빠처럼, 하나님도 자기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이 자기를 믿어줄 때 기뻐하시고, 그에게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뿐만 아니라(요1:12) 성령까지 선물로 주시고(눅11:13), 종말에는 영생천국까지도 무료로 주시는 분임을 알면서도, 그리고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인 우리가 이왕이면 하나님께 전폭적인 믿음을 보여드리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다는데 우리들의 고민이 있다.

현대를 가리켜 '불신시대'라 하는데, 사람이 사람을 믿을 수 없어 자살까지 하는 험악한 세상에 살다 보니 신앙인들조차 매사에 의심하는 성품으로 길들여져, 하나님마저도 믿지 못하는 심성으로 타락하게 된 것 같다. "인자가 올 때 세상에서 믿음을 보겠느냐?(눅18:8)"던 주님의 말씀이 오늘의 시대를 겨냥한 듯 하여 의심 많던 도마와 다를 바 없는 자신의 모습에 더욱 주님께 죄송함을 느낀다.

최근 어느 성도는 한 가지 비전을 놓고 "전능하신 나의 주 하나님은 능치 못하실 일 전혀 없네"라는 복음성가를 자주 부르며 기도해 왔는데, 문제는 그 비전을 가로막는 일이 생기면 걱정과 불안, 때로는 원망 불평까지 몰려와 고통스러울 때가 많았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하나님께 아뢰라…(빌4:6)"는 말씀을 기억하면서도 자신의 어두운 미래를 상상하며 두려워하는 것은 일종의 불신앙이기에 괴롭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그는 마치 귀신들린 아들을 두었던 아버지처럼, "주여, 나의 믿음 없는 것을 도와주소서(막9:24)"라고 부르짖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불신앙적 경향으로 인해 고민하는 성도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이 있다면, 동료 신앙인들 가운데 드러나는 불신앙적 언행이다. 그들의 거짓과 탐욕, 불의와 악행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분들이 하나님의 존재와 심판과 영생을 믿고 있는지 의심스러워지고, 이를 통해 교회와 국가의 암울한 장래를 내다보는 것 같아 괴로울 때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심적 평안을 얻는 방법 한 가지를 찾았는데, 그것은 사도 바울처럼 이웃을 보기 전에 먼저 '죄인 괴수(딤전1:15)'보다 더 악한 자신을 보고 회개하는 것이다. 이때 비로소 동료를 기꺼이 용서할 수 있었고, 마음의 평안도 회복할 수 있었다.

자신과 타인의 불신앙으로 인하여 고민하는 신앙인에게 있어서 또 한 가지 해결책이 있다면 그것은 의심하는 도마를 주께서 먼저 찾아오사 믿음 없는 그를 믿는 자로 바꾸어 주셨다는 사실이다(요20). 불신앙은 주님을 만날 때 깨어지게 마련이고, 주님을 만나는 길은 기도 밖에 없는데, 문제는 말세에 기도의 능력을 믿고 기도에 철저히 매달리는 자가 적다는 것이다(눅18:8). 우리 모두 신앙의 '선한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기도의 깃발을 높이 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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